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마음, 정신의 근육을 키우는 에세이 '몸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강의는 줄고
집에 칩거하는 날들이 많았던 2020년 3월.
마음수련이 절실히 필요했죠.
마음수련에 대해 SNS로 검색을 하다가
동국대에서 진행하는 '명상지도자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좌식으로 앉아서 명상하는 것 자체가 낯설었지만
당분간 명상에 기대어 마음을 천천히 돌 볼 생각으로
신청하게 되었죠.
첫 수업이 있던 3월의 어느 날,
“자, 눈을 감고 숨이 들어오면 들어오는 것을
알아차리고 숨이 나가면 나가는 것을 알아차려봅니다.”
지도 교수님의 안내에 따라 5분여 정도 눈을 감고 처음으로 호흡명상을 했습니다.
‘잘하고 있는 건가? 내 호흡이 짧은 건가? 괜찮은 건가?’
‘호흡에 집중하라는 건 어떻게 하라는 건가?’
‘호흡이 더 급해지는데? 심장은 더 뛰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잘못하고 있는 건가?’
‘친구는 왜 그렇게 말했을까?’
‘아! 교육업체에 문자 보내는 거 깜빡했다.’
‘집에 갈 때 안 잊고 보낼 수 있을까?’
‘지금 스케줄표에 기록해 놓을까?’
‘이런!! 이게 무슨 명상이야? 김근하! 집중해!’
눈을 감기 전보다 더 많은 생각들이
좀비처럼 득달같이 달려들었습니다.
차라리 눈을 뜨는 게 낫겠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생각이 많은 사람이구나?’
명상을 하기 위해 눈만 감으면 다양한 상념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명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더 강렬하게 만드는 방법을 수행하는 듯했죠.
어수선한 생각들이 오고 갈 때 즈음, 지도교수님께서
생각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첫 번째, 생각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더 커집니다.
그러니 호흡이 짧거나 길다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떠올리지 마’ 혹은 ‘그만해’ 제지할수록 더 강해집니다.
그러니 그저 떠오른 생각을 알아차려 주길 바랍니다.
명상의 목적은 무념무상의 상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생각을 알아차리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생각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제게
귀한 깨우침의 시간이었습니다.
명상지도자 과정을 배우며 세계적인 임상심리학자이자
명상지도사인 타라 브랙이 쓴 ‘받아들임’이라는 책도 도움이 되었죠.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각이 떠오르면 친구처럼 대해주세요. 친구에게 차 한잔하자고 하세요.”
생각이 찾아오면 친구처럼 대하는 방법을 4단계로 제시해 주었죠.
첫 번째, 생각에 인사하기
두 번째, 생각에 이름표 붙이기
세 번째, 찾아온 생각에 ‘Yes’로 수용하기
네 번째, 질문하기
명상이 일상의 루틴으로 자리 잡고
마음에 안정을 찾아갈 무렵이었습니다.
코로나도 조금씩 진전 국면에 들어가던 2022년 5월.
친하게 지내던 동생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준 동생은 ‘자연에 빠지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오 00 작가였습니다.
“언니, KBS ‘영상앨범 산’에서 방태산과 설악산 촬영이 있거든?
감독님이 나랑 마음이 잘 맞는 사람 한 명 초대해도 좋다고 하셨는데
언니가 딱 생각난 거야. 어때?
5월 16일부터 3일간, 시간 뺄 수 있어요?”
“내가 생각났다니 너무 고맙네. 재미있겠다! 나 산 좋아해.
그런데 두 갈래 마음이야.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과 염려되는 마음.
생각 좀 해 볼 게. 신랑과의 스케줄도 조율해 봐야 하고…”
시간을 달라 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오후 내내 무언가 색다른 도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더군요.
해 질 녘 즈음에 그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00아! 나 해 볼래!”
KBS ‘영상앨범 산’ 촬영 경험이 여러 번 있었던 세진이.
감독님의 큐 사인에 떨지 않고 편안하게 인터뷰하는
00 이의 모습을 시청자처럼 지켜보았습니다.
