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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O May 09. 2016

미얀마 - 황금과 불교의 나라

미얀마를 꼭 방문해야 했던 이유

미얀마, 가고 싶지만 가기 힘들었던 나라

미얀마는 내게 언제나 가고 싶은 나라였지만, 가기 힘든 나라 중 하나였다.

비자가 필요하며,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먼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보단, 대학원 생활과 군생활을 지내면서 돈과 시간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미얀마에 다녀왔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이렇다.

"미얀마? 거기 볼 게 뭐가 있어?"

"해외여행 갈 정도의 시간이 있으면 유럽을 가는 게 낫지 않나?"

"아, 아웅산 수치가 이번 미얀마 선거에서 승리했다며?"

등등의 반응이며 태국이나 캄보디아, 베트남 같은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오는 주제인 '여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얀마는 왜 주목을 받지 못 했는가?

미얀마 국기

미얀마는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나라며, 1989년 버마에서 미얀마로 국명을 변경했다. 면적은 한반도의 3배가 넘으며, 다민족 국가이나 인구의 70% 정도를 버마족이 차지하고 있다. 공용어는 버마족이 사용하는 버마어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5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오랜 기간 동안 네윈 (U Ne Win) 장군의 군부 통치 아래 있었으며, 민주주의를 위해 국가 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인 아웅산 수치 (Aung San Suu Kyi) 여사가 투쟁해왔다. 아웅산 수치는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의 인야 호수 (Inya Lake) 옆 자택에서 14년간 연금이 되어 있었으나, 2016년 미얀마가 총선을 치름으로써 수치가 이끄는 NLD당이 압승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얀마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로부터 제재를 받아 출입이 자유롭지 못 했다. 최근 일어난 정치적 변화로 인해 개방이 많이 되었으나, 소수민족이 사는 미얀마 북부와 동부의 몇몇 지방은 아직도 외국인에게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태국보다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방문하는 관광객 수는 훨씬 못 미치는 미지의 나라임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또한 군부의 독재 하에 서민들은 가난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으며, 한 때 동남아 최강 국가였던 미얀마의 국가적 위상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캄보디아가 태국에 철저히 짓밟혀 씨엠립을 비롯한 앙코르와트 지역을 프랑스 식민지가 됨으로써 되찾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태국은 동남아의 강국이었다. 그러한 태국조차 수도를 아유타야에서 방콕으로 옮길 정도로 미얀마는 동남아 최대 강국이었던 것이다. 군부의 압력 아래 가난한 나라로 살 수밖에 없었던 미얀마는 최근 정치적 변화와 더불어 풍부한 천연자원과 값싼 노동력으로 옛날의 영광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미얀마를 꼭 방문해야 하는 이유

그럼 여행자의 천국인 태국을 옆에 두고 왜 비자까지 발급해가면서 미얀마를 가야 할까?

태국은 방콕 주변 지역과 북부 지역을 주제로 한 달 동안 여행한 적이 있었다.

방콕과 치앙마이, 빠이 같은 도시는 "여기가 서양인가?"라고 느낄 정도로 엄청난 수의 백인들과 함께 여행자의 천국임을 체험할 수 있었고, 고산족이 사는 치앙라이, 매홍손 같은 곳에서는 태국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태국 동부인 피마이 같은 곳에선 앙코르와트의 축소판인 힌두교 사원도 볼 수 있다. 태국 남부를 방문하진 못 했지만, 대한민국 국민들도 들어봄직한 푸껫, 파타야, 코사무이와 같은 스쿠버다이빙 천국도 있다.

