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초대
"오늘 어땠어?"라는 질문...
얼마나 자주 묻고 있는지?
"오늘 학교 어땠어?"
"오늘 하루 어땠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생각해 보면 꽤 무거운 질문이다.
그런데 대답은 늘 같다.
"그냥 그랬어."
"응, 뭐… 괜찮았어."
말은 오갔지만, 마음은 오가지 못한 그런 순간들.
그 순간 나 역시, 묻기 위해 물었을 뿐이었다.
진짜 대화라기보다는 부모로서 해야 할 ‘일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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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등교길, 딸아이에게 묻는다.
“오늘 과학 시간에 개구리 해부했어?”
딸이 빙그레 웃는다. “몰라, 아빠. 왜?”
“해부했는데 피가 안 나와서 실망했나 해서?”
딸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아빠, 요즘은 가상 해부로 해. 진짜 개구리 안 써.”
이 작은 순간에 담긴 딸아이의 뿌듯함.
아이들은 부모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 자존감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살짝 미끼를 던져 끌어올리는 게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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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탁, 아들이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않는다.
“오늘 하루 어땠어?” 묻자, “뭐 그냥…”
잠시 기다렸다가 말한다.
“오늘 우리 회사에 로봇이 배달 오는 걸 봤어. 너라면 이름 뭐라고 지을래?”
“음… 싸이보그 김치맨?”
우린 둘 다 웃었다.
그리고 그제야,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이상한 점심 메뉴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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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드라이브 중. 딸아이에게 불쑥 물었다.
“세계에서 가장 무능했던 왕은 누굴까?”
“하하, 아빠는 진짜 그런 게 궁금해?”
“당연하지. 난 요즘 그런 거 공부하고 있어.”
그러고 나서, 그날은 처음으로 아이가 역사 수업 이야기를 길게 꺼냈다.
정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기 위한 초대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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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sengaged Teens》를 읽으며 새삼 느낀다.
아이들과의 대화는 결코 의무가 아니다.
관심이고,
초대이며,
그 아이가 나누고 싶은 만큼만 열어주는 문이다.
"오늘 어땠어?"라는 질문이 습관처럼 느껴질 때,
질문을 바꿔보자.
정답이 아닌, 이야기의 시작이 될 질문으로.
— 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