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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O Jul 24. 2017

가로수길 아닌 샤로수길!

가로수길과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서울대 골목 여행

샤로수길이라고?

샤로수길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가로수길을 착각한 거 아니냐고 되묻곤 한다. 강남 압구정의 가로수길은 대한민국의 웬만한 젊은 사람들은 다 한 번씩 들어본 유명한 길이지만, '샤로수길'이라니 뭐하는 곳인지 감도 오지 않는다. 서울의 골목 여행을 좋아하는 나도 샤로수길이라는 이름을 매체를 통해서가 아닌 동생에게 들었다.

"내가 자주 데리고 가던 그 골목 있잖아. 거기에 갑자기 이름이 붙여져서 샤로수길이라고 하더라고."

알고 보니 개성 있는 맛집들이 생기기 시작해 입소문을 타던 골목이 패러디되어 샤로수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였다. 유명해지기 전에도 몇 번 들러 식사를 해결하곤 하던 골목이었지만, '샤로수길'로 불리면서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고 그만큼 개성 있는 가게들도 많이 생겼다. 이 정도면 더 이상 '가로수길'의 아류가 아닌 '샤로수길'만의 특색을 가진 매력 있는 골목이 된 것이다. 가로수길보다 크기도 작고 밤에 돌아다니면 음침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샤로수길은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관악구의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샤로수길이라는 이름의 시초가 된 서울대학교 정문 (출처: 나무위키)

샤로수길

샤로수길 입구 (출처: 월간맛집)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내려 서울대학교 방면으로 150m 정도 걸으면 샤로수길 입구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인다. 예전에 종종 찾아갔을 때와 달리 이제는 떳떳하게 내가 샤로수길임을 밝히는 모습이 참으로 당당하고 멋있어 보였다. 골목길의 풍경을 처음 접한 사람은 샤로수길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할지도 모른다. 입구는 떡하니 있지만 가로수길처럼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는 것도 아니고 낡고 오래된 주택들밖에 없는데 여기가 뭐가 개성 있다는 건지 의아해할 것이다. 하지만 골목 여행의 매력 중 하나가 골목을 샅샅이 뒤져보면서 숨겨져 있는 맛집과 술집을 찾는 것이 아니겠는가. 분명 샤로수길을 조금만 걷다 보면 "와, 여기에 이런 가게들이 있다니!"하면서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샤로수길의 낮 풍경. 가로수길에 비해 건물도 낡고 길도 좁지만 꼭 한 번 찾아가 볼 만하다.
샤로수길은 재래시장과 연결되어 있어 사람사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샤로수길은 이태원, 경리단길, 가로수길, 성수동 골목과 더불어 서울을 대표하는 골목 중 하나로 우뚝 섰다. (물론 유명세는 열거한 길들에 비해 덜하지만) 포털 사이트에서 '샤로수길'이라고 검색만 해도 이쁘장한 그림과 함께 맛집들을 안내한 블로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래 그림도 블로그들 중 하나인 한화데이즈에서 참조한 것인데, 샤로수길의 매력 있는 가게들을 잘 안내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샤로수길에서 찾을 수 없는 음식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맛집들이 있으므로 먹고 싶은 음식을 정하고 가게를 정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한화데이즈에서 소개한 샤로수길 맛집 (출처: http://blog.hanwhadays.com/3932)

수다메리카

전화번호: 070-4521-9421

영업시간: 17:00~24:00 수요일~월요일 (둘째, 넷째 주 일요일 휴무)

메뉴: 마땀브레 데 쎄르도 16,000원, 암부르게사 우루과샤 8,000원, 비스떽 알 로 뽀브레 23,000원

수다메리카를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수다메리카가 샤로수길이라고 불리기도 전에 자리 잡은 터줏대감이자, 샤로수길에서 가장 먼저 찾은 맛집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수다메리카가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때마침 내가 동생을 만나러 서울로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저녁을 뭐 먹을까 고민하던 중, 동생이 남미 음식을 하는 특이한 식당이 생겼다고 가보자고 제안했다. 세상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강남도 아니고 서울대입구역에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한 편으로 놀랐고 남미 음식을 먹어본 적도 없기 때문에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당시만 해도 골목은 한적했고, 수다메리카 내부에도 나이 지긋하신 부부 한쌍이 주인 분과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부부는 젊었을 적 남미 여행을 다녀온 듯했고, 그 여행의 추억을 하나씩 꺼내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도 동생도 남미 음식이 뭔지도 몰랐기 때문에 추천 메뉴에 적혀 있던 마땀브레 데 쎄르도(아르헨티나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암부르게사 우루과샤(우루과이식 햄버거)를 주문했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목축업이 발달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남미 음식이 육류를 중심으로 한 스테이크라는 사실을 식사를 하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음식 구성은 간단했고 고기 맛도 특별하진 않았지만, 남미 요리라는 특별함과 맛있는 소스 덕분에 만족할 수 있었던 식사였다. 칠레식 소등심 스테이크도 유명하다고 하니, 고기를 좋아하고 남미 음식이 끌리는 사람들은 샤로수길에 들리면 꼭 한 번 방문할 만한 곳이다.

