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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phen Mar 31. 2019

같이 가자 수수야

4. 병원

10일 후 보호소에서 연락이 왔다. 입양 희망자가 생겼다는 것이다. 좋은 소식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던 건 왜였을까.. 섭섭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며.. 아쉽기도 했었던 것 같다.


"아참 선생님 그 녀석이 혈뇨가 심하다는 건 혹시 입양자 분께 알려드렸나요?"


"네?? 혈뇨가 있었나요?"

"..."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알려드려야겠네요.."


5분 정도 지나서 전화가 다시 왔고 입양을 거부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제가 지금 바로 갈게요!"

전화를 끊고 회사에 양해를 구한 후 나는 판교로 차를 몰았다. 지금 생각해 봐도..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여건도 되지 않고 부담스러웠던 녀석인데 이상하게 그 녀석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일단 아픈 녀석이니 치료를 해주자.. 그리고 어떻게 할지 생각하자.. 


보호소에 도착했을 때 원장님은 내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시고는 개들이 짖고 있던 벽 뒤로 들어가셨다. 몇 분뒤 그 녀석은 원장님 손에 끌려 나왔고.. 나를 보더니 꼬리를 흔들며 자연스럽게 내 앞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나를 알아본 듯했다.. 기특한 놈.. 하루 밥 주고 재워줬는데 기억하나 보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열흘 전에는 보지 못했던 갈비뼈의 선들이 눈에 띌 정도로 선명하게 보였고, 코에는 누런 콧물이 엉겨 붙어 있었다.. 콧물을 닦아주고 몸을 살피는데 갑자기 코를 골듯 숨을 가쁘게 쉬기 시작했고 그럴 때마다 그 녀석의 갈비뼈가 더 선명하게 보였다.. 


"원장님 혹시 이 녀석 밥은 잘 먹었나요?"


"예민한 녀석인 듯해요.. 사료는 물론이고 물도 잘 안 먹더라고요.."

"혈뇨는 저도 몰랐네요.. 아참 그리고 켄넬코프인 듯합니다."


뚜껑이 열렸다.


"아니 원장님, 제가 그날 다시 들어와서 간호사 님께 알려드렸는데.. 혹시 못 들으셨나요?"

"그리고 켄넬코프면.. 감기까지 걸린 건가요?? 게다가 사료도 안 먹는데 그냥 이렇게 놔두신 거예요??"


원장은 의외로 덤덤했다..


"보호소에 들어오는 개들은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어쩔 수가 없어요.."

"혈뇨 같은 경우 제가 알았다 하더라도.. 보호소에 들어온 개들은 치료해주기가 힘들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원장님의 사정이 이해된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그 많은 유기견 들을 챙기는 게 쉽겠나.. 게다가 안락사까지 시켜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될 텐데.. 심적으로 얼마나 힘드셨을까..


여기서 잠깐:

- 보호소에 들어오는 녀석들 중에는 병에 걸린 녀석들이 비교적 많다고 한다.

- 반려견들이 병에 걸리면 비용의 부담 때문에 버려지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 보호소의 경우 수십수백 마리의 개들이 뒤섞여 지내기 때문에 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 치료를 하려면 한꺼번에 해 줘야 하는데 이것도 비용이다.

- 혹시라도 유기견을 구조한다면 신고 후 임시 보호를 하는 것이 좋다.. 아니 옳다..

- 버릴 거면 키우지 말자.. 생명은 사람, 동물을 가리지 않고 정말 소중한 거다..


그 녀석을 차에 태우고 자주 지나쳤던 회사 근처의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그 녀석은 내 예상대로 멀미를 했고 먹은 것이 없었는지 누런 액체만 뿜어댔다..


오후 시간대로 기억한다.. 병원 문을 열자 진료를 하던 원장님이 헐래 벌떡 뛰어나오셨다. 


"들어오지 마시고 밖에서 기다리세요!!!!!"


입구 컷을 당한 나와 이 녀석은 병원 밖에서 진료를 기다려야 했고 한참 뒤에야 원장님을 볼 수 있었다..

이 녀석을 본 원장님은 한숨을 쉬더니..


"감기네요.. 미안합니다.. 안에 있는 아이들 한테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안에서는 진료를 볼 수 없습니다."

"조금 말랐네요.. 혹시 다른 곳도 아픈가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소변이 거의 피만 나오는 것 같아요.."


"아.. 이런.. 언제부터 혈뇨를 보기 시작했나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열흘 전에 구조한 녀석인데 그때도 혈뇨가 있었어요.."


원장님은 조심 스래 이야기를 하셨다.

"심장 사상충일 가능성이 있어요.. 대형견의 경우 체중이 갑자기 줄고 혈뇨가 있으면 심장 사상충일 가능성이 큽니다.. 테스트 비용은 5만 원인데.. 하시겠어요?"


당연하지.. -_-;; 어디가 아픈지 알아야 치료를 할거 아냐..


첫 번째 테스트는 음성으로 나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테스트를 연거푸 두 번을 더 해봤고 두 번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혈뇨 역시 방광염으로 보였고 원장님께서는 정성스럽게 감기약과 방광염 약을 지어주셨다. 

그런데 알약을 정성스럽게 빠아서 가루약으로 만들어 주시는 게 아닌가.. 


아니.. 사람도 먹기 싫어하는 가루약을 개한테 어떻게 먹인다는 거냐..


"사료에 섞어 주시고 혹시라도 안 먹을 경우 딸기잼에 비벼서 입천장에 발라주시면 먹을 거예요.."


안 그래도 예민해서 사료도 안 먹는 녀석 밥 위에다가 이 쓴걸 토핑으로 올려주라고..?


그날.. 딸기잼까지 합친 총비용은 대략 30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다. 

그 녀석과 딸기잼, 그리고 약봉지를 들고 집으로 오자마자 그 녀석을 화장실에 밀어 넣었다. 


"개비린네는 용납할 수가 없다 이것아"


목욕은 했으나 별 차이가 없다. 못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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