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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투티 Jul 20. 2016

선인장을 좋아하기로 했다.

츤데레 같은 선인장 매력을 담다

내가 선인장을 츤데레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렇다.


오다가 주웠어.


우리는 흔히 오다가 주웠어 하는 싸가지 없지만 챙길 거 다 챙겨주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츤데레라고 한다. 챙겨주지 않는 듯 챙겨주는 매력에 설레는 마음은 드라마를 보다가도 쉽게 작동하곤 한다. 그래서 선인장을 굳이 표현하자면 츤데레 같은 녀석이랄까. 선인장을 오다가 주은게 아니라 이녀석 자체가 그런 녀석이다.


엄청 따가울 거 같은데, 잘만 만지면 하나도 따갑지 않고 부드럽기까지 하다. 물론 그런 녀석들이 있기도 하고, 아예 건들지도 못하게 아주 따가운 녀석들도 있긴 하다. 굳이 신경써주지 않아도 되고 툭툭 놔둬도 알아서 잘 자라지만, 한달에 한번 쯤은 굳이 신경써줘야하는 녀석이다. 그래서 츤데레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야시장 준비로 분주하다. 이번주도 역시나 비가 온단다. 이직을 앞두고 있어 왠지 마음이 급해온다. 이번 주말 야시장을 위해 다육이들이 빛날 수 있는 유리 화분들도 좀더 준비했고, 초록빛이 예쁜 크루시아나 율마도 몇개 가져다 두었다.


그리고 대망의 선인장. 야시장을 준비하며 좋은 건 도매로 좋은 가격에 데려올 수 있는데, 나같이 직장생활 중 홈가드닝을 취미로 둔다면 좋을 사람들 혹은 아이들과 함께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나름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위해 다육이와 선인장 공부가 한창이다.


내가 공부하는 선인장들, 이 츤데레 녀석들의 매력을 끄적여본다.


동글동글 귀여운 선인장, 알바

이름이 거짓말안하고 진짜 알바다. 영어로는 thimble cactus(띰블) 이라고 불리우는데 실제 학명은 엄청나게 길고 어려운 mammillaria gracilis fragilis이다. 읽는방법조차 알수가 없다. 어쨌든, 생김새가 귀여워서 데려온 녀석이다.

동글동글 엄청 귀여운데다가 자세히 보면 붕대를 감은 것 같기도 하다. 저 작은 방울방울이 똑똑 잘 떨어진다. 그래서 아주 조심조심 분갈이를 해주어야한다. 그치만 번식은 굉장히 쉽다. 저렇게 떨어진 녀석을 (뿌리조차없지만) 그냥 흙에 심어주면 된다고 한다. 너무 작아 심는게 쉽진 않지만, 살포시 흙에 얹어두면 그게 심는거다.


두녀석을 데려왔는데 색감이나 생김새가 엄연히 매우 다르다. 한 녀석은 별모양 가시가 매력적이고, 한놈은 얽히고 설킨게 오히려 매력이다. 나는 두녀석 다 마음에 들어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파인애플을 닮은, 괴마옥

우리나라에서 엄청 인기다. 그래서 데려오기까지 굉장히 힘들었고, 가격도 꽤나 비싼 녀석이다. 영어 이름을 찾아보려는데 외국에선 파인애플로 불리지 않았다. 영어로는 Cycad Kirin 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인데 아무래도 일본에서 영어이름이 유래된듯 하다. 아무튼 처음엔 이름이 엄청 안 붙었다. 왜 때문인지 기분 나쁜 이름인것 같기도하고, 한동안은 괴안목이라고 잘못 부르기도 했으니 입에 잘 안붙는 것은 맞다.

다육이인지 선인장인지 잘 모르겠어서 찾아보니 정확히는 euphorbia hybrid, 그러니까 하이브리드종이다. 쨌든 키우는법은 다육이나 선인장과 동일하고, 줄기에 상처가 나면 독성을 품는 하얀 액체가 나온다고 하는데 워낙 줄기가 단단해서 다치게 할일은 없을 듯 하다.

그래, 뭐 선인장이라 하자. 특이한 선인장.



은색빛깔, 소정 선인장

귀엽게도 이름이 은색공선인장이다. 진짜로. 영어로도 silver ball cactus이니 참으로 재밌는 이름이다. 어울리기도 아주 이름이 꼭 생김새에 맞는 이름이다.

주로 메탈 화분을 많이 사용하는데, 정말 색감이 메탈화분과 환상적인 조화다. 하얀 조약돌을 깔아주니 전부 다 번쩍번쩍 하얗게 빛나는 기분이다. 화사하기까지하다.

인스타느낌 물씬나게도 찍어보았다. 밍크처럼 엄청 하얀데 실제로 가시를 잘만 만줘주면 아주 부드러운녀석이다. 물론 잘못만지면 엄청 따갑기 때문에 아주 잘 한방향으로 쓰담쓰담해주면 괜찮다.



도깨비 방망이같은, 용신목

용심목, 용신목 처음에는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에 데려온 녀석은 팔이 없는 제법 작은 사이즈의 녀석인데 굵기가 어마어마해 몽둥이 같이 생겼다. 실제로 인기 있는 녀석들은 양팔을 벌리거나 한팔로 "여~" 하며 손짓하는 녀석들인데, 농원아저씨께 여쭈어보니 거의 구하기 어려울정도로 인기라 한다.

이녀석. 위에서보니 정말 매력있다. 별모양인데 몽둥이인줄로만 알았는데 제법이다.

