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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투티 Jul 23. 2016

여름 농장 이야기

서른살 꽃농부가 맞이한 첫 여름농장

작업장을 옮겼다. 직장을 다니면서 취미생활을 하면서 야시장을 준비하다보면, 퇴근 후 집에서 하는게 제일 마음이 편하긴 하다. 그치만 흙을 다루는 일이다보니 집이 흙에 점령당해버리고 말아서 좀 더 편한 농장으로 작업장을 옮겼다. 날이 어찌나 더운지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


이번 야시장에서 버는 돈은 반드시 농원에 에어컨 설치를 하는데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초록빛 물든 농원.

옆집은 모가 자라 초록빛이 한창이다. 땀을 뻘뻘 일하다보니 쉬엄쉬엄하라며, 옆 논을 둘러보랬는데 참으로 예쁘다. 내 취미생활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푸른 빛이 돌면서 스트가 확 풀리는 기분이다. 평화롭다.

해바라기가 피었다. 제법 빨리 핀 듯 하다.


오동나무 숲 사이로 해가 지고 있다. 오동나무 길을 꾸미고 싶어서 예초작업을 하고 싶지만, 그보다 할일이 많아 뒷전이다. 그래도 여전히 숲이 우거진게 꽤나 근사하다.


내 농장용 슬리퍼. 한때 직장에서 신었던 것이다. 발에 열이 많아 회사 자리에 앉아있을 때 슬리퍼를 신고 있는데 쿠션감이 가득한 아주 고급지고 비싼 슬리퍼를 구매했다. 동네 시장 협찬이다. 한 때 회사일을 하며 신던 것을 농장에서 신으니 감회는 새롭다. 모기 물리는 거 빼고는 아주 적합하다.


사진 속 식물은 꽃 같이 보이지만 웃자란 상추다. 나도 모르고 있다가 신기해서 찍어보았다.


이렇게 상추가 쑥쑥 자라났다. 너무 신기하다.


앞에 상추가 내가 흔히 알던 상추인데 뒤에가 웃자란 상추와 치커리. 서른살이 되서야 상추가 웃자라는 모습을 본 듯 하다. 재밌고 신기하다.


이건 더 재밌다. 아래는 줄기만 남고 위에서 상추가 자란다. 수상가옥 띄어놓듯이 뭔가 띄워서 키우고 있는 그런 느낌? 우리 농원은 전부 유기농인데 왠지 벌레를 피해보려는 상추의 노력같아보인다.


엄마한테 물어보니 웃자란 녀석들은 아래 나는 상추들은 뜯어먹고, 위에 상추들은 겉절이도 해먹고 한단다.

방울토마토. 흔히 보던 것이긴 한데 색감이 참으로 예쁘다.


논쪽을 바라보고 찍은 파노라마


하우스를 보고 찍은 파노라마



홈가드닝을 즐기다.

할머니가 물려주신 농원은 주위에 둘레길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그래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야생화와 채소들이 농원에서 자라나고 있다. 우리 가족들에겐 유럽 꽃들을 새로이 심어보는 연구소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고, 내가 야시장을 준비하는 작업장으로 이용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반면, 홈가드닝의 진수를 보여주는 공간은 집 마당이다. 집은 누구나 드나들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조금 더 작고 귀한 녀석들이 주를 이룬다. 구하기 어려운 수국 나무도 두그루나 거대하게 심어놓은데다가 작고 예쁜 화분에 심어볼 녀석들이나 공기정화 식물들은 대부분 홈가드닝을 통해 가꾸고 있다.


이런 두가지 공간을 모두 가진 나는 홈가드닝을 하기 위해 최적화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서른살 무렵 홈가드닝을 취미로 갖게 된 것이 우연이라 생각하지만 (흙도 벌레도 싫었고, 풀독도 있었으니까) 어쩌면 필연적으로 나는 홈가드닝의 취미를 가질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여름이다. 복잡한 해수욕장보다는 평화롭고 조용한 논밭이 내게는 조금 더 잘맞나보다.

참으로 힐링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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