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기억한다.

마음숲지기의 에세이5

몸은 기억한다


콜센터 상담사인 J씨. 그녀와 함께 재활치료 원데이 클래스를 들은 적이 있었다.

밴드로 어깨 가동범위를 측정하는데 오른쪽 어깨에 무리가 갔는지 신음소리가 들렸다.

“으…으.…아…아…악….안되겠어요.”

오른쪽 어깨를 드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

그녀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제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45도 각도 앞에 그 인간이 앉아있었거든요.
너무 싫은 인간이 앉아 있으니까 그쪽 방향을 보는 것도 싫더라고요. 일을 할 때 저도 모르게 몸의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 비스듬한 자세로 상담 전화를 받았어요. 오른쪽 어깨는 잔뜩 힘이 들어갔겠죠? 나중에 알았어요. 어깨가 너무 아파 침을 맞으러 갔더니 평소에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길래 이러냐고 물으시더라고요.
7년을 그 자세로 일했으니…어깨가 힘들 만도 하죠.


사연을 듣고 나니 그녀의 상태가 이해되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센터장과 부딪치는 일이 많았던 J씨.

마음과 근육은 연결되어 있다고 했던가?

‘불편함’, ‘화남’, ‘짜증남’이라는 감정이 고스란히 오른쪽 어깨에 남아 수축된 근육으로 존재했다. 최근에 읽은 내면소통’의 저자, 김주환 교수의 이론과도 일맥상통한다.


‘감정은 몸이다. 부정적 정서로부터 온 긴장을 몸이 기억하고 반응한다.

부정적 정서의 경험이나 스트레스는 의도하지 않은 몸의 과도한 긴장과 불균형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몸의 불균형은 더 큰 정서적 장애와 통증의 근본 원인이 된다.’


부정적 정서의 경험이 불러온 과도한 긴장과 불균형, 통증들이 친숙한 단어로 느껴졌다.

‘내 몸에 켜켜이 쌓였던 감정들이 근육 곳곳에 안착되어 경직된 몸을 만들어냈구나.’ 생각하니

지금이라도 잘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라는 직업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늘 새로운 장소에서 강의를 한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이론이라도 펼쳐 강의를 할라 치면 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강의를 할 때마다 ‘긴장감’은 빼 놓을 수 없는 나의 단골 감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깨가 편히 쉴 날이 없다. 잠자리에 들려고 침대에 누울 때면 곡소리가 난다.

“아이구 어깨야. 아이구야….오늘도 수고 많았다.”

숙면을 취하기 전까지 어깨통증을 온 몸으로 느끼다 잠이 든다. 과도한 긴장감이 가져다 준 통증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닐게다. 통증을 알아차릴 때 즈음이면 병원에 가야 할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 몸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통증을 느낄 때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보내 온 신호에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어느 날, 소마틱스 훈련을 지도하시는 선생님께서 훈련생 중 한 분의 사연을 소개한 적이 있다.

“최근에 도수치료를 받으려고 바닥에 누워있는데 눈물이 날만큼 아픈 거예요.

‘그 순간 내가 몸이 한 말을 안 듣고 있었구나.’ 생각했어요. 어제도 어깨가 다그쳤거든요.

다그치던 어깨가 경직되어 있었는데 어깨가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숨을 쉬면서 지켜봐 주자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어깨가 천천히 내려가 바닥에 닿았어요.

그 전에 아픔이 전형적인 고통이었는데 생각을 덜어내자 아픔이 덜 느껴졌어요.

몸에 대한 믿음을 느낀 것 같았어요. 놀라웠고 고마웠어요.”



훈련생이 어떤 감정을 켜켜이 쌓아왔기에 눈물날만큼 몸이 아팠는지 나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감정이 남기고 간 신호가 어깨에서 반응을 보였다면 그 곳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그리고 화답해주자. 부드럽고 따스한 한 주먹의 숨부터 건내보자.



몸의 소리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수많은 나날들.

지금은 몸의 소리가 제법 들린다.

지금 이 순간, 책상에 앉아 세시간째 글을 쓰고 있자, 몸이 말한다.

“어깨가 올라가 있어. 숨 좀 쉬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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