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문재 Feb 16. 2016

공동구매와 무임승차

보편적 복지가 공동 구매라면

모든 계층이 부담 나눠가져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어

세원을 최대한 넓히는 게 과제


소로우는 1845년 3월 월든 호숫가 숲 속으로 떠났다. 시인이자 초월주의(transcendentalism) 철학자로서의 삶을 위해서였다. 초월주의는 인위적인 제도나 조직보다는 개인을 중시한다. 정신이 물질보다 중요하다고 여긴다. 소로우는 숲에서는 이런 삶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도끼 한 자루를 빌려 나무를 벴다. 그 나무로 오두막집을 지었다. 밭에서 필요한 만큼만 농작물을 가꿨다. 음식은 버터를 바른 빵이 고작이었다. 소박한 생활이었다. 물질적 풍요는 없었지만 많은 것을 얻었다. 적은 것으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다. 여가와 자립과 건강도 확보했다.  


평온한 삶은 오래가지 못했다. 세금 체납 때문이었다. 소로우는 “미국정부가 불의(不義)를 저지른다”고 비판했다. 항의 표시로 6년간 인두세를 내지 않았다. 인두세는 성(性)과 소득에관계없이 성인이면 누구나 일정 금액을 부담하는 세금이다. 


세금 징수인은 소로우를 고발했다. 그는 감옥에 갇혔다. 그래도 세금은 낼 수 없다고 버텼다. 하지만 하루 만에 풀려났다. 친척이 밀린 세금을 대신 내줬다. 


소로우의 세금 납부 거부 이유는 간단했다. 미국 정부가 불의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인두세가 재원으로 사용된다고 생각했다. 당시 미국은 노예제를 용인하고, 제국주의적 팽창 전략에 몰입했다. ‘도주 노예법(Fugitive Slave Act)’을 통해 도망치다 잡힌 노예는 무조건 주인에게 돌려보냈다. 멕시코 땅인 텍사스를 무단 점령한 후 미국 영토로 편입했다. 


당연한 결정이었다. 소로우는 인간의 존엄성을 귀히 여겼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후 형 존과 중학교를 세웠다가 이내 정리한 것도 그래서였다. 그는 “직접 인생을 경험해 보는 게 가장 값진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커리큘럼에 ‘숲 속에서 산책하기’, ‘동네 공장 또는 가게에서 일 해보기’ 등을 집어넣었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진보적 교육관이었다. 하지만 그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아이들을 가르쳤으므로 실패한 교육자”라며 자책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도 같은 맥락이었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의였다.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그는 민주주의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단지 다수라는 이유로 정의로운 존재인양 포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인의 양심이 민주주의보다 우위에 있다고믿었다. 


소로우는 투표만으로는 정부의 불의를 응징할 수 없다고생각했다. 불의를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세금 납부를 거부했다. 


그는 인두세 거부 운동을 펼치면서도 ‘고속도로 세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고속도로는 공공재로서 모두가 혜택을 누린다는 이유에서다. 요즘 말로 하면 ‘보편적 복지’와 ‘공동구매’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정부의 세제 개편 방안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자칭 중산층의 반발로 연봉 7,000만원까지는 세금이 크게 늘어나지않게 됐다. 연봉 7,000만원 이상의 사람들도 불만스럽기는마찬가지다. 자신들만 “세금폭탄을 맞게 됐다”고 앙앙불락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정치권이다. 특히 민주당이 그렇다. 앞으로 영수회담 때를 제외하곤 청와대에는얼씬도 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다.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보다 적극적인 복지 공약을 내세웠다. 보편적 복지를 ‘공동 구매’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별적 복지는 관리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가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편적 복지가 ‘공동구매’라면 무임승차는 없어야 한다. 그래야 ‘공동 구매’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 똑같이 소득의 1%를 추가로 부담할 경우 연봉 1,000만원은 10만원, 연봉 1억원은 100만원을 내야 한다. 연봉 1억원짜리 고소득자는 불만을 표시하겠지만 “모두가 1%를 부담한다”며 설득할 수 있다. 저소득자가 불만을 터뜨리면 ‘공동 구매’를 통해 살 수 있는 서비스를 강조하며 달래야 한다.  


특정 소득 계층에만 보편적 복지 부담을 돌리는 것은 사회통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소득층은 여론 몰이에 강하다. 반대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선별적 복지’ 주장이 확산될 게 뻔하다. 


정치권의 전략적 사고 부재를 규탄한다. 고소득층에게 보다 많은 짐을 지우되 저소득층도 적은 금액이나마 부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고소득층을 설득하는 게 가능하다. 보편적 복지를 추진하려면 세원도 가능한 한 넓게 확대하는 게 맞다. 


참고 문헌 

1)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1993. 월든. 이레.

2)   Transcendentalis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3)   HenryDavid Thoreau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작가의 이전글 템플 기사단의 어음 발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