소정하고 비교해보면 얼마나 대형사이즈인지 비교가 확실히 된다. 그런데도 이녀석이 작은 녀석에 속한다니, 큰 녀석들이라면 정말 어마무시할 거 같다. 이렇게 굵을 수록 좋다고 하고, 가시가 쎄고 굵게 날 수록 좋다고 한다. 이녀석은 아직 아기수준이라 가시가 작지만 가시는 또 잘 자라는 편이라고 한다. 물론 1-2년은 키워야 제법 굵은 가시를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인내를 가져봐야겠다.


오른쪽처럼 두껍고 무서운 가시가 자란다. 실제로 작아도 찔리면 매우 아플정도로 가시가 굵은 아이다. 그치만 왼쪽처럼 재치있는 녀석도 있다. (이미지 출처: pinterest)


여~ 두팔벌려 환영한다.



다시 은색빛깣, 소정 선인장

소정은 이번에 여러종류를 데려왔다. 사이즈별로도 다른 것들이 많은데 군생인것도, 군생이 아닌 것도 있다. 군생이라하면 집단을 이뤄 우르르 몰려 뭉쳐 자라는 녀석들을 군생이라한다.

새하얀게 곱다. 참으로 예쁜 녀석들이다. 몇번을 쓰담쓰담해주었는지. 선인장이라 쓰다듬어줄 수 없단 것은 오해다. 아주 잘만 예뻐해주면 괜찮다.


소정 군생이 은빛에 어울리게 하얀화분이었다면, 둥글게 홀로 자란 녀석은 시멘트 화분에 어울린다. 동그랗게 자란게 기특해보이고, 군생에 비해 제법 의젓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렇게 데려온 소정 가족들. 작은 군생, 큰 군생들과, 홀로서기를 하는 녀석들도 있다. 혼자 자라는 큰 소정의 경우 의젓한 느낌이지만 아기 소정들도 있는데 정말 귀엽다. 실버볼을 부탁해!



부드럽고 포근한, 우각 선인장

우각 선인장을 영어로 찾아보니 Stapelia gigantea 인듯한데 맞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우연히 발견한 선인장인데 엄청 부드럽다. 종족 자체가 굉장히 다른 것 같은 느낌. 마치 융 드레스를 입은 선인장 같은 느낌이다. 융드 우각인겐가.

생김새도 다 다른데다가 너무 보드라워서 감탄을 할 정도다.

귀여워서 한참을 만져준 것 같다. 딱 한번만 더 만질게 하고 몇번은 더 만져서 괜시리 미안해졌다.



진짜 선인장같이 생긴, 백도선

아주 처음, 그러니까 맨 처음에 데려온 선인장이 바로 백도선이다. 너무 귀엽게 생겨서 데려온 녀석인데 자라기도 쑥쑥 잘 자라난다. 영어학명은 Opuntia microdasys 인데 허니버니 선인장이라고도 불리운다. 귀 부분이 꼭 토끼 귀처럼 귀엽게 생겨 붙은 별명이라는데 잘 어울린다.

우각선인장처럼 백도선은 쓰다듬어줄 수 있다. 소정의 경우 잘못 만지면 호되게 당할정도로 따가워 아주 잘 쓰다듬어야하지만 우각이나 백도선은 가시가 보들보들해 그냥 쓰다듬어주어도 왠만해선 괜찮다. 근데 중요한건 '왠만해선' 괜찮다는 것이다. 나는 예외없이 백도선 가시에도 찔려보았고, 워낙 보드랍고 작은 가시들이라 눈에 보이지 않아 빼는데 애먹었다. 박히는 순간 얄짤없이 선인장은 선인장이다. 아주 따갑다.



화려한 색감이 매력적인, 비모란

비모란도 한참 빠져있다. 굉장히 욕심내 많이 데려온 녀석인데 색이 아주 쥑여준다. 초록빛이 도는 다육이나 선인장들 속에 두면 그 화려한 색감이 대단하다. 특히 장마철에는 대부분의 다육이 색감들이 많이 가라앉고 초록빛이 돌아 심심한 느낌이 드는데 이녀석 한두어개 두면 다시 화사한 기분이 들 정도로 아주 화려하다.

영어로도 레드탑 선인장이라고 불리우는데 윗부분에만 동그랗게 붉은색감이 들어가 이름이 붙여졌나보다. 위에만 가시가 있는게 아니라 아래 초록부분에도 가시가 듬성듬성 나있어 조심해야한다. 매우 따갑고 손에 잘 박히기 때문에 아주 조심해주어야한다. (아래 까라솔이 장마철 흙에 튀어 참 지저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 형광빛으로 예쁜 다육이다).





선인장은 다육이보다 조금 더 키우기 쉽다. 한달에 한번정도 물을 줘도 되고, 장마철에는 두달에 한번줘도 될정도로 생명력이 아주 좋은편이다. 다육이보다 해를 안봐도 괜찮은 듯 하지만, 역시나 식물에겐 해,바람,물이라는 삼박자가 척척 맞아줘야하고, 더운 지방에 살던 녀석들이니 해를 쐬어주는 것은 잊지 않는게 좋겠다.


그 외에 아주 귀여운 마블이라는 녀석도 있고 (꽤나 많이 데려와 한참을 좋아했는데 가시가 작은데 손에 잘 박혀 한동안 고생 좀 했다), 꼭 데려와보고 싶은 털복숭이같은 선인장, 그리고 데려왔지만 미처 화분에 옮기지 못해 여기에 사진이 없는 비화옥도 있다. 녀석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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