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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15. 2016

카터 대통령을 만든 스승

미국 원전의 아버지 리코버 제독

철저한 감독으로 무사고 이끌어

성급한 원자력 발전 확대보다는

안전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내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해군사관학교 출신이다. 생도는 물론 초급장교 시절 장래 희망이 해군 참모총장이었다. 이런 목표를 세울 만했다. 리더십도 뛰어났고, 성적도 상위권이었다. 820명의 생도 가운데 59등으로 졸업했다. 


카터는 핵 잠수함 개발팀에 자원했다. 팀장 하이먼 리코버 대위에게 은근히 자신의 성적을 자랑했다. 리코버는코웃음을 쳤다. 카터에게 “그게 최선을 다한 결과냐?”고 되물었다. 갑작스런 반문(反問)에 카터는할 말을 잃었다. 그는 “최선을 다한 것 같지는 않다”고 얼버무렸다.  


리코버는 독사 같은 상사였다.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나(Why not the best)?”라며 카터를 다그쳤다. 카터는 진땀을 흘렸다. 상사의 질책은 쓴 약이었다. 하지만 카터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보약이었다. 카터는 197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면서 자서전을 출간했다. 책제목은 바로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나(Why not the best)?”였다. 


카터는 훗날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부모와 리코버를 꼽았다. 리코버는 끊임없이 부하들을 다그치며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했다. 그는 완벽을 추구했다. 부하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즉시 퇴출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남은 물론 자신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생도 시절 도서관이 한밤중에 문을 닫으면 목욕탕 샤워부스에서 공부할 정도였다.주말을 반납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의 달력은 ‘월 화 수 목 금 금 금’이었다. 

자신에게는 엄격했고, 남에게는 가혹했다. ‘멍청이’라는 말을 입에 담고 살았다. 그는 ABC ‘월드 뉴스’의메인 앵커 다이앤 소여와의 인터뷰에서 “나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내가 상대하는 사람들을 ‘멍청하다’고 여겼을 뿐이다.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라고 내뱉었다. 그러자 소여는 “제독님으로부터 ‘멍청하다’는말을 듣는다면 전혀 기죽을 필요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커버 스토리를 통해 리코버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끊임없는 독설로 부하들의 진을 빼놓는다. 관료주의를 산산조각 낸다. 거래하는 군납업체들을 돌아버리게 만든다. 하지만 일 하나는 똑 소리 나게 잘 한다.”


리코버는 미국 해군의 핵무장은 물론 원자력 발전의 아버지로 평가된다. 그는 미국 해군 역사상 최장 현역 기록을 세웠다. 1922년 소위 임관 후 1985년 대장으로 전역할 때까지 63년간 해군의 전력 현대화를 이끌었다. 


리코버는 세계 최초의 핵 잠수함 노틸러스호 개발을 지휘했고, 쉬핑포트 원자력 발전소 설계 및 운영을 감독했다. 그는 철저한 관리, 감독을 통해 ‘원전 무사고’를 이끌었다. 냉전 기간 동안 미국 해군은 단 한 건의 원전 고장도 일으키지 않은 반면 소련은 무려 14건의 원전 사고를 냈다. 


그는 무사고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나에게는 아들이 있다. 나는 아들을 사랑한다. 아들이 원전시설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가 일어나자 카터 대통령은 자신의 스승 리코버에게 조사를 부탁했다. 리코버는 근무자의 훈련 부족, 기강 해이, 표준화 미흡 등 여러 문제점을 적시했다. 그는 발전회사와 감독 당국의관계를 ‘도둑과 경찰’에 비유하며 카터 대통령에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원자력 발전 확대 방침을 밝혔다. 2035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29%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원자력 발전소가 현재의 23기에서 훨씬 더 많이 늘어나야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 제조업의 메카 독일은 원전의 단계적 폐지를 선언했다. 비용부담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유연탄 등 다른 발전 수단에 비해 비용이 싸다고 주장하지만 사용 후연료 처리 문제 등을 감안하면  만만치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더욱이 우리의 경우 부품 비리 문제로 원전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리코버가 강조한 것처럼 원전의 안전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원전 확대 방침보다는 그게 먼저다. 국민적 신뢰가 없는 한 원전및 송전 인프라 건설은 번번이 격렬한 반대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행정부는 입법부보다는 국민의 목소리에 둔감하다. 임명직 공무원의 한계다. 특히 산업통산자원부 같은 산업 진흥 부처는 더욱 그렇다. ‘안전’보다는 ‘산업 진흥’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 원전 문제에 대해 국회가 목소리를 높일 때다. 이제는 국회가 밥값을 해야 한다.   


참고문헌

1)   대니얼 예긴 지음. 이경남 옮김. 2013. 2030 에너지전쟁. 사피엔스21. 

2)   김명자. 2013. 한국의 원자력을 말한다. 과학기술정책포럼. STEPI. 

3)   HymanG. Rickover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4)   JimmyCarter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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