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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15. 2016

이집트의 세무조사

재정 수입만을 고려한 세금 정책

농민 몰락 통해 국가기반 흔들어

지자체의 무차별적 세무조사 진행 

기업의 경영 환경 크게 악화 우려  


BC 14세기 중반 아라비아 반도에는 코가 잘려나간 남자들이 득실거렸다. 이들은모두 이집트에서 건너왔다. 코가 잘려나간 사연도 같았다. 세금비리 때문에 끔찍한 형벌을 받았다. 


파라오 하렘하브(Haremhab)가추진한 개혁의 결과였다. 하렘하브는 즉위와 함께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그는 장군 출신이었다. 소년왕 투탕카멘이 갑자기 사망한 후 왕위에올랐다. 하렘하브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그는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평범한 백성들의 지지를 확보하는데주력했다. 이집트 백성들은 과도한 세금 때문에 불만을 터뜨렸다. 세금징수인들은대부분 법규 이상의 세금을 거둬들였다. 규정 이상으로 걷어들인 세금으로 자신들의 배를 채웠다. 


이집트는 세금 비리를 막기 위해 세금징수인에게 감시요원을붙였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잠시였다. 세금징수인과 감시요원은 한통속으로 비리를 저질렀다. 세금징수인은자신의 수입 중 일부를 감시요원에게 상납했다. 


하렘하브는 세무 비리를 수술대 위에 올렸다. 세금징수인과 감시요원의 유착을 근절하기 위해 특별조사를 단행했다. 대규모세금 비리를 적발했다. 비리를 저지른 세금징수인과 감시요원은 코를 잘라낸 후 아라비아로 추방했다. 


하렘하브가 세금 비리를 단죄했지만 아예 세금징수인을 없애지는못했다. 세금징수인이없으면 이집트는 굴러갈 수 없었다. 국가재정을 세금징수인에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세금징수업은 이집트 최대의 비즈니스였다. 파라오는 매년 세금징수권에 대한 경매를 진행했다. 특정 지역에 대한징세권을 판매했다. 징세권 금액이 엄청났기 때문에 부자들이 세금징수업을 독점했다. 


세금징수업자는 사법권까지 행사했다. 세금 납부를 거부하면 처형하거나 재산을 몰수하는 것도 가능했다. 세금징수를 위해 병사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세금징수업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감옥에 집어넣었다. 왕실 직속 농장조차소작인이 세금 체납으로 감옥에 갇히는 바람에 운영에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 멀쩡한 납세자조차 탈세범으로 몰아붙였다. 


신전도 예외는 아니었다.세금징수업자는 세금 조사 및 징수를 이유로 신전까지 휘젓고 다녔다. 사제들이 파라오에게집단 탄원을 낼 정도였다. 


파라오는 세금징수업자에게 공정 과세를 강조하는 서한을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쇼에 불과했다. 파라오는 재정 확충과백성들의 조세 저항 사이에서 고민했다. 왕이 결단만 내리면 조세 저항은 최소화할 수 있었다. 


파라오는 아주 상황이 심각할 때는 ‘세금 면제’ 조치를 취했다. 주로흉년이 들었을 때였다. 자선(Philanthropy)이라는단어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자선의 원래 뜻은 ‘세금 면제’다. 


세금 면제는 흔치 않았다. 파라오는 돈의 유혹 앞에 무릎을 꿇을 때가 많았다. 백성보다는 세금징수업자의편을 들었다. 세금징수업자는 한 푼이라도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애썼다.  


세금징수업자는 무차별적인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집안 구석구석을 뒤졌다. 부엌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금을 내지 않고 몰래 식용유를 만들어 먹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가혹한 세금 정책은 이집트의 몰락을 부추겼다. 농민은 세금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유민(流民)으로 전락했다. 농지는 황무지로 전락했고, 관개시설은 무너졌다. 이집트의 물적 기반은 붕괴됐다. 고대사학자 미하일 로스토프체프(Mikhail Rostovtzeff)는 “고대 이집트의 몰락은 잘못된세금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세무조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방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지방자치단체도 세무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지자체의 세무조사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세금이 늘어날 뿐 아니라세무관리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권력은 힘을 행사하려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힘을 과시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민주 사회가권력을 견제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절제되지 않은 권력은 공동체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


세무조사권은 국세청으로 단일화하는 게 맞다. 중앙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앞다퉈 세무조사에 나선다면 ‘기업하기 나쁜나라’다. ‘기업하기 나쁜 나라’에서는 청년 고용 확대나 소득 증대는 공염불일 뿐이다.  


참고문헌

1)             Adams, Charles.2001. For Good and Evil : The Impact of Taxes on the Course of Civilization.Maryland. Madison Books.

2)             Haremhab-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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