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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16. 2016

이슬람식 월세

전∙월세 가격 큰 폭으로 올라 

서민과 중산층의 어려움 가중

직접적인 가격 규제는 피하고  

공급 늘리는 대책을 동원해야


이슬람은 상거래 행위에 대해 우호적이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도 상인 출신이다. 그는 삼촌을 따라 카라반에 참여했다. 시리아는 물론 지중해와 인도양을 오가며 무역업에 종사했다.


그는 상인으로서 명성을 쌓았다. 아랍어로 ‘알 아민(al-Amin)’이라는별명까지 얻었다. ‘성실한’, ‘믿음직한’이라는 뜻이다. 자질과 성품을 인정받았기에 부자 아내까지 만났다. 15세 연상의 아내 카디자가 먼저 청혼했을 정도였다.  


이슬람은 정직한 방법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한 부도덕하거나 코란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자유시장을 신봉했다. 어떤 형태의 가격 통제도 반대했다. 


물품 품귀현상이 빚어질 때면 가격을 낮추도록 상인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하지만 무함마드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는 “가격은 신(神)의 뜻에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 통제는 신성모독”이라고 반박했다. 


상거래가 활발했던 덕분에 경제학 이론도 발달했다. 아랍에서는 이미 11세기에 “교환은 합리적인 인간에 의해 자연스레 만들어진 제도”라는 주장이 제시됐다. 아담스미스가 국부론을 발표한 것보다 무려 700년이나 앞선 일이다. 


이슬람 철학자 알 가잘리(Al Ghazali)는 이미 11세기에 아담 스미스보다도 정교한 분업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핀 하나를 만드는 데 24개 공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스미스는 “핀 생산이 18개 공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그래서 스미스가 가잘리의 주장을 베꼈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미스가 재직한 글래스고 대학도서관에는 페르시아 고전을 라틴어로 번역해 놓은 책이 많았다. 스미스가 이런 책들을 통해 가잘리의 이론을 접했을 것이라는 게 합리적 추측이다. 


이슬람 율법학자도 이자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을 거듭했다. 코란이 이자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자를 주고받았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게 ‘지연보상금’ 개념이다. 지급 시점이 늦어져서 생긴 손해를 보상해 주는 것이라고 간주했다. 돈을 제 때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부과하는 벌금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대안도 등장했다. 이슬람 율법학자들은 ‘서비스 수수료’나 외상거래 개념까지 도입했다. 외상으로 물건을 살 때는 현금으로 거래할 때보다 더 비싼 값을 치르는 방식을 활용해 이자 문제를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슬람 교리를 기준으로 하면 이 모든 게 꼼수에 불과했다. 이름만 달리 했을 뿐 본질은 ‘돈놀이’와 ‘이자’였다. 당연히 규제가 따랐다. 


규제가 생기면 즉시 이를 피해가는 방법도 등장한다. 그게 인간의 속성이다. 이번에는 보다 정교하고, 세련된 아이디어가 동원됐다. 주로 부동산을 매개체로 사용했다. 채무자의 집이나 밭을 사들인 후 이를 다시 빌려주고 월세를 받는 방식으로 이자를 챙겼다. 편법적인 임대 행위는 원금을 다 갚을 때까지 계속됐다. 


이슬람식 월세는 가톨릭 입장에서도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수도원도 이런 편법을 그대로 써먹었다. 

전∙월세 대란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상황이다. 부동산 값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아직은 소득과 비교하면 지나치게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월세 가격도 서민이나 중산층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대통령까지 월세 세입자들의 부담을 낮춰줄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할 정도다. 


대출한도 확대, 임대사업자의 물량 공급 확대 유도 대책 등 다각적인 방안이 거론되고있다. 가격 인상 제한 등 반(反)시장적인 대책까지 입에 오르내린다. 다른 것은 몰라도 시장의자율 기능을 위협하는 대책은 피해야 한다. 원하는 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 부작용만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을 비롯한 40여 개국에서 월세 인상 규제를 시행했지만 평가는 하나같이 부정적이다. 미국은 1943년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비상 가격 통제법’을 통해 월세 인상을 금지한 것을 비롯해 여러 차례의 가격 통제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주택 부족 사태만 심화시켰을 뿐이다. 이건 미국 정부도 자인하는 사실이다. 


수급불균형에 따른 가격 상승 문제는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어쭙잖은 가격 규제 조치를 쓰기보다는 공급 물량이 늘어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반(反)시장적인조치를 동원했다가는 애먼 중산층과 서민만 골탕을 먹는다. 


참고문헌 

1)   Graeber,David. 2011. Debt : The First 5,000 Years. New York : Melvillehouse. 

2)   RentControl -  WIKIPEDIA, The FreeEncyclopedia

3)   AlGhazali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4)   Muhammad-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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