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뭘 다르게 하고 싶어?”
어느 날 아들에게 물었다.
“초등학교 때, 기억나지? 캐나다에서 recess 끝나갈 무렵, 덩치 큰 아이가 네 공을 멀리 찼잖아. 너는 그걸 되찾으려고 뛰다가 넘어져서 울었었지.”
아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응, 기억나.”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때보다 강해진 지금의 네가, 그 순간의 너를 도와줄 수 있다면?”
아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안 할 거야. 그게 나였고,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든 거니까. 바꾸고 싶지 않아.”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조용히 물었다.
“그럼, 지금의 너의 모습 그대로 행복하다는 뜻이야?”
아들은 미소 지으며 되물었다.
“아빠는 아냐?”
그 대화가 오래 남았다.
우리는 자주 잊는다. 지금의 내가 수많은 ‘예전의 나’로부터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소심했던 나, 화냈던 나, 길을 잃었던 나, 상처받았던 나.
그런데도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를 고쳐 쓰려한다.
그때 그 말을 안 했더라면,
그때 좀 더 용감했더라면,
그때 울지 않았더라면...
하지만 후회로 쌓은 삶이 과연 단단할까. 계속해서 지나간 나와 협상하며 사는 인생은, 언제나 어제에 머무는 인생이다.
지혜란 아마도, 과거를 고치는 기술이 아니라 그 과거에 고개 숙여 “고마웠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결국 문제는 ‘그때의 나’가 아니라 ‘그때의 나’를 여전히 용서하지 못하는 지금의 나일지도 모른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바꾸겠냐”는 질문은, 결국 “지금의 나를 인정하겠냐”는 질문이다.
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