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았던 날과 북미에서 살았던 날이 비슷해지기 시작하면 희귀한 현상이 일어난다. 티비에서 항상 들려오는 영어로 인해 영어라는 언어가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나의 입을 통해 술술 나온다는 것도 아니다. 영어는 여전히 어렵다. 어떤 표현을 함에 뭔가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다. 머리에서 그려지는 그림과 단어로 표현되는 설명이 어딘가가 일치하지 않는 것 같은.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모님과 통화를 하다 보면 내가 하는 표현이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이런!! 도대체 무슨 일이지? 사자성어는 이미 고려시대에서나 일어난 일인 양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영어의 Apple은 한국말로 사과다. 이것에 대해선 한 톨의 의심도 없다. 근데 "억울함"의 느낌을 영어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리고 "Awesome"이라는 느낌을 한국말로 뭐라고 해야 하지라고 고민한다. 가끔은 이러한 상황이 불편하다.
불편함이 궁금하여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과감하게 "문화 심리학"이라는 대학 심리학 교제다. 문화와 언어의 다름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상황에 대해서 엄청나게 많은 연구와 의견들이 담겨있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데 써먹을 수가 있어야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공자, 그리스도, 부처의 경지다. 나와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 등등. 어떻게 인정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인가. 다른 색깔을 가진 사람을 보면 눈이 반응한다. 다른 언어를 듣게 되면 귀가 반응한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울화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은 현상을 설명을 할 뿐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에는 문외한이다.
그렇다면 이젠 철학이다. 공자, 논자, 그리스 철학, 현대 철학. 그 많은 책을 다 읽는다는 건 불가능. 최대한 많이 접해보려 노력 중이다. 노력 중에 느낀 것은 그들도 똑 같이 고민했다는 것. 그리고 인간은 아직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정답은 없다는 건가? 1+1=2 명쾌하다.
아마 한국에서 계속 살았다면 북미에서 사는 것 만큼의 다름을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난 북미에 살 것을 결정했고 이 고민 또한 내가 선택한 것이라 생각한다. 심리학과 철학이라도 고민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임을 알지만 알아감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조금이라도 1+1=2에 가까이 가고 싶다.
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