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쨈과 딸기쨈

정답이 아닌 해답

by TK

토요일 아침이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우린 늘 그렇듯 커피를 내리고, 식빵을 굽고, 땅콩잼을 바르고, 그 위에 딸기잼을 덧발랐다. 땅콩잼만 있으면 좀 밋밋했고, 딸기잼만 있으면 너무 단 느낌이었다. 둘을 겹쳐 발랐을 때 비로소 균형이 맞았다.

아내도 나도 그런 조합을 좋아했다. 말은 안 해도 서로 그렇게 바르곤 했다. 마치 오래된 듀엣곡처럼, 같은 박자에 같은 화음을 얹듯이.


그렇게 토스트를 한입씩 물었다. 빵이 바삭했고, 잼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았다. 커피는 막 내린 따뜻한 향을 품고 있었다.


나는 다녀온 시카고 출장 이야기를 꺼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그냥 이런저런 소소한 일들. 누가 무슨 말을 했고, 공항에서는 뭘 봤고, 식당에선 무엇이 맛있었고, 그런 이야기들.

그러니까, 말 그대로 ‘이야기 자체’가 목적이었고,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아내의 심리치료 이야기로 넘어갔고, 딸아이의 심리치료 이야기도 나왔고, 아들의 지난 일주일도 따라왔다. 말들은 서로 뒤엉키다가 다시 흩어지고, 또 조용히 정리됐다.


그중에 아내가 한 말이 귀에 남았다.


“나 이제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아보려고.”


그 말이 빵 위의 잼처럼 내 안에 남았다. 천천히 스며들었다.


정답이란 건 시험지 위에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미리 정해둔 길. 하지만 해답은 조금 다르다. 틀려도 괜찮고, 돌아가도 괜찮고, 느려도 괜찮은 길이다. 어쩌면 해답이란, 그냥 ‘살아가는 방식’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많은 일을 겪었다. 어떤 건 웃으며 지나갔고, 어떤 건 오래 남아 가끔 밤에 떠올랐다. 그 모든 순간들을 지나 우리를 지금의 식탁에 데려다놓았다. 땅콩잼 위에 딸기잼을 바르고, 커피를 마시는 이 작은 아침.


삶은 종종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 앞에 멈춰 선다. 하지만 가끔은, 그렇게 멈춰 있는 상태 자체가 해답일 수도 있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잼 묻은 나이프를 물에 헹궜다. 거품이 생겼다. 작은 무지개빛.

그 순간, 아내가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정답이 아닌 해답.”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도 괜찮다.

우린 이미 해답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빵 위에 잼을 어떻게 바를지를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는 것처럼.


TK


PS - 한국어로 부르는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 어떤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https://open.spotify.com/album/1XnyAJg9Djd7CuoF0UQFV9?si=-9koArTYTRy_hZOJVnqO9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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