산에 대한 정보는 전날 작가님이 메일로 보내주시는데
저에겐 내용이 방대했고 (A4용지 10장 넘는 분량) 감독님이
어떤 질문을 하실지 예측하기 어려웠죠.
00 이는 산의 유래나 지리에 대한 정보를 언제 그렇게 외웠는지
웃음을 잃지 않은 채, 편안하게 핵심내용을 잘 정리해
전달해 주었습니다. 지나가던 등산객도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박수를 쳐 줄 정도였죠.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여지없이 긴장감이라는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심장이 등산복 밖으로 튀어나올 것 마냥 두근거렸죠.
풍광을 바라보고 느낀 점을 바로 표현한다는 것도
어려웠지만 저로 인해 NG가 나면 무더운 여름의 길목에서
모두가 곱절로 고생할 거라 생각하니 더욱 긴장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감독님의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음숲 커뮤니티가 뭐 하는 곳인지 설명해 줄 수 있어요?
소개부터 가 보죠. 큐!”
“마음숲은 내면에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자기 조율과 관계조율을 돕는 곳입니다.
“시청자들에겐 ‘조율’이라는 말들이 어렵게 느껴질 것 같은데…
좀 더 직관적인 단어 없을까요?”
“음… 다시 해 볼게요.
마음숲은 스트레스에 지친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곳입니다.”
“어떻게 얻도록 돕는데요?
한고비 넘기면 또 다른 질문들이 기다리고…
심장은 계속 두근거리고 진퇴양난이었죠.
“에?.. 그러니까…” 긴장감이 증폭될수록 말을 하는데
버퍼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또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강사가 왜 이렇게 떨어. 이러고도 회복탄력성 강사야?’
질책과 함께 긴장감을 없애려고 애쓰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이때 ‘받아들임’의 저자 타라브랙의 문장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친구처럼 대해 주세요.”
감독님과 조감독이 카메라 장비를 점검하는 동안
생각과 감정을 친구처럼 어루만져 보기로 했습니다.
자기 속 대화를 시작했죠.
Greeting(인사) , Labeling(감정/생각에 이름표)
Yes(수용하기) , Question(질문하기) 순으로.
“왔구나.”(생각과 감정 인정하기)
“긴장되는구나? (감정에 라벨 붙이기)
“어.” (Yes로 화답하기)
“잘하고 싶구나.” (생각에 라벨 붙이기)
“어!” (Yes로 화답하기)
“어디가 불편해? 몸 어디에서 불편함이 느껴져? (질문하기)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어떻게 해 줄까?”
“심장집중호흡을 하면 좀 편안해질 거 같아.”
생각을 친구처럼 맞이한 후에 심장집중호흡을 하니
잘해야만 한다는 생각의 크기가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심장이 조금 전보다 훨씬 편안하게 뛰더라고요.
긴장감도 반으로 줄고요.
다시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근하 씨는 어떨 때 평안해지나요?”
“그야 당연히 등산할 때죠!!
산에 오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넉살을 부릴 만큼 마음이 편안해져 초입보다
더 힘차게 울산 바위로 향했습니다.
<실천 편 _ 생각이 많아질 때 도움 되는 명상요법>
1.Greeting(인사) : 왔구나.(생각이 올라왔음을 알아차리기)
2.Labeling(감정/생각에 이름표) : 긴장되는구나 / 잘하고 싶구나. (이름표 붙이기)
3.Yes(수용하기) : 맞아. 그 느낌이야.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 (YES로 화답하기)
4.Question(질문하기) : 어떻게 해 줄까? 몸 어디에서 반응해? 어떻게 하면 편안해지겠어?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든, 어떤 생각과 함께 하든,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지 마세요.
그저 “왔구나” 알아차리고 친구에게
차 한 잔을 권하듯 친절하게 대해 보세요.
그 순간, 마음은 조금 더 넓어지고
몸은 조용히, 이미 알고 있었던 평안으로 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