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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얄루루 Jan 26. 2022

어쩌다 그린란드(7) 드디어 오로라

여행 반도 안 지났는데 버킷리스트 달성!

짜릿한 여행을 꿈꿨지만 사실 찐 집순이들의 여행인 만큼 스펙터클 하진 않았다.

그래도 그린란드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것만큼은 꼭 해보자라는 리스트가 있었는데 친구는 오로라 보기, 나는 그린란드 연어 먹기였다. 오로라는 인간의 영역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기에 먹구름이 사라지길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그린란드 연어를 먹기 위해 매일 마트에 출석해 덴마크어로 연어를 뜻하는 'Laks' 여부를 물어보았다. 다음 주에는 있을 거라는 희소식을 들은 후 마냥 기다리기 시작했다. (매일 물어본 직원분이랑은 안면이 트여서 길가다 서로 알아보고 인사한 적도 있다 ㅋㅋ)

그리고 그렇게 기대하던 그다음 주! 주황빛 연어를 품에 안은 뒤 숙소로 돌아와 한국에서부터 공수한 초장과 재빠르게 세팅했다.  행복한 마음으로 입에 넣기 전 생각지도 못한 비린내에 바로 손이 멈칫했다.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그냥 먹어볼까 했지만 이미 코에서부터 주춤거리는 게 먹으면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 뻔했기에 알 수 없는 구이로 먹었다는 후문. 그래도 나름 목표한 것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겨울이라 연어잡이 배들도 자주 출항하지는 않는 느낌이었고 그리고 인터넷에 찾아보니 연어 철은 여름이었다는 뒷북 정보 찾기 두둥. 나중에 여름에 오면 맛난 거 많이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하나라도 아쉬움을 남겨야 또 오겠지 언젠간.  

이렇게 풍경이 좋았다고요...?

그리고 이날 하늘이 유난히 맑았는데 일주일 넘게 몰랐던 집 뒤 큰 산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정도였다. 이를 보고 좋은 기운을 받았는지 저녁 식사 후 내내 하늘만 보던 친구는 갑자기 다급하게 나를 불렀고 그 시선 끝에는 하늘의 넘실거리는 초록빛 바다 오로라가 있었다.  파이프 오르간이 하늘에서 연주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아니면 하늘에 달린 커튼 같다고 해야 할까. 아니 지구를 피아노 삼아 하늘에서 건반을 누르는 것처럼 무언가 한음 한음 눌리는 게 보였다. 카메라 설정을 이리저리 바꾸며 어떻게든 이 순간을 담아내려는 내 노력을 무시라도 하듯 짧지만 강렬했던 오로라는 그렇게 우리 곁을 매정하게 떠나갔다. 북극까지 왔는 또 한 번 우리에게 나타나 주지 않을까, 찰나의 순간을 보낸 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카메라를 내려놓아야 했다. 그래도 그동안 고대하던 자연의 신비를 눈앞에서라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큰 감동이었기에 밤새 친구와 감정을 공유했다. 마치 누구 하나 섭섭하지 말라는 듯 두 친구의 위시리스트가 같은 하루에 이루어져서 더 잊지 못할 밤이었다.


몇 장 담아본 오로라 사진

누크에서 마지막 날, 그동안 모아두었던 재활용품들을 가지고 마트로 향했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 실행되는 공병 수거제를 이곳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그 수익이 나름 짭짤해 (맥주를 엄청나게 마셨구나 우리) 내일 있을 일루리사트 이동에 간식으로 먹기 좋을 초콜릿도 구입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장갑이 니트 장갑이 너무 얇아서 새로운 스키 장갑도 구입했고 여기저기 구경 중 뜬금없이 보이는 한글도 너무 신기했다. 이제 누크도 정말 마지막이구나. 우리에게 오로라를 보여줘서, 맛없는 연어를 주어서 고마웠다!

누크에서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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