탕수육은 늘 싸운다. 부먹이냐, 찍먹이냐. 한 접시 앞에서 취향은 충돌하고, 사람들은 의견을 고수한다. 하지만 제육볶음은 다르다. 간장이냐, 고추장이냐를 두고 누구도 따지지 않는다. 그건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 왜일까? 간장은 간장대로, 고추장은 고추장대로, 각자의 맛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내야 할 맛을 알고, 그 맛을 충분히 낼 줄 안다. 제육은 다양성의 미덕을 알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은은하게 풍기는 사람이고, 누구는 한 숟갈에 정신이 번쩍 드는 사람이다. 담백한 말투와 조용한 성정이 오래도록 곁을 감싸는 이가 있고, 매콤한 농담과 생생한 에너지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이도 있다. 그 차이는 단점도, 장점도 아니다. 그냥 다름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주 비교하고, 판단하고, 결론을 내린다. "저런 성격이 더 좋지 않아?" "그렇게 조용하면 손해 보지 않나?" 하지만 음식처럼 생각해 보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입맛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듯, 사람의 기질도 하나의 정답이란 게 있을 리 없다. 고추장이 간장에게, “좀 더 점잖아져 봐”라고 할 이유가 없듯이 말이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맛을 지녔는지를 스스로 아는 일이다. 내 안의 농도와 온도, 짭짤함과 매콤함이 어떤 방식으로 섞여 있는지 천천히 알아가는 일. 그건 자기 비하도 아니고, 자기 포장도 아니다. 그냥, 나라는 요리의 기본양념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각자의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제육볶음이다. 같은 접시 위에 담겨 있더라도, 각자 다른 빛깔과 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 다름이 함께 있을 때 더 근사한 맛을 낸다. 그러니 남의 간을 부러워하느라 내 맛을 잊지 말자. 내 안의 고유한 향을 이해하고, 나답게 산다는 것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