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그려 앉지 마세요!

몸, 마음, 정신의 근육을 키우는 에세이 '몸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재활 코칭을 받은 지 세 달쯤 되었을까요?

스미스 머신 앞에서 재활코치의 지시에 따라

바를 잡고 섰습니다.


“다리를 최대한 가슴 쪽까지 올리면서 2분 동안 뛰어 볼 게요!”

‘뭐 2분 정도야. 뛸 수 있지.’라고 생각했지만 1분도 안 돼서

허벅지는 액체괴물처럼 금세 바닥으로 축축 늘어졌습니다.


“멈추지 말고! 더 위로! 더! 더!”
코치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지만,

속절없이 다리는 점점 힘을 잃어갔습니다.

2분을 간신히 버티고 주저앉은 저에게

코치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운동 후에 쭈그려 앉지 마세요.
근육이 그 자세 그대로 굳어요.
어깨 펴고! 명치 올리고! 똑바로 서 있으세요!”


생각해 보니, 힘든 순간마다 몸을 자동적으로

웅크렸던 기억이 납니다.
스쾃를 하거나 플랭크 후에, 항상 같은 자세였죠.
무의식적인 수축. 그것은 단지 ‘힘듦’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삶의 습관처럼 굳어 있는 내 몸의 말버릇 같았습니다.


그날 이후 다짐했죠.
힘들수록, 어깨를 펴기로.
숨이 찰수록, 고개를 들기로.
몸이 웅크려질수록, 더 곧게 서보기로.





재활 코칭 후, 며칠 뒤 천안에서 강의를 마치고

서울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강의가 끝난 지 30분도 안 돼서 교육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강사님, 오늘 강의 만족도 조사에서

강의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다음 주 강의 전에 수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 그래요…어떤 피드백이 나왔는지

저에게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어서 문자로 도착한 수강생들의 피드백에는
‘현장감이 부족하다’, ‘내용이 뻔하다’,

‘강사에게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라는 말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기차역 대합실 한쪽에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었습니다.
여름날의 엿가락처럼 몸도 마음도 축 늘어지더군요.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쭈그려 앉지 마세요!

고개 들고! 어깨 펴고!

명치 올리고! 서 있으세요!”


재활 코치의 음성이 기차 플랫폼 안내 방송처럼 들리더군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작은 저항을 무릅쓰고 어깨를 펴고 가슴을 열었죠.
그 순간, 몸에서 아주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심장에서 미약한 힘이 느껴졌고 무겁게 가라앉던 마음이

살짝 기지개를 켠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감정은 고정된 근육 움직임에서 비롯되는 고정된 행위 유형이다.”라는

신경과학자 로돌프 지나스의 말에 공감이 되더군요.

생각이 감정을 만드는 게 아니라, 굳은 근육이 감정을 만든다는 역설적인 사실.

어깨가 굳고 턱과 가슴이 닫혀 있을 때,

우리의 마음은 쉽게 움츠러들고 두려워지고 분노하게 됩니다.

반대로 몸이 열리고, 근육이 이완되면 마음은 더 넓게,

더 자유롭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생각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마음이 힘들다면, 먼저 몸을 살펴보세요.

감정은 몸이 기억하는 패턴을 통해 나타나니까요.

어깨를 펴고 명치를 들어 올리자, 몸의 공간이 넓어지면서

마음이 머물 수 있는 자리도 넓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굳은 마음을 푸는 열쇠는 굳은 몸을 푸는 데 있었습니다.





실천 편_감정근육 이완


1. 턱에 여유를 주세요

턱근육에 힘이 들어가면 편도체가 활성화됩니다

턱근육을 이완하는 것만으로도

편도체를 안정화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턱관절을 열어 혀와 입천장 사이에

작은 공간을 허락한 후 호흡해 봅니다

턱관절이 살짝 열려 있으면 자연스레 긴장이 풀립니다

턱관절을 연 상태에서 호흡할 때와 다물고 있는

상태에서 호흡할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관찰해 봅니다


2. 목 옆(흉쇄유돌근)을 부드럽게 만져주세요
흉쇄유돌근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근육입니다.

1) 오른쪽 손바닥으로 왼쪽 흉쇄유돌근을 부드럽게 감싸거나,

엄지와 검지로 흉쇄유돌근을 천천히 눌러 마사지해 줍니다.

(왼쪽도 동일하게 마사지해 줍니다.)


2) 천천히 고개를 부드럽게 왼쪽으로 돌리면서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천천히 내쉬면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봅니다.

(들이쉬면서 왼쪽, 내쉬면서 오른쪽으로 고개 돌리기를 10회 정도 해 봅니다.)


3. 승모근(스트레스 근육)의 힘을 빼 주세요.

1) 들숨에 어깨를 귓불 쪽으로 천천히 들어 올려

5초간 머물렀다가 후 내쉬는 숨에 힘을 툭 내려놓습니다

3회 정도 해 봅니다


2) 두 손을 합장을 했다가 들숨에 팔을 90도 각도를

유지한 상태로 팔을 뒤로 보냅니다.

견갑골이 등 쪽에서 모이는 느낌이 들 때까지

5초간 머물렀다가 내쉬면서 팔을 다시 앞쪽으로

모아 합장합니다. 3회 정도 해 봅니다.

*근육을 5초 정도 머물며 수축한 후 이완하게 되면

근육이 더욱 부드러워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근육이 이완될수록 편도체가 안정화되어 감정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4. 쭈그려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면

그 자세 그대로 멈추지 말고 먼저 천천히 숨을 쉬세요.

그리고 조금씩 어깨와 가슴을 펴보세요.

마음도 따라 일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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