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감으면 밀려오는

나는 마음빨래 중입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려고 하면 갑자기 뭔가 확 밀려오고 숨이 턱 막혀버려요.

유튜브나 책을 보다가 자려고 하면 심호흡이 안 돼서 잠자기도 쉽지 않아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오후 1시가 넘어서 온 내담자의 문자였습니다.

1주 차에 훈련했던 내용 중 회복탄력성 기술의 첫 기술인

심호흡을 하려고만 하면 숨이 막힌다고 하시더군요.

눈을 감기만 해도 고통스럽다고.

아무래도 W의 사연을 자세히 들어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늦은 밤, 사연을 듣기 위해 W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녀는 공무원으로 8년을 근무했다고 하더군요.

익숙했던 부서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일했지만

최근에 새로운 부서로 옮기면서부터 몸과 마음이 엉망이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부서에서 일을 배우려고 상사에게 물으면,


“스스로 알아서 해야지 그걸 어떻게 다 알려주면서 해?”

“그거 혼자서 한 것도 아닌데 왜 자꾸 혼자 공치사하고 그래요?”

“당신도 00처럼 눈치가 좀 있던지. 왜 그렇게 사람이 눈치가 없어?”


다양한 이슈들이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하면서 심장박동이 이상하게 뛰기 시작했다고.

새로운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배우려고 하면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서

혼자서 알아서 하면 일을 못한다고 질책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이 지속되자,

그녀는 스스로에게도 비난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래. 나는 가치 없는 인간이지.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야.’

학습된 무기력증에 걸린 듯 비난의 메시지를 습관처럼 자주 들려주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타인과 자신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듣게 되니

심장은 자주 쪼그라들어 있고 보통의 날에도 숨이 잘 안 쉬어진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수업시간에 “눈을 감고 천천히 심장에 주의를 두어 보겠습니다.”라는

저의 안내 멘트가 평온함을 선사하기보다 오히려 불안감을 가져온 거죠.

그 순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는 것이 모두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은 아니구나.’ 생각했습니다.

더 내밀하게 삶의 현장에서 안전하게 사용되어 지길 바라며

다른 방법을 안내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00님, 눈을 뜨고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세요?”

“네. 저는 눈을 감으면 더 공포스러워요.”

“네, 알겠습니다. 이해해요. 우리의 몸은 고유해서 각자가 다르게 느낄 수 있죠.

자, 그럼 눈을 뜨고 몸의 이완을 돕는 방법을 안내해 보겠습니다.”






“의자에 편안하게 앉으신 상태에서 손바닥을 허벅지에 살포시 올려놓아 보겠습니다.

허벅지에 손바닥이 놓아졌을 때 손의 무게가 느껴지나요?

손의 온도는 어떤 가요? 있는 그대로 느껴보겠습니다. (20초 후)

이제 손을 떼어보겠습니다. 손바닥이 허벅지에서 떼어졌을 때 남아있는 여운을 잠시 느껴보겠습니다.

손의 온도가 사라진 그 자리, 손의 무게감이 사라진 뒤의 여운을 맛보겠습니다.”


“이번엔 에 손을 얹어보겠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배가 들어가고 나오는 모양을 관찰해 보겠습니다.

배에 손의 온도가 전해졌을 때는 00님의 숨결에 변화가 있나요?

그대로 자신의 숨결을 관찰해 봅니다.

이제 손이 배와 헤어졌을 때 빈 공간의 여운은 또 어떤 맛이 나는지 그대로 느껴봅니다.”


마지막으로 어깨로 가보겠습니다.

양손을 크로스한 상태에서 어깨에 손을 얹어 보겠습니다.

어깨에 얹힌 손의 무게를 어깨는 어떻게 느끼는지 잠시 머물러 봅니다.

(살포시 얹는 것보다 매달리듯 어깨에 손을 얹고 싶다면 마음이 가는 대로 하셔도 좋습니다.)

그 상태에서 숨을 쉬어 보겠습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어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대로 관찰해 봅니다.

들이마시고 내쉴 때 소리를 내어 어깨의 무게감을 ‘후’ 소리를 내며

발바닥 쪽으로 내려 보낸다 의식해 봅니다. 어깨의 무게가 조금 전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조금 가벼운 느낌이 드셨다면

그리고 나의 에너지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껴지셨다면

지금 계신 공간의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시고 여기로 돌아오시면 됩니다.”


“지금은 좀 어떠셔요?”

“너무 신기하네요. 숨이 쉬어져요.

눈만 감으면 심장이 쪼여오던 것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심장에서 의식을 멀리 두었을 때 오히려 집중이 잘 되네요. 신기해요.

숨이 쉬어진다는 것이.”

“축하드려요. 지금의 알아차림과 편안함을!”

그녀가 숨이 쉬어진다고 표현하니 얼마나 기쁘던지요.






다음날 그녀에게 아침인사 문자를 보냈습니다.

“00님, 좋은 아침입니다.

잠은 잘 주무셨어요?

저는 00님의 밝은 목소리 들려주셔서 잘 잤는데 ^^”


안녕하세요. 선생님!

덕분에 잘 쉬고 사무실 셔틀버스 기다리고 있답니다.

밤에 아침에 어설프게나마 호흡해 봤어요.

조금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더라고요. 고맙습니다.”

그녀의 문자 속에 담긴 생기가 저에게도 전이되는 듯했습니다.






경험에 대한 자극을 세 가지 반응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W 씨처럼 신체적,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경험으로 인한 상처 (트라우마)는

정신적 영역뿐만 아니라 신경계와 신체적 영역에 깊이 각인되어 몸이 기억합니다.

지속적으로 상사의 언어폭력에 시달렸던 W님의 긴장감과 불안은

신경계 반응으로 교감신경의 과 활성화로 인해 일어난 현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박수가 증가하거나 호흡이 빨라지는 것은 생리적 반응으로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돌보기 위해 싸우거나 도망가기 반응 중 도망가기를 선택하셨을 테고요.

마지막으로 감각 반응인데요. 신체가 트라우마를 기억하며

지속적으로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눈만 감아도 숨이 턱 막히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하고 계셨으니까요.

그럴수록 몸의 소리를 들어주세요.

손의 터칭 기법을 활용하면 접촉과 감각을 통해

심리적, 신체적 안정과 치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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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빨래 _ 터칭기법으로 심리적, 신체적 안정과 치유 경험하기

1. 심호흡을 하면서 숨이 어디에서 쉬어지는지 그대로 느껴봅니다.

2. 허벅지에 손을 얹어봅니다. 손의 무게, 온도, 질감 등을 알아차려봅니다.

3. 손을 쇄골라인 아래쪽에 살포시 얹어봅니다. 숨을 쉴 때마다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그대로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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