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막힐 때

감각을 활용한 내적자원 찾기

강의 일정을 마친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휴대폰에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더군요.


“선생님,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려 하면
갑자기 뭔가 확 밀려오고 숨이 턱 막혀 요.
유튜브로 호흡법을 따라 해도, 책을 읽다 잠들려 해도 마찬가지예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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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씨는 ‘마음 회복력’ 수업에서 배운 회복탄력성 기술 중 첫번째인 ‘심장 집중 호흡’을 연습해보려 했지만, 눈을 감는 순간 오히려 공포감이 밀려왔다고 했습니다. 불안감이 몸을 가득 채워 숨이 잘 안 쉬어진다는 그녀의 말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든 들렸습니다. 몸이 보내는 경고음 같았죠.

그날 밤 10시, 퇴근한 그녀와 조심스레 전화연결을 했습니다.
그녀는 익숙했던 부서를 떠나 새로운 팀으로 옮긴 지 몇 달 안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몸과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알아서 해야지, 왜 다 묻고 다녀?”
“그거 당신 혼자 한 일도 아니잖아. 왜 자꾸 공치사를 해?”

“당신도 00처럼 눈치가 좀 있던지. 왜 그렇게 사람이 눈치가 없어?”


익숙하지 않은 업무 환경, 배움의 과정에서 겪는 모멸, 상사의 반복되는 부정적인 피드백은 그녀를 조용히 무너뜨리고 있었습니다, 급기야는 스스로도 지기 비난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죠.

‘그래. 나는 가치 없는 인간이지.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야.’

지속적으로 상대와 자신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으니 심장은 자주 쪼그라들었고 쉬는 날에도 숨이 잘 안 쉬어진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모든 변화, 그녀의 몸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연을 모른 채, 첫 수업시간에 “눈을 감고 천천히 심장에 주의를 두어 보겠습니다.” 안내 했던 것이 그녀에게는 평온함을 선사하기보다 오히려 불안감을 가져온 거였죠. 그 순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는 것이 모두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은 아니구나.’ 성찰하게 됐습니다. 더 내밀하게 삶의 현장에서 안전하게 사용되어 지길 바라며 다른 방법을 안내할 필요가 있었죠.




“00님, 눈을 뜨고 호흡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세요?”

“네. 저는 눈을 감으면 더 공포스러워요.”

“네, 알겠습니다. 이해해요. 몸은 고유해서 각자가 다르게 느낄 수 있죠.”


자, 그럼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고 편도체를 안정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안내해 보겠습니다.


“의자에 편안하게 앉으신 상태에서 손의 위치를 알아차려보겠습니다.

이제 손바닥을 허벅지에 살포시 올려 놓아보겠습니다.

손바닥이 허벅지에 놓여 졌을 때 손의 무게가 어떻게 느껴지나요?

손의 온도는 어떤 가요? 있는 그대로 느껴보겠습니다. (10초 후)

이제 손을 떼어 옆 쪽에 편안하게 놓아보겠습니다.

손바닥이 허벅지에서 멀어졌을 때 남아있는 여운을 잠시 느껴보겠습니다.


“이번엔 에 손을 얹어보겠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배가 나오고 들어가는 모양을 관찰해 보겠습니다.

배에 손의 온도가 전해졌을 때는 W님의 숨에 변화가 있나요? 그대로 자신의 숨결에 주의를 두어 봅니다. (잠시 후) 이제 손이 배와 멀어질 겁니다. 멀어진 후 배에서 느끼는 빈 공간의 여운은

또 어떤지 그대로 느껴봅니다.”


“마지막으로 어깨로 가보겠습니다.

양 손을 크로스 한 상태에서 어깨에 손을 얹어 보겠습니다.

어깨에 얹혀진 손의 무게를 어깨는 어떻게 느끼는지 잠시 머물러 봅니다.

(살포시 얹혀도 되고 어깨에 매달리듯 손을 얹혀도 됩니다.)

그 상태에서 숨을 쉬어 보겠습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어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대로 관찰해 봅니다. 들이마시고 내쉴 때 소리를 내어 어깨의 무게감을 ‘후’ 소리를 내며 발바닥 쪽으로 내려 보낸다 의식해봅니다. 어깨의 무게가 조금 전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조금 가벼운 느낌이 드셨다면 그리고 조금 전보다 나의 에너지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껴지셨다면 지금 계신 공간을 나의 주의에 포함시켜 봅니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시고 여기로 돌아오시면 됩니다.”






“지금은 좀 어떠셔요?”

“너무 신기하네요. 숨이 쉬어져요. 눈만 감으면 심장이 쪼여오던 것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심장에서 의식을 멀리 두었을 때 오히려 집중이 잘 되네요. 신기해요.

숨이 쉬어진다는 것이.”

“다행이네요. 지금의 알아차림과 편안함을 축하해요!”


그날 이후, 그녀는 ‘심장’이 아닌 ‘손끝’에서부터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날은 어깨, 어떤 날은 배, 작고 안전한 감각 하나에서 시작한 숨이 그녀의 밤을,

그녀의 일상을 조금씩 되살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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