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소박한 사치.
마케팅을 할때도 그렇다. 무심코 지나가며 본 배너나 광고영상을 보다가 괜찮다 싶으면 나도 모르게 저장버튼부터 누른다. 영감이 오는 순간엔 늘 그렇게 캐치한다. 주로 레이아웃을 참고하거나, 색감을 참고 하는 경우가 많고, 신선한 아이디어는 많은이들과 공유한다. 이렇듯 늘 좋은 아이디어는 갑작스러운 순간에 나에게 기쁨을 전달하고, 감탄을 선물한다.
비단, 일에서만의 순간이 아니다. 서른살 꽃농부가 된 뒤로 욕심에 나도 모르게 데려온 식물 녀석들이 많다. 하지만, 녀석들을 모두 좋은 곳에 옮겨주지 못한 채 데려온 그대로의 화분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녀석들을 어디에 옮겨줘야할지 감이 안와 그대로 자라나고 있다. 어느 녀석, 어느 성향을 가진 녀석임에 따라 조금씩 담아야할 그릇들이 다르지만, 대체로 어울릴만한 것들이 있다. 그래서 길을 가다 어울리는, 아니 일상 속에서라도 어울리는 녀석을 발견하거든 꼭 데려와 옮겨주곤 한다. 물론 옮기고서 안어울려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주어야하는 아이들도 참으로 많다.
스타벅스 푸딩컵에 심는 다육이가 유행한적이 있다. 단 것을 즐기지 않아 먹진 않지만 친한 동생이 먹고서 내 다육이들이 생각나 보관해두었다가 주었다. 푸딩값인지 브랜드값인지 몰라 일반 화분보다도 비싼 가격이지만, 어차피 버려질 녀석이라면 쓰레기보다는 화분이란 이름이 더 어울린다. 재활용이란 참으로 좋은일이다.
깡통을 사보았다. 맥주캔에도 참으로 잘 어울릴 것이다. 맥주캔의 위를 똑- 따주면 이런느낌이 될테지만, 이때는 그냥 틴캔을 사왔었다. 방산시장에 디퓨저를 사러 갔다가 향초를 만드는 틴캔인데, 꽃이랑 어울릴 것 같아 사왔다. 농장에서 야생화와 민트를 떼어 놓은 것이 화사하고 아름다울 지경이다.
틸란드시아란 공기식물이다. 흙이 없이도 잘 자라나는 녀석인데, 생각보다 키우기는 쉽지 않았다. 녀석에게 가장 어울리는 그릇은 무얼까? 고민 끝에 엄마가 찾아준 미니 커피잔. 에스프레소잔이거나 가볍게 티를 마실 수 있는 잔인데 공기식물에게 잘 어울렸다.
비싼것도 있었다. 진짜 예쁜 테라리움들. 농장을 가지고 있어 대부분 도매로 구입하다고 샘플 작업을 위해 구매하려보니 소매가로 구매해야했는데 너무 비싸서 헉헉거리며 샀드랬다. 야시장에서 바로 나가긴 했다지만, 역시나 센 가격에 다시는 데려오지 못하고 있는 판국이다.
엄마가 작업한 다육이.
옹기 뚜껑위에 다육이들을 이리저리 올려 놓은 것인데 소박하고 예쁘다. 그래서인지 야시장에서도 인기였고, 하나 빼고는 전부 팔려나갔다. 소박한 뚜껑 때문인지, 다육이가 화려하고 돋보인다.
얼마전, 다이소에 구경을 갔다가 손에 들고 온 녀석들이 있었다. 그릇인데 북유럽풍으로 아주 귀여운 사기그릇이었다. 그리고 화분에 꼽을 수 있는 푸우녀석. 안되겠다 싶어 부랴부랴 집어왔다. 어울릴만한 선인장들이 떠올라 녀석들을 데려오고 만 것이다.
다있는 다이소에 1천원짜리 착한 그릇들.
그릇에 식물을 심는 것은 좋지 않다. 막혀있기 때문에 물이 빠지지 않고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식물들이 답답해 할 수 있다. 그나마 키울 수 있는 것들은 선인장류가 다육이보다 나은데 선인장을 키우더래도 물을 줄 때 굉장히 신경써주어야한다.
노란색 세모무늬와 땡땡이가 귀엽다. 맨날 단정한 녀석들만 보다가 화려하고 귀여운 녀석을 보니 재밌다. 그릇을 봐도 화분으로 생각하니 큰일이다.
그래서 그냥 차라리 농장 리모델링을 마치고 나면 한켠에는 화분을 고를 수 있도록 화분코너를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다.
선인장 홍기린. 내 친구 핀셋으로 뿌리 부분을 쓱쓱건드려 뽑아주니, 몸집에 비해 뿌리는 참 작은편이다. 나는 식물 분갈이를 할때 뿌리를 보기를 좋아하는데, 같은 선인장들이어도 뿌리들이 전부 다르게 생겨서 분갈이 할때마다 재미를 많이 느낀다. 나름 두근두근 거리는 순간이다.
아래 살짝 흙을 깔아주고 핀셋으로 자리를 잡아준다.
나무삽으로 사용하는 미니 나무숫가락으로 쓱싹 쓱싹 소꿉장난하듯 담아준다.
이런순간이 진짜 힐링의 순간이다. 손바닥만한 그릇에 손가락만한 식물을 담고 작은 숫가락으로 흙을 담아주는 것이 소꿉장난같이도 느껴지지만 제법 힐링되는 순간이다.
분갈이흙도 담지만, 너무 어색하지말라고 원래 담겨있던 흙도 섞어 담아준다. 새로운 환경이 싫을 수 있으니.
흰색 조약돌을 보슬보슬 담아 준다.
짜잔. 완성!
일이나 식물이나 같다.
마케팅 또한 비싸면 비쌀 수록 좋다지만, 한없이 저렴하게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비싼 마케팅은 대부분 쉽게 소비자에게 도달하지만, 예산이 낮아질 수록 고민의 깊이도 깊어지곤 한다. 한정적인 재원 속에서는 좀 더 잘 맞는 (match) 것을 찾아내야하기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게 되는 듯 하다.
식물의 경우엔, 고민의 깊이가 깊다기보다는 주위를 둘러보는 경우가 많다. 돈을 주고 화분을 사는 것이란 매우 쉬운 일이지만, 비싸지 않아도 어울리는 녀석들을 아주 착한 가격에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돈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곤 하고, 그러다 마음에 드는 녀석을 만나면 '예쓰'를 나도 모르게 외치곤 한다. 아니면 말고.
소박한 사치. 참으로 힐링된다.
지금처럼만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