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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22. 2016

기업 회계와 사회 회계

원전의 사회적 비용 막대해도

발전 원가에는 반영되지 않아

합리적인 의사 결정 도우려면

이런 비용도 반드시 고려해야 


우리는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이자 ‘호혜적 인간(Homo Reciprocans)’이다. 경제적 인간을 움직이는 동인은 ‘이기심’이다. 반면 호혜적 인간의 핵심 개념은 ‘협력’이다.  “어느 것이 옳으냐”는 질문은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 가운데 어느 게 맞느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 다 옳다. 이기심에 따라 움직일 때도 많지만 협력을 중시할 때도적지 않다. 상황에 따라 어느 한쪽이 도드라질 뿐이다.


인간이 회계를 개발한 데는 ‘이기심’의 영향이 크지만 ‘협력’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외상으로 물건을 가져간 상대방에게 들이밀 증거도 필요했겠지만 객관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원활한 거래를 도모하려는 의도도 크게 작용했다.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는 것과 동시에 회계가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회계 관련 기록은 이미 7,000여 년 전에 등장했다. 고대 바빌로니아 유적에서도 회계장부를 찾아볼 수 있다. 곡물이나 가축의 수량 등을 꼼꼼히 적어 놓고 있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거래가 아니라 자신의 기부행위를 기록하기 위해 회계를 이용했다. 퇴역 군인과 시민들에게 나눠준 부동산과 현금, 국고(國庫)로 집어넣은 보조금, 검투사 경기 지원금 등을 하나하나 빼먹지 않고 연대(年代) 순으로 정리했다. 이런 기록은 의사 결정 및 자금 집행을 위한 자료로 활용됐다.  


회계 시스템은 중세 때 혁명적인 변화를 맞는다. 바로 ‘복식 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수학자 루카 파치올리는 1494년 ‘산술 기하 비율 및 비례 총람’이라는 책을 통해 복식 부기를 널리보급했다. 파치올리는 이미 13세기부터 활용되던 복식부기를 대중화한 일등공신이다. 파치올리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베네치아(Venezia) 방식의 복식 부기가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복식 부기의 가장 큰 공(功)으로는 상인 계급에 대한 공신력을 크게 높였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투명하고 정확한 원칙은 회계 정보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렸다. 회계 정보 작성 과정뿐만 아니라회계 감사의 효율성도 제고됐다. 이에 따라 복식부기는 자본주의의 산파(産婆)’로 평가되기도한다.   


현대 회계 시스템은 복식 부기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기업의 재무회계는 이해 관계자들이 요구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활용하는 재무회계와는 별개로 세무회계를 요구한다. 재무회계와 세무회계의 목적은 다르다. 재무회계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정부의 경제 및 조세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세무회계를 이용한다. 


대표적인 차이가 수익과 비용의 인식 문제다. 마케팅 경쟁이 치열한 업종의 경우 기업들은 접대비를 많이 지출한다. 하지만 세무회계에서는 지하경제 확대 우려 등 여러 이유 때문에 접대비 가운데 일부만 비용으로 인정해준다. 나머지는 수익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기업의 세금 부담은 자연스레 늘어난다. 


원자력 발전소 부품 비리 문제로 원전의 안전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원전의 사고 확률은 아주 낮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드러났듯 일단 사고가 터지면 쉽사리 수습하기 어려운 초대형 피해를 낳는다. 


우리는 전수 검사를 필요로 할 정도로 원자력 발전소를 아예 불량 부품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불안이 고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다른 경제주체들에게 손실을 끼치면서도 그에 대한보상은 제공되지 않는 ‘외부 비경제(externaldiseconomies)’ 현상이다.


원자력 발전 옹호론자들은 “원전은 발전 원가가 제일 낮기 때문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원전 발전 원가에는 ‘외부 비경제’에 따른 비용이 빠져 있다. 국민 불안 등 각종 사회적 비용을 반영할경우 원전의 발전 원가는 턱없이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를 수도 있다.  


원자력 발전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문제에 대해서는 그비용까지 고려한 ‘사회 회계’를 도입해야 한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데도 기업은 재무회계상 비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한다. ‘경제적 인간’의 모습만 보일 뿐 ‘호혜적 인간’의 향기는 느낄 수 없다.  


회계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정보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최적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것이다. 이를 외면하면 분식(粉飾)회계로 지탄의대상이 된다. 사회적 비용을 고려치 않은 발전 원가도 ‘사회회계’ 기준으로는 명백한 분식 행위다.  


참고문헌 

Double-entrybookkeeping system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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