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느낌이 글만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었다.
바람의 온도가 좋았고
덩달아 내 마음이 좋았다.
그럴 때마다 드는 기록의 충동.
글을 빌려 마음의 내용을 언어로 옮기지만
언어가 전달하는 것은 바람 아닌 마음이다.
글은, 마음에 작용하는 바람의 심상을
피부를 때리는 바람의 온도, 세기를 포획해
내 눈앞에 최대한 가까이 끌어다 놓고
계절성 또는 시간성을 초월하려는
어느 작은 존재의 헛된 꿈에 불과한 것 아닐까.
저 앞에 호수의 물결이 문득 눈에 비친다.
여유롭게 일렁이는 물결 위에 빛이 헤엄친다.
.
.
.
'아, 저것이 오늘의 바람이다! '
내가 좋아하는 바람의 온도와 세기가
저 물결의 움직임에 나타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람의 언어는 내 마음에 내적으로 체험될 뿐만 아니라
물결에 빗대어 자신을 표현할 줄 안다는 사실을,
그러한 자연적 비유법은
훨씬 더 직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다.
그 기쁨은 물결처럼 잔잔하게 체험되어
다시 몇 줄의 기호로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