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나이고 싶은 나

by TK

크리스마스이브. 내가 사는 남부 캘리포니아에 비가 내린다. 흔치 않은 비 오는 이브다. 빗물에 씻겨 선명해지는 아스팔트를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복잡한 내 마음의 바닥도 들여다보게 된다.


얼마 전, 법정 스님의 책 『스스로 행복하라』에 담긴 "바로 지금이지 다시 시절은 없다"라는 구절을 멋지게 풀어낸 김남정 작가님의 서평을 읽었다. 그 글을 읽으며 물리적으로는 붙잡을 수 없고 오직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현재'라는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왜 그토록 현재에 집착할까? 창 밖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빗줄기를 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은 "나라는 존재의 연속성"이다.


엄밀히 말해 과거의 나는 이미 사라진 '점'이고, 미래의 나는 아직 찍히지 않은 알 수 없는 '점'이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물리적 사실이다. 하지만 뚝 떨어져 분리된 이 두 점 사이에 '현재의 나'를 살짝 끼워 넣으면, 모든 게 하나의 직선처럼 연결된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비록 개념일 뿐이지만 비로소 연속성이 생겨난다. 나라는 존재가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환상으로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나는 왜 이토록 연속성을 필요로 하는가?"


사라진 과거에 대한 상실감 때문일까, 아니면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이해는 된다.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나'라는 감각이 주는 안정감이 있으니까. 나를 연속된 존재로 느끼지 못한다면, 삶의 목적도 의미도 빗물처럼 흩어질 테니까. 어쩌면 현재에 대한 집착은 의미를 잃지 않으려는 우리의 필사적인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법정 스님을 포함한 많은 현자들은 말한다. 결국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궁극적인 안정은, 역설적이게도 과거와 미래를 잇는 그 선을 놓아버릴 때 찾아온다고.


연속성을 확인해야 안심하는 나, 그리고 그 연속성을 버려야 자유로워지는 나. 빗소리가 굵어지는 이 아침, 나는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걸까.


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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