이에 반해 미얀마는 아직도 밤에 종종 전기가 끊기며, 여행자들이 모일 만한 바도 없으며, 외국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고산지역은 방문이 불가능하다. 미얀마의 남부지역인 메익 (Myeik Archipelago)는 태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비싸며, 여행자 수도 훨씬 적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미얀마는 반드시 방문해야 할 국가다. 위에 언급한 단점들이 오히려 미얀마의 장점이 되는 것이다. 태국의 방콕은 수많은 고층빌딩에 둘러싸여 점점 더 서울과 큰 차이가 없는 매력 없는 도시가 되어 가고 있으며, 빠이 같은 태국 북부 일부 지역은 배낭자의 천국임을 빌미로 현지인과의 삶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질되었다. 몇몇 태국의 택시기사들(특히 오토바이 택시)은 상당히 불친절하고 정직하지 못 하다. 태국은 현지인들이 외국인 여행자들을 너무 자주 보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그들을 돈벌이로밖에 보지 않는다.

미얀마 옛 수도 양곤 시내의 중심, 술레 파야 (Sule Paya). 양곤은 미얀마 최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고층빌딩이 얼마 없어 시야가 확 트인다. 

미얀마는 수도인 양곤조차 밤에 가끔 전기가 끊기고, 여행자들을 위한 기반 시설도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방콕의 왓 프라깨우나 서울의 경복궁이 고층빌딩에 파묻혀 출입문에 가서야 존재를 파악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양곤은 쉐다곤 파야 (Shwedagon Paya)나 술레 파야 (Sule Paya), 보타퉁 파야 (Botatung Paya)와 같은 주요 사원들이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빌딩의 높이가 낮다. 방콕 시민들이 현대 문명에 길들여져 백화점을 찾는 것과 달리, 양곤은 아직도 시장이 주요 물품 거래 장소일 정도로 옛 아시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양곤 시내는 방콕에 비해 혼잡하고 교통체증도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점점 획일화되어 가는 현대인의 삶에서 아직도 수십 년 전처럼 살아가는 미얀마는 변질된 주변 동남아 국가들에 비하면 아직도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양곤이 다른 동남아 나라의 수도들과 비교해 좋은 점 중 하나는 오토바이나 툭툭이 없다는 것이다. 미얀마 정부가 오토바이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양곤 시내에서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했기 때문인데, 덕분에 양곤의 공기는 방콕이나 프놈펜처럼 탁하진 않은 느낌이다. 비용을 아끼고자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하거나 툭툭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여행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곤은 택시 비용이 싸고 기사들도 정직하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한다고 해서 비용이 크게 들지는 않는다. 미터기를 켜진 않지만, 가까운 거리가 1,000짯(Kyat, 우리 돈으로 1,000원 정도), 양곤 시내 가장 먼 곳(예를 들어 양곤국제공항)이라도 8,000짯(Kyat)이면 택시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양곤 주요 시장 중 하나인 쎄인지 제이 (theingyi zei). 양곤시민들이 생활품을 구입하기 위해 찾는 장소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사원 (Angkor Wat)을 방문해 보았는가? 앙코르사원은 일찍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고,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릴정도로 아름답고 경이로운 곳이다. 미얀마에도 앙코르사원과 버금가는 곳이 있다면 믿어지겠는가?

바간(Bagan)은 양곤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버스를 타고 10시간 정도를 이동해야 할 정도로 먼 곳에 위치한다. 바간이 위치한 미얀마 중부지역은 드라이 존(Dry Zone)이라 일컫는데, 3월~5월에는 최고온도가 45도에 육박할 정도로 더운 곳이니 더위에 민감한 여행자라면 이 기간 동안 방문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바간에 수많은 여행자들이 찾긴 하지만, 씨엠립과 달리 화려한 밤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없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유적을 탐방하고자 하는 여행자들에게 최적의 장소가 바로 바간인 것이다.

불교 사원의 천국 바간(Bagan). 미얀마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지역 중 하나이다.

바간은 1975년 지진으로 인해 많은 사원들이 무너졌지만, 복원을 끝낸 후 평원 지역에 2,000개가 넘는 사원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여행자들은 보통 e-bike를 대여해 바간을 둘러보며, 2~4일 여정으로 중요한 사원들을 방문할 수 있다. 바간에서 꼭 봐야 할 것이 일출과 일몰인데, 수많은 사원의 탑 위로 뜨고 지는 해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이다.

