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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투티 Nov 01. 2016

스타벅스 1호점에서 일하는 기분

때로는 일하는 것이 무지하게 행복할때도 있다.

글을 쓰는 것을 2주나 쉬었다. 쉬려고 쉰 것은 아니고, 이미 심신이 너무 지쳐버려 어쩔 수 없었다.

그간 있던 일들을 정리해보면, 뭐 나쁘지 않았다. 제대로 마케터로 지내보자고 다짐하고 온 시간이라 야근은 당연할 것이고, 더욱 힘들 것이란 것은 예상했기에. 그래서 꼭 반드시 잘해보자 한 생각이 있었다. 밤새 일한 덕분인지 인정 받을 일들도 꽤나 하게 되었다. 물론 그보다 다이나믹한 일들이 터지면서 야근은 계속 되었다.


지난 주말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을 잤다. 9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 말그대로 잠만 잤다.


와. 피곤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은 모두 다 이렇게 살고 있을 거다.

무엇을 위해 우리는 이토록 일을 하는걸까? 그렇다고 일이 늘 싫은 것은 아니다.

지금도 힘들고 스트레스받지만, 제법 즐거운 날들도 있으니깐.



깊은 밤, 잠시 추억여행을 떠나보기로 한다.


스타벅스 1호점 그 벅찬 감동


그렇다. 나에게도 참으로 특별한 기억이 있다. 길지는 않지만 제법 꽤나 되는 시간동안 근무했던 곳이다. 그 유명한 시애틀의 스타벅스 1호점. 아무래도 아직까지도 유학생은 이곳에서 근무해본적이 없지 않을까 싶다.


학창시절에 새벽 4시에 일어나 첫 차를 타고 나가 학교 내 스타벅스에서 알바를 하기도 했다. 사실상 학교 카페테리아에 스타벅스가 있는 것이지만, 어찌되었든 스타벅스의 고장인만큼 온통 스타벅스 투성이다. 그래서 그 경력으로 유학을 마무리 짓기 전 스타벅스에서 근무를 다시 해보기로 했다. 마침 일했던 매장이 스타벅스 본사 직원들이 애용하는 매장이었고, 그곳에 매니저가 비자관련해 법무팀 검토 중에 있는 동안, 잊지 못할 경험을 선물해주겠다며 나를 1호점으로 발령내주었다.

처음 근무하러 가던 그 날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열심히 산 것에 대한 보답인지, 특별해도 너무 특별했다. 시애틀은 비가 많이 오는 도시라 유독 누구나 커피를 사랑하는 도시 중 하나이다. 스타벅스는 체인점이지만, 이곳 시애틀 사람들에겐 체인과 관계없이 참으로 사랑하기에 한블럭만 걸어가도 온통 스타벅스인데다가, 대부분의 지점이 항상 인기일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는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그 도시의 중심지에 있는 시애틀 스타벅스 1호점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드랬다.

기억에 남는 꽃.

생각해보니 참으로 꽃과 인연이 깊다. 1호점 앞에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이라는 유명한 관광지이자 크나큰 마켓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생화를 파는 곳으로 유명한데, 1호점을 근무하며 두번의 꽃을 받았드랬다.


한번은, 동양인 손님이 꽃다발을 선물 한 것. 중국분이었던것 같은데 계산하다말고 그가 건넨 꽃을 받아 직원들의 박수를 받았드랬다. 처음 있는 일이라며 직원들이 함께 기뻐해주어 엄청 신났던 것 같다. 그리고 두번째 꽃은 바로 이 꽃.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꽃다발. 마지막 떠나는 날 직원들에게 선물받았다.

1호점 근무시절의 모습.


경영학도로 스타벅스를 바라본다면, 이보다 근사한 corporate culture를 갖춘 곳을 만나기 어려운 듯 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까진 못 만났다. 근무를 하는 많은 직원들이 4년제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고, 매니저급들이야말로 학벌과 지성을 겸비한 인재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학창시절 알바부터 시작해 무려 10년 가까이 근무한 직원들도 많은 곳. 게다가 어느 직원에게도 차별을 적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바리스타는 몇년간 머신을 잡아봐야하고, 자격증은 필수인 듯 한데 적어도 시애틀의 스타벅스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 온 사람들도 레시피만 잘 기억하면 메인 바리스타로 근무 가능하다. 그만큼 직원들에 대한 구분이 없고 신뢰가 강했다. 막내가 쓰레기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쉬프트 매니저에 의해 각 임무를 바꿔가며 모두가 공평하게 이것저것을 일하는 곳이었다.


8분에 한번 울리는 알람. 커피를 좋아하는 도시인만큼 브루드 커피는 딱 8분에 한번씩 새로운 커피로 바꿔줘야만 했다. 커피는 큐시스템에 움직인다. 1호점을 제외하고는 큐시스템이 적용되어 한 손님이 커피를 받는 시간은 4분이었던 것 같다. 4분이내에 무조건 누구나 커피를 받을 수 있도록 큐시스템이 정비되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대로 움직이면 레시피가 가물가물한 신입조차도 5분도 안되어 커피를 일정한 간격으로 낼 수 있었다. 오래 기다려야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문화. 손님? 엄청 길다. 우리나라 줄만큼 똑같이 길정도로 시애틀은 커피를 사랑하는 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모두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누가 더 기다리거나, 누가 덜 기다리지않도록. 손님도 직원도 모두가 공평한 이 곳.


