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화면에 아주 오래전 아프리카의 한 작은 부족이 살고 있는 모습이 비친다. 아주 작은 부족이지만 그들에겐 부족을 이끄는 추장도 있고, 샤머니즘을 실천하는 의사이자 판사도 있다. 그리고 또한 동물이나 이웃 마을이 침범하면 싸우는 전사가 있고 먹을 것을 책임지는 아녀자들도 있다. 물론 세월이 지나 그들 모두를 대체할 아이들도 자라난다. 작은 부족이지만 국가라는 단체가 존재하기 위한 대부분의 조건들을 가지고 있고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 아프리카의 작은 부족민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벗어나기를 꺼려한다. 해가 지는 저 언덕너머의 세상은 어둡고 두려운 세상. 마을을 벗어나 강이 흐르는 곳이나 깊은 숲은 자신을 해칠 수 있는 무서운 동물들이 많이 사는 곳. 또한 마을을 벗어나게 되면 가장 필요한 먹는 것과 자는 것을 해결하기가 너무 어려워진다. 그 아프리카의 부족민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라는 공간만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공간을 벗어나 자연이라는 곳으로 가게 되면 두려운 불편함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아프리카의 작은 부족이 만들어낸 문화이다. 아이들을 그러한 문화를 통해 세상을 보고 배워 계속해서 다음 세대에 전해줄 것이다.
부족의 마을이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 화면에 아프리카 전체가 담긴다. 자세히 화면을 들여다보게 되면 그러한 작은 부족들이 아프리카에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부족민들은 그들의 공간이 세상의 전부인 것으로 생각하며 문화를 형성하고 삶을 살아간다. 그 옛날에도 그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고 그와 다르지 않다. 바로 우리 모두는 문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다. 얼마나 다른 삶을 우리는 살고 있는가? 인터넷이라는 상상 하지도 못했던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눈이 생겨났다. 그 눈을 통해 얼마나 많은 세상의 사람들이 다른 문화 안에 살고 있는지 알게 된다.
문화라는 것은 공장에서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다. 수백 년 아님 수 천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통해 조금씩 변하며 만들어진 틀이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 문화, 그 반면 1600년도 초에 시작된 미국 문화. 그러한 문화라는 틀은 우리의 두뇌 안에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우리 윗 세대들을 통해서 전해진 것이다. 아주 먼 윗 세대로 올라가 보면 위에서 이야기한 아프리카에 사는 부족과 다르지 않은 생각으로 살았다. 내가 사는 곳을 벗어나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문화가 인간에게 주는 '안전함'이라는 장점과 '갇혀버림'이라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다른 문화를 알고자 '안전함'을 버리고 과감히 자신의 문화를 떠나기도 한다. 대부분은 문화 충격이라는 것을 경험한다. 오래전 TV 프로그램이었던 "성공시대"에서 나왔던 것처럼 어떤 이들은 문화충격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여 훨씬 나은 삶을 산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문화충격에 삶이 힘들어짐을 경험한다.
이 문화라는 틀에 자유라는 개념도 같이 존재한다. 즉 자유라는 것 또한 다른 문화 안에서는 다르게 작용한다. 교육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예를 들어보자. 아프리카에 사는 부족민들의 자유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자유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자유와 미국에 사는 사람들의 자유 또한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은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자유가 없는 것이 아니고 다른 문화로 생겨난 다른 이해로 표출되는 자유 또한 다른 것이다. 그 자유의 차이가 다른 문화를 접하는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질문으로 시작할 것이다. 본인이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되면 "도대체 뭘 할 수 있지?", 그리고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들을 보면서 "도대체 왜 저러지?". 이 질문의 해답이 가끔 뉴스를 통해 보이는 이민자들이나 망명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북미에선 엘리베이터를 탈 때 아이가 있는 유모차나 산모가 가장 우선순위이다. 자리가 없다면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게 당연한 문화이다. 한국에서 처럼 바쁜 내가 먼저라고 믿고 탄다면 아마 무언의 비난을 받을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한국에선 유모차를 타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큰 차이다.
문화의 다름으로 생겨난 다른 자유의 개념을 무의식으로 반응하여 어려움을 초래하기보단, 다름을 잘 이해한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30여 년 동안 경험한 한국 문화, 그리고 2001년에 캐나다에 정착한 후 현재까지 북미 문화를 통해 경험한 작은 의견이다.
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