바간 부레디(Buledi)에서 본 일몰.

미얀마의 또 다른 면모를 보고 싶다면 인레 호수(Inle Lake)로 가면 된다.

캄보디아는 크메르족 외에 다른 민족을 보기 힘들고, 태국은 카렌을 비롯한 많은 민족을 볼 수 있지만, 고산 민족들을 만나면서 멋진 광경을 보긴 힘들다.

미얀마 동북부 지역인 인레호수는 예로부터 인타(Intha)족과 샨(Shan)족이 공존하며 살아온 지역이다. 인레호수는 이들에게 물과 물고기, 농사 지을 수 있는 풍요로운 땅을 제공해주었다. 인레호수는 해발 800m 지역에 위치해 바간이나 만달레이에서 더위에 찌든 여행자들의 다음 행선지로 알맞은 곳이다.

인레호수의 주요 도시인 느왕쉐(Nyaungshwe)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못 한 곳이라, 비행기를 타면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헤호(Heho)에 가야 하며, 버스를 이용해도 도로 사정이 열악해 거리에 비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여정 동안 쌓인 피로를 모두 풀어줄 만큼 인레 호수는 아름다운 곳이다.

인레 호수의 어부

인레 호수의 면적은 어마어마해서 수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함에도 북적인다고 느끼기 힘들다. 세로 길이 22km, 폭이 11km, 면적이 116㎢나 되니 말 다 했다. 물을 비축해 놓거나 전력 생산으로 쓰이는 대한민국의 인공 호수들과 달리, 인레 호수는 자연호수로서 수많은 사람들이 호수를 터전으로 생활하고 있다. 크게 볼거리는 없어도 호수 자체에 있다는 것 자체로 만족감과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관문도시인 느왕쉐(Nyaungshwe)에 묵으면서 인레호수를 봐도 되지만, 인레 호수에 있는 수상가옥에 묵어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다. 수상가옥에 묵으면서 인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인레호수 위로 떠오르거나 지는 해를 보는 것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인레 호수 (Inle Lake)의 수상가옥들

인레 호수의 수많은 사원들은 양곤이나 바간 같은 미얀마 다른 지역들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 인레 지역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은 Five-day Market이라 불리는 5일장인데, 상인들이 인레 호수의 주요 마을들을 돌면서 각 마을마다 5일에 한 번 열리는 시장이다. 인레 호수의 주요 마을들 대부분이 5일장을 여는데, 때 묻지 않은 몇몇 시장 중 하나가 타웅 토 (Thaung Tho)에서 열리는 시장이다. 짐을 짊어진 상인들이 배를 타고 오가는 모습, 우마차를 이용해 물건을 팔러 나온 동네 주민들, 지역 식자재를 이용해 만든 음식을 파는 아주머니, 관광객들을 상대로 기념품을 파는 젊은 남자, 작은 마을에서도 볼 수 있는 불교사원 등이 어울려 세계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다.

타웅 토 (Thaung Tho) 5일장에 물건을 팔고 돌아가는 아주머니들

최대한 빨리 가자

대표적으로 소개한 3곳 외에도 미얀마의 넓은 땅덩어리 속에 방문할 만한 곳은 무궁무진하다. 아직은 많은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에 들어있지 않은 나라지만,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확실히 다른 독특한 매력을 가진 나라가 바로 미얀마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미얀마도 태국이나 베트남, 캄보디아처럼 여행자로 발 디딜 틈 없는 나라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북촌 한옥마을이나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등이 명성을 얻은 뒤에 어떻게 바뀌는지 대한민국 여행자들은 알 것이다. 물론 기반시설을 구축한 뒤에 얻을 수 있는 편안함, 깨끗함 들도 중요하긴 하지만, 한 번 변화하면 옛날 모습을 다시는 찾기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얀마는 변화하기 전 최대한 빨리 방문해야 할 국가 중 하나일 것이다. 우기가 끝나는 2016년 11월 ~ 2017년 2월 미얀마로 가는 항공권과 비자를 준비해 두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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