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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얄루루 Jan 24. 2022

어쩌다 그린란드(6) 그린란드 미라와 박물관

이런 저런 생각이 많던 날


개인적으로 지루해할 분야인 것을 알면서도 여행을 하면 박물관 한 번쯤은 가야 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그린란드 국립박물관으로 옮겼다. 겨울에는 비수기인지 유료로 운영되는 박물관의 입장료가 무료였다. 박물관으로 걸어가던 이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따뜻했던 기억에 온전히 남아있다. 온도, 햇빛, 습기... 모든 게 상쾌하고 시원했던 날. 그린란드에서 처음 본 해였는데 그렇게 포근할 수가 없었다. 광합성은 역시 행복해. 

 

   

박물관 가는길, 박물관 도착!
문 열려있어요~ 


박물관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글 보면 자는 사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역시나 조각, 공예품 구역을 지나 역사관으로 들어오니 급하게 피곤이 몰려왔다. 수많은 텍스트를 더군다나 영어로 마주하니 열심히 읽다 결국 박물관 시설로 눈이 돌았는데 어디서든 앉아서 볼 수 있게 1인용 미니 의자가 배치되어 있는 것이 인상 깊었다.

뭔가 낯설지가 않은 사람들...?
귀여웠던 조각품

줄어드는 호기심에도 불구하고 나의 발걸음을 붙잡은 구역은 바로 미라 전시실이었다. 박물관 구석진 곳 아주 작은 방으로 들어가니 1475년대의 미라 4구가 전시되어 있었다. Qilakitsoq 근처 지역에서 발굴되어 Qilakitsoq mummies라 불리기도 한다고. 그중 생후 6개월 정도였던 아주 작은 남자아이의 미라도 같이 있었는데 그 상태가 정말 놀랍도록 온전했기에 그와 마주하고 있는 순간이 무서워지며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카메라를 들어 담으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해지면서도 지금은 죽음의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나와 같이 숨이 붙어있던 사람들이었다고 믿기 힘들었다. 태어나면 죽는 것이 마땅한데 사실 아직은 죽음에 대한 친숙도가 낮아 낯설게만 느껴졌다. 무언가 새로움을 찾기 위해 그린란드까지 왔지만 우리가 도달하는 지점은 같을 수밖에 없다는 익숙한 결말을 느낀 채, 조금 더 삶을 나만의 것들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을 끝내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깨끗한 바다와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한참을 마음속에 새기며 바라보다 숙소로 돌아왔다.      

Suisi Pilluarpisi Sumut kilippisi?


또 다른 날, Nuuk Art Museum 향했다. 동절기 무료인 국립 박물관과는 달리 특정일에만 무료로 진행되고 있으니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필수.

Nuuk Art Museum

방문 당시 ‘Tupilappassuit’이라는 주제의 전시가 진행 중이었는데 전시 소개서에 의하면 Tupilappassuit 은 tupilaks의 복수형이었다. 여기서 또 tupilaks 은 무엇이냐, 다양한 동물 사체, 인간의 시체 등으로부터 만들어진 악한 영혼이라고 한다. 유럽인들이 처음 그린란드에 왔을 때 흥미를 보여 조각으로 형상화해 보여준 것이 지금의 그린란드 대표 기념물이 되었다고 한다. (발 번역) 

친구가 기념품으로 구매한 Tupilaks. 이것은 사람과 말의 혼종인가..?


이해하기로는 약간의 부적 같기도 한데 우리나라 마을 입구마다 있었던 정승 느낌으로 최대한 무섭게 만드는 것이 잘 만들어진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조각들이 사람과 동물이 합체된 정말 말 그대로 끔찍한 혼종이었는데 세상 모든 배합을 다 갖다 붙인 느낌이었다. 사람의 신체가 너무 적나라해서(19금) 감히 사진 찍을 엄두도 못 냈다. 그린란드를 다니면 이러한 조각품을 흔히 볼 수 있으니 미리 Tupilaks에 대해 알아보시는 것도 추천한다. 

건물 지하로 걸음을 옮기니 그린란드의 자연을 주제로 그려진 그림들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Tupilak 전시보다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사진 마냥 사실적으로 그린 사람들이 그저 대단할 뿐이었고, 예나 지금이나 경이로운 자연에 감동할 뿐이었다. 여기 그림들을 엽서로 팔면 꽤 잘 팔릴 것 같았는데 기념품 데스크에서는 그린란드 역사책들 정도만 판매하고 있어서 아쉬웠다. 


너무 좋았던 그림들


여행을 통해 나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점이라면 텍스트를 싫어한다면서 나름의 정보는 다 읽은 나... 사실 진심이 아닐 수도? 어쨌든 오늘도 누크는 눈과 함께 였고 어느새 적응해버린 한국인 여행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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