수다메리카 입구. 샤로수길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에 찍은 사진이다.
수다메리카의 주인 내외는 남미 여행을 다녀 온 뒤, 남미음식을 주제로 한 식당을 차렸다. 아래 음식은 순서대로 마땀브레 데 쎄르도, 암부르게사 우루과샤이다.


저니 (Journey)

전화번호: 02-3285-3955

영업시간: 17:00~02:00 일요일~목요일, ~3:00 금요일, 토요일

메뉴: 저니 버거 8,500원, 저니 비어 6,000원

저니(Journey)는 미얀마 비자를 발급받으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린 펍이다. 샤로수길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작으며, 심지어 간판조차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떡하니 'Journey'라고 써놓은 간판은 손님들을 모으려 하기보다 음식과 맥주에 자신이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오후 5시 30분 정도에 방문했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몇몇 손님들이 햄버거와 맥주를 먹고 있었다. 치킨과 맥주로 표현되는 '치맥', 피자와 맥주로 표현되는 '피맥'은 이미 한국인들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지만, 햄버거와 맥주를 함께 먹는 '버맥'은 한국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맥도날드도 '버맥'을 유행시키려고 한국에서 맥주를 팔기 시작했지만, 이번 7월에 1년 만에 맥주 서비스를 중단시킴으로써 '버맥'을 사실상 포기한 듯한 상황이다. 'Journey'는 버맥을 즐겨먹는 소수의 사람들이 방문하면 안성맞춤인 곳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저니 버거'와 '저니 맥주' 모두 맛있으며, 매장이 작지만 분위기가 있어 둘이서 조용히 이야기하며 맥주를 즐기기 좋다. '버맥'에 익숙하지 않지만 시도해 보고 싶은 사람들은 샤로수길에 들러 'Journey'에서 저녁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저니(Journey) 입구
저니는 햄버거와 맥주를 함께 먹을 수 있는 펍이다.


프랑스홍합집

전화번호: 02-882-1705

영업시간: 17:00~02:00

메뉴: 홍합 오리지널 (2인) 13,900원

프랑스홍합집은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불금에 방문한 곳이다. 수다메리카 바로 옆에 있으며, 저녁이 되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차는 맛집이다. 당시 친구와 강남에서 만났으나 친구가 가려고 했던 맛집은 만석이었고 대안으로 특별한 매력 없는 고깃집에 갔다. 평범하게 저녁을 해결한 후 강남의 혼잡하고 시끄러운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 친구에게 샤로수길로 가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신림에 살았던 친구는 어차피 가는 방향이라 상관없다며 내 의견에 동의했고, 2차로 간 곳이 바로 '프랑스홍합집'이다. 프랑스홍합집이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주메뉴는 홍합 단 하나이다. 소스 종류별로 4개 메뉴로 나뉘는데, 우리는 홍합 자체의 맛을 더 느끼고 싶어서 홍합 오리지날로 주문을 했다. 프랑스에 가 본 적이 없어 프랑스인들이 홍합을 즐겨먹는지도 모르지만, 실제 이런 요리가 있다면 (당연히 있겠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홍합을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아는 사람들이다. 보통 홍합 하면 짬뽕이나 탕에 익혀서 국물 맛과 함께 먹는 게 다지만, 프랑스홍합집에서 먹는 홍합은 똑같은 재료를 썼음에도 뭔가 홍합의 맛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 듯 보였다. 배가 이미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때 먹은 홍합의 맛은 아직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프랑스홍합집은 기억에 남는 맛집 중 하나이다.

프랑스 홍합집. 저녁이면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찬다.
프랑스 홍합짐 메뉴는 정말 단출하다. 홍합이라는 메뉴 하나에 정말 자신이 있는 것 같았다. 아래는 홍합 오리지날 (2인)
프랑스 홍합집도 샤로수길의 다른 가게들처럼 규모가 작으니 일찍 찾아가는 것이 좋다.