맛은 가장 중요했다. 하루는 손님이 '맛이 없다' 며 다 마신 컵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다.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다). 그땐 어떠한 이유도 묻지 않고 사과한 후, 다른 주문보다도 최우선으로 그 손님의 커피를 다시 만들어준다. 다 마신 컵이라서 안된다거나, 혹은 주문을 확인하는 작업도 없이, 한잔의 맛있는 커피를 대접해 손님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스타벅스의 정신 같았다.

친구가 놀러와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참으로 신났다.

1호점에 근무하며 가장 놀란 것은 하워드 슐츠의 경영. 그는 1호점을 자주 방문하곤 하는데 여행객들 사이에서 똑같은 시간을 줄을 서, 여행객과 다름없이 커스터마이즈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료를 시킨 후, 똑같은 시간을 기다려 조용히 가지고 나간다.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회장님' 혹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영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한결같이 줄을 서 똑같이 주문을 하고 커피를 마셨다. 이게 그만의 커피 맛 점검법. 어느 지점을 가도 같은 맛을 내는지에 대해, 혹은 모든 지점이 늘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그만의 점검하는 방법이다. 그가 말을 거는 것은 1호점의 점장에게 간단한 인사정도만 가볍게 나누고 가는 것이 전부일 정도였다.


나는 그당시 콜드바 (프라푸치노를 만드는 곳) 쉬프트여서 뒤를 돌아있어 그를 보진 못했지만, 메인 바리스타가 슬쩍 내게 말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경영인이라 놓치고 만 것이 여지껏 아쉬울정도이다. 그의 경영법을 나는 아직까지도 매우 존경하고 있다.



마지막 날, 예상치 못한일이 생겼다.


1호점 바에 서게되면 관광객이 전부 내려다보이는 높은 자리에 서게 된다. 메인과 서브 바리스타가 잠시 주목해달라며 손님들을 향해 소리를 쳤다. 한순간 조용해진 1호점.


오늘 여러분에게 전해야할
소식이 있어요.

꼭 많은 여러분 앞에서 말이에요. 한국에서 온 크리스티나가 우리와 함께 한 시간을 끝으로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함께 하려 많은 노력을 해봤지만, 그녀는 결국 한국에 가게 되었어요. 그래서 모두 함께 그녀가 한국에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크게 환호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의 꽃다발을 건네주었고, 나는 짤막한 소감을 말했드랬다. 울어야하나 싶었지만, 너무 행복해 우는 법을 잊었던 것 같았다. 관광객 모두가 환호해주었고, 놀랍게도 이 사진은 여행을 왔던 한국 관광객분이 촬영하셨다며 보내주셨드랬다.



이 순간만큼은, 정말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그 바쁘고, 그 유명한 매장이 all stop 상태로 모두가 나만을 위해, 진심 어린 박수를 쳐주었다. 직원 하나하나를 사랑해주는 그 곳. 직원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이 곳. 모두가 소통하는 이 곳이 내심 그립다.


지금도 내 커리어 중에 가장 행복한 기억이 되었다. 매일 다녀가던 손님도, 매일 방문하던 유명한 홈리스 아저씨 잭슨도 모두가 나를 사랑해주던 그 곳에서의 행복을 나는 여전히 간직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내가 나만의 사업을 하게되더라도 그때의 기억을 잊지말자며. 사람답고 지혜로운 경영가가 되자며. 지금도 늘 다시금 이때의 기억을 되새기며 지낸다.






일을 하다 답답한 순간이 찾아오걸랑.

나는 그렇게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찾아 헤맨다.


어쩌면 그래서 글을 기록하고 남겨, 다시 들쳐보곤 하는건 아닐까 싶기도한다. 아니면 잘 까먹어버리니깐.

한국에 와서는 정말 답답할땐 역시 식물이 힐링덩어리다. 오래도록 스트 푸는 방법을 잊었는데 올해 초 겨우 찾아낸 서른살의 소소한 행복이다.


겨울이 와버렸다. 목화가 피었다. 진짜 솜뭉치덩어리. 너무 예쁘다.


게다가 뽑는재미가 너무 재미지다. 목화를 보고 나니 겨울이 오는 것을 실감한다.

오늘같이 기온이 뚝 떨어진 추운날씨엔 더더욱 그렇다.

2주밖에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벼가 사라져버렸다.


엊그제 가을이라고 올렸던 것 같은데 노란 벌판은 어느새 지푸라기만 남아있었다. 오동나무도 벌거숭이가 다 되었다. 게다가 간밤의 서리로 하루사이에 하얗고 분홍꽃들이 정말 하루만에 다 죽어버렸다. 이모는 너무 슬프다며, 어찌나 꺼이꺼이 울던지. 내 꽃들! 하면서 삽을 들고 부지런히 꽃들을 하우스로 옮기기 시작했다.


정말 겨울이다.


내일도 나는 행복한 삶을 꿈꾸며 일하러 나간다. 신나는 서른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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