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갤버스톤에서 출장 마지막 날,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다.
해변에 서서 바다 저편을 바라보는데, 저 멀리 많은 배들이 조용히 정박해 있었다. 신기했다. 각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로의 자리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그저 바다에 떠 있을 뿐이었다.
자리 다툼도, 경쟁도, 소음도 없었다.
도시에서라면 흔히 보는 풍경들이 떠올랐다. 성냥갑 아파트의 층간소음, 지하철에서 먼저 앉으려는 눈치싸움, 주차장에서 “제가 먼저 왔는데요”라는 언성.
그 작은 세계 안에서는 늘 누군가가 먼저여야 하고 누군가는 양보해야 했다. 하지만 바다 위의 배들은 그런 싸움을 하지 않는것 같았다.
누가 먼저인지 따지지 않고, 누가 더 좋은 자리를 차지했는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자기 위치를 지키면서 다른 배의 자리를 인정해주는 모습이었다. 그 풍경을 보고 있으니 괜히 씁쓸해졌다.
배들도 경쟁을 느낄까?
저 자리도 사실 먼저 선점하려고 다투었을까?
아니면 단지 바다 위에서는 각자의 간격을 지키며 존재하는 것이 자연의 방식일까?
그렇게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호텔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도 저렇게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며 살 수는 없을까?
굳이 먼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함께일 수 있지 않을까?
정작 우리는 너무 쉽게 서로를 밀쳐내는 건 아닐까?
오늘은 그 풍경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아무 말 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 배들처럼 나도 누군가의 자리를 존중하며 살고 싶다.
아니,
우리 모두 그러면 참 좋겠다.
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