심야식당 키요이

전화번호: 070-8867-5700

영업시간: 18:00~03:00

메뉴: 스끼야끼 20,000원, 가라아게 9,000원

샤로수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심야식당 키요이다. 혼술 문화가 늘어나는 요즘, 심야에 식사를 해결하면서 술 한잔 마실 수 있는 키요이는 샤로수길에 들리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 중 하나다. 서울대학교 학생이나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오픈 전에도 줄 서 있는 곳이며, 음식도 매번 바뀔 정도로 주인분들의 열정도 대단한 곳이다. 보통 밤에 여는 식당을 생각하면 맛은 뛰어나지 않지만 배 채우기 좋은 곳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키요이는 이런 편견을 날릴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준다. 고정된 인기 메뉴와 더불어 주기적으로 바뀌는 메뉴는 키요이만이 가진 매력이다. 나와 친구는 고정 메뉴인 스끼야끼를 먹었는데, 계란에 찍어먹는 그 맛이 일품이었다. 일본 맥주를 스끼야끼와 곁들여 먹으니 맛이 더 배가되는 것 같았고, 다음번에 만나면 또 여기서 먹자고 다짐할 정도였다. 내부엔 바 테이블도 있고 2인 테이블도 있어, 혼자 와도 괜찮고 둘이서 와도 좋은 곳이다.

키요이 오픈시간인 6시 전에도 이미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심야식당 키요이 내부
키요이에서 먹은 스키야키. 계란에 담궈먹는 맛이 일품이다.


아모르미오

전화번호: 070-8229-1456

영업시간: 10:00~01:00

메뉴: 브루잉 커피 5,000원

아모르미오는 샤로수길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 카페이다. (서울대입구역보단 낙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걸어가는 것이 더 가깝다.) 약간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찾아가기 힘들지만, 애써서 찾은 수고를 결코 헛되게 하지 않을 정도로 커피가 맛있는 곳이다. 카페 대표인 박승규 바리스타는 바리스타 챔피언쉽 파이널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을 만큼 실력이 뛰어나며, 그 실력이 바탕이 된 커피는 다른 어느 카페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맛을 자랑한다. 커피뿐 아니라 각종 디저트도 제공해주기 때문에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곳이다. 위치가 그다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방문했을 때 많은 사람들로 꽉 차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그만큼 커피가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며, 샤로수길에 방문했다면 발품을 좀 더 팔아 아모르미오에서 커피 한 잔 꼭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아모르미오 입구
아모르미오 메뉴
아모르미오에서 먹은 브루잉커피


미도정육점 직영식당

전화번호: 02-877-1114

영업시간: 11:30~23:00

메뉴: 꽃등심 1인분 (200g) 19,400원

추운 겨울날 일이 생겨 서울로 올라왔을 때였다. 일을 마치고 동생과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고생한 내가 안쓰러웠는지 소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정말 싸고 맛있는 곳이 있다며 아는 사람만 찾는 곳이라고 실망하지 않을 거라며 나를 다독인 후, 시장 한가운데로 나를 끌고 갔다. 낙성대역에 있는 인헌시장이라는 작은 시장이었는데, 밤이라 한산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추운 날씨임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미도정육점이라는 가게엔 사람들이 줄 서서 소고기를 고르고 있었고, 동생은 익숙했는지 카운터로 가 이것저것 고기를 고르고 계산을 했다. 소고기를 덥쑥 집어 든 동생은 지하로 가자면서 날 안내했고, 지하에 가니 가게 앞에서 봤던 사람들이 앉아서 불판에 소고기를 굽고 있었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는 대신 소고기를 정말 싼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이 미도정육점 직영식당이다. 오랜만에 먹었던 소고기는 추웠던 그 날 하루를 정말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고, 뒤에 먹은 육사시미 또한 최고의 맛을 선사했다. 아, 이게 동네 숨겨진 맛집의 매력이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고, 동생이 추천해주는 맛집은 웬만하면 믿고 따라가는 계기가 된 날이었다.

미도정육점이 있는 인헌시장 (중구의 인현시장이랑 헷갈리면 안된다.)
미도정육점에서 먹은 등심. 1층에서 고기를 구입한 후 지하로 내려가 먹으면 된다.
미도정육점 육사시미


관악구의 자존심 샤로수길!

서울은 사람이 많은 만큼 매력이 넘칠 수밖에 없는 도시다.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특색 있는 골목들이 생길 기회도 많고, 아이디어 넘치는 젊은 사람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명동이나 강남 같은 곳에서 보기 힘든) 멋진 장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서울의 골목들을 걸으면서 특이한 가게와 맛집들을 찾는 것은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수많은 혜택 가운데 하나이다. 이런 골목 투어는 여름이나 겨울 같은 극한 환경에서 하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거나 혹한 겨울바람이 불 때 관광지를 찾는 것보다, 서점이나 카페, 식당에서 책을 읽거나 옆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즐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주말에 샤로수길을 찾아 골목 여행이 지닌 매력을 실컷 만끽해보는 것, 내가 서울여행을 하면서 느 가장 큰 행복 중 하나이다.


출처: 한화데이즈 블로그 (http://blog.hanwhadays.com/3932)

         월간식당 (http://month.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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