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오스에서 만난 사람들. 2012.
내 첫 번째 동남아 여행.
라오스 루앙프라방, 그리고 무앙느이.
난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었다. 아이들의 보면 그 눈높이로 이해해야 하고, 돌봐줘야 할 대상이라고 느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귀찮은 마음이 앞서서 좋아하지 않은 것 같고, 아이들의 모습에 익숙해지기에는 내 주변에는 아이들이 너무 없었다.
그런데,
라오스에서 내가 찍은 사진은 내가 만난 사람들은 아이들이 가장 많았다. 나중에 사진을 보고는 좀 난감했다.
발길 닿는 대로 걸은 강가에서 학교 교실과 운동장에서 나는 그들을 만났다.
강가에서 만난 아이들은 강에서 놀고, 씻고, 양치질을 하고 모든 것을 강에서 해결했다. 나중에서야 그 아이들의 옷이 꼬질 꼬질한 이유도 알았다. 강물 자체가 흙물이라서 강에서 가까이 생활하는 아이들의 옷은 깨끗이 빨아도 흙물이 배어 있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서로 모르던 사람들이 손짓, 몸짓으로 서로 대화를 하면서. 뭔가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된 것 같다.
라오스에서 만난 어른들도 처음에는 너무 꼬질 꼬질 해 보였다. 하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들고 배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자신이 만들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서 팔고, 자신이 만들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팔고 나누고...
그들은 기계의 힘을 빌리기보다는 자신의 몸을 사용해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불평을 하거나 답답함을 말하지 않았다. (기계를 경험하지 못해서 불편함을 몰랐던 것일까?)
그래서 그들은 편안해 보였다. 자신의 몸으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욕심부리지 않고 생활하는 모습.
막상 학교에 선생님은 보이지 않고, 아이들은 교실에서 자유롭게 공부하고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낯선 여행자를 구경하기 위해서 창문으로 모여들었다. 교실 안에는 구석에 한글이 적힌 칠판도 있었고, 천장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종이 장식품도 걸려 있었다.
공부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그 시간에 모여 앉아서 놀고 있는 것에 가까웠다. 아이들은 그냥 그 시간을 즐길 뿐이었다.
무앙느이에서 루앙프라방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 각국의 여행자들이 모였다. 배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던가.... 우리는 왜 저렇게 티켓 박스에 모여 있었을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루앙프라방으로 돌아오는 배는 계속해서 멈추고 사고를 일으켰고 그때마다 우리는 힘을 합해서 짐을 내리고 배를 고치고, 비상 연락을 취했다. 배를 운전하는 아저씨와는 말이 통하지 않았고 우리는 정말 루앙프라방에 도착할 수 있나를 생각하면서도 그 상황을 즐기면서 힘을 합했다.
망가진 배를 고칠 사람을 기다리면서 강가에 앉아 수다를 떨고, 몇몇은 알지도 못하면서 배를 고쳐 보겠다고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작은 나룻배에 그 많은 사람들과 짐을 싣고 3-4시간을 강물의 흐름에 배를 맡기고 내려온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 나룻배가 항상 운행되는 것도 신기하다.
(몇 년 후 루앙프라방을 가는 친구에게 무앙느이를 소개해줬고, 돌아오는 길은 배를 타고 와도 된다고 알려줬는데, 그 친구 말로는 배가 없어졌다고 했다. 정상적으로 운행할 배가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라오스 사람들에게 메콩강은 생존을 위한 장소이다. (동남아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들은 그 흐릿한 진흙물처럼 보이는 강에서 생활을 하고, 생존에 필요한 물고기 등을 잡고, 그 강을 건너 이동하고, 그 강에서 쉬고 즐긴다.
배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것처럼 보이는 작은 배에 차곡차곡 물건들을 싣고 건너고 또 건넌다. 아마 지금도 그들은 2012년과 비슷하게 살고 있을 것 같다.
어느 장소든 그 장소를 더 기억하게 만들고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그 장소에서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그 장소에 함께 있었던 친구, 가족, 또는 낯선 사람.
장소는 공간이고 그 공간을 채우는 것은 사람의 모습, 말, 몸짓이 아닐까?
그리고 나는 그 장소를 배경으로 한 주인공인 그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이다.
루앙프라방 시내 한 작은 식당에서 국수를 먹고 있는데,
프랑스 부부가 옆 테이블에 앉았다.
그들은 나에게 물었다.
"라오걸(Laos girl)?"
그 당시 나는 아니 내가 꼬질 꼬질한 라오스 사람처럼 보인다는 건가? 아... 말도 안 된다. 하면서 불끈했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난 어느 장소에 가면 여행객들에게 현지인 취급을 당했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전에는 그런 일을 당하면 불끈할 때도 있고, 또야?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은 내가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보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현지인으로 보이든 아니든 소심하고 소극적인 내가 어떤 곳에서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