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만에 새로운 도시로
누크를 떠나는 날
멋진 숙소를 제공해준 에어비앤비 주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가져온 한국 다과와 편지 한 통을 남기고 나왔다. 아침 비행기였기 때문에 일찍부터 예약한 택시를 타고 체크인 정석 시간인 2시간 전 공항에 도착했지만 손님은커녕 직원도 없었고 적막 그 자체였다. 설마 비행기가 벌써 떠난 것은 아닐 테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며 공항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30분이 지났을까, 우리를 발견한 직원이 화들짝 놀라며 수하물 체크인을 해주었다. 그렇게 또 30분이 지나자 같이 탈 승객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결국은 한 시간 전에만 오면 되는구나.
출발시간이 되었지만 갑자기 쏟아지는 눈에 상당히 지연되었는데 공항 내 안내방송은 그린란드어로만 진행되어 상황 판단이 어려웠다. 우리를 두고 떠나면 안 되는데 온갖 걱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행기 시간은 지연되었지 다음 비행시간 승객들은 계속해서 공항으로 밀려들어오지 그린란드 도착 이후 처음으로 엄청난 인파를 보았다. 직원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엔 너무나도 바빠 보여 우리 다음으로 체크인 한 가족들을 곁눈질로 보면서 가는 건가 아닌 건가 눈치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가 바뀐 것 같은 공항 내 텔레비전 스크린을 보고, 아니 사실 일어날 채비를 하던 그 가족들을 보고 게이트로 향했다. 보안검사 따윈 사치였는지 검사대 위에 가방을 올려 둔 나를 보며 그냥 지나가라며 손짓을 하는 직원도 너무 신기했고, 고새 쓸어놓은 눈 밭에 작은 길도 신기했다.
프로펠러가 돌며 하늘을 향해 달리는데 이 날 비행기 트라우마가 또 돋을 뻔했다. (트라우마의 시작은 남미 여행 중 볼리비아행 비행기를 타다 급 하강하여 엉덩이가 좌석에서 떨어졌던 날. 그 뒤로 비행기 탈 때마다 안전벨트를 매우 꽉 메는 버릇이 생겼다). 앞서 말했듯이 눈이 갑자기 많이 와서 그런지 비행기가 심하게 요동쳤고 안정적인 고도를 찾으려는 듯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평소라면 잡을 일도 없는 친구의 손을 잡고 기도를 하면서 괜히 여기까지 왔나 후회까지 했다. 출발 후 20분 정도가 지났을까 다행히 비행기는 안정을 되찾았고 우리도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일루리사트에 다 달았을 때쯤 바라본 창가의 풍경은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행기의 무서움 따위는 잊게 해주는 새로운 지평선, 이래서 내가 여행을 계속하는 것 같다.
일루리사트 도착
벌써 적응이 된 1층 높이의 공항.
마지막 사진 왼쪽 창문에 사람들이 그린란드 국기를 들고 있는데 , 같이 탔던 승객 중 신생아가 있었던 가족을 환영하는 인파였다. (우리가 곁눈질로 보던 그 가족이 맞다ㅋㅋ) 진짜 갓 태어난 신생아라 세상 작았는데 어머니가 누크에서 출산하시고 일루리사트로 오시는 길인 것 같았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또 형제들의 모습이 따뜻해 공항 내 분위기가 훈훈했다.
그리고 택시로 숙소 이동 중 보았던 일루리사트의 풍경.
이번에는 계단이 가득한 숙소에 도착했다. 또다시 캐리어를 들고 낑낑 내려왔지만 그 고생을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 바다를 넓게 볼 수 있는 시야가 환상적이었다.
빙하의 도시 일루리사트 도착! 또 다른 설렘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