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어린 생각??

by TK

50이 넘으며 몸은 참 솔직해졌다. 좀 과장일 수 있지만 아침마다 새치가 하나씩 더 생기고, 밥을 먹으면 예전보다 소화가 되는 시간이 늘어났고, 사진을 찍으면 얼굴의 작은 주름들이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한다. 50년이라는 시간이 정직하게 몸에 새겨져 있다.


오늘 아침, 아내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내 생각도 50년만큼 자랐나?”


몸은 태어난 순간부터 쉼 없이 일해왔다. 숨 쉬고, 먹고, 움직이고, 계속 살아남기 위해 쉬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은… 과연 그만큼 움직였을까?


휴대폰 화면 쳐다보는 시간,
TV 틀어놓고 멍하게 있는 시간,
습관처럼 반복하는 회사 일.

이런 시간들을 “생각의 활동”이라고 부르기엔 어딘가 불편하다. 그냥 뇌가 자동으로 반응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생각이 살아 있는 순간은 언제일까? 글을 써보려 할 때, 내 안에서 정확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을 붙잡으려 할 때, 누군가와 철학과 심리학 같은 깊은 대화를 나눌 때. 그럴 때는 생각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있다.


철학자나 작가들이 대단해 보이는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들은 ‘생각하는 일’을 습관이 아니라 생활로 삼고 살아가니까. 50이 됐는데도 여전히 예전처럼 감정적으로 굴거나, 작은 일에 흔들리고, 남의 말에 쉽게 영향받는 나를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단순한 이유.


몸은 계속 나이를 먹는데 생각은 활동량이 부족해서 제자리인 것이다. 몸은 하루 종일 움직이는데 생각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오늘부터 철학자의 머리로 살겠다!" 이럴 필요까진 없을 거다. 그저 조금 더 자주 질문해 보고, 조금 더 자주 기록해 보고, 가끔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들면 된다.


몸이 나이를 먹듯, 생각도 조금씩 나이를 먹을 것이다. 느리더라도 자연스럽게. 아마 이것도 나이 듦의 한 과정일 것이다. 몸은 예전만 못해지지만, 생각은 지금부터 더 단단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벼워진다.


TK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로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