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글쓰기 습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인용 또는 참고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
과거에 내가 적었던 글을 그대로 베껴와 붙이는 일은 왠지 비겁한 짓 같다. 노동 없이 대가를 바라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최근 한두 개의 글이 그렇게 올라왔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앞으로 게시할 몇 가지 글 역시 내 인스타그램에서 그대로 가져오려고 한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봄이 오고 있고
글 쓸 의지가 봄의 부름을 받아 따라오고 있어
나는 글을 써야만 한다는 마음에 사로잡혔는데
동시에,
그간 나의 글들은 인스타그램에만 머물렀고
따라서 몇 안 되는 지인들에게만 읽혔을 텐데
글이 외부로도 노출되었으면 하는 욕심의 싹이 최근에 텄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외부에 공개하고 싶은, 인스타그램 속 몇 가지 글을 골라 그대로 붙이려고 한다.
그것들은 이 브런치 피드에 퍼붓는 마중물이자 앞으로 글을 활발히 써보자는 나와의 약속의 증표가 될 것이다.
구구절절 말이 길었다. 시작하자.
이 글은 2024년 1~2월 유럽여행을 미치고 돌아온 뒤, 산책을 하며 풀어낸 소회다.
여행 다녀온 뒤 쳇바퀴라는 단어가 맴돈다.
어떠한 힘에 이끌려 반복되는 삶에 다시 놓였고 또 어떠한 힘에 이끌려 저항할 수 없는 삶의 길을 걸어야만 한다.
이것은 삶의 한 부분인 산책에 대해서도 통한다. 또다시 석촌호수를 걸으며 나는 쳇바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강아지 산책시키듯 쳇바퀴라는 단어를 끌고 갔다.
가까이에도, 호수 저편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걸음의 속도, 몸짓, 대화 내용은 다 달랐지만 코스 위에서 발을 굴린다는 행위는 모두 동일하다. 그들의 발걸음을 보며, 또 나의 발걸음을 보며, 단순히 이곳에서 걷는 행위가 무슨 효과를 내기 때문에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건지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산책이라는 이름이 붙는 모든 것들에는 돌아옴이라는 속성이 있다. 이번엔 돌아옴에 관심이 쏠려 그 단어를 붙잡은 채 걸었다.
원점으로 돌아옴으로써 산책의 경로는 매듭지어진다.
그러면 나는 걸음으로 매듭지어진 고리를 기억의 저편에 걸어 놓는다. 사실 이렇게 모인 것들은 내가 제일 아끼는 기념품이다. 형체가 없으므로 알맞은 작명은 아니지만 그냥 그것을 기념품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