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마음, 정신의 근력을 키우는 에세이 '몸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오늘 상회에서는 ‘오늘’이라는 하루를 병에 담아줍니다.
병을 받으면 누군가는 금방 하루를 마셔 버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더 달라고 보채기도 합니다.
늘 함께하던 이의 ‘오늘’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한라경 작가의 그림책 『오늘 상회』의
첫 문장을 읽고 마음이 멈춰 섰습니다.
‘상회(商會)’라는 단어가 왜 그렇게 마음에 꽂혔을까요?
사전적으로 ‘상회’는 몇 사람이 함께
장사를 하는 조합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 그림책에서의 ‘상회’는 단순한 가게가 아닙니다.
누군가는 하루를 나누고, 누군가는 하루를 잃고,
다시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하루는 늘 그런 식으로
움직였던 듯합니다.
독립된 개인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로 얽히고 엮여 있는.
‘오늘 상회’는 우리가 서로의 하루를 나누는,
작고도 큰 공동체일지 모릅니다.
그림 책, ‘오늘 상회’에는 한 부부가 등장합니다.
어느 날, 함께하던 배우자의 하루가 사라졌습니다.
돌아가신 거죠. 남겨진 할머니는 더 이상 ‘오늘’을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늘 상회’에 가지 않고, 벤치에 홀로
쪼그려 앉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머리카락을 간질이고,
햇살이 등을 어루만지고, 나비가 손등에 내려앉고,
오랜 친구에게 연락이 오고, 수줍은 아이가 인사를 건네는 순간…
그녀는 다시 ‘오늘 상회’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 짧은 장면이 제 마음에 머물렀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들
살다 보면, 보통의 하루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날이 있습니다.
아무도 내 기분을 몰라주고, 누구도 내 마음을
알아봐 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
바람이 스치듯 머리카락을 흔들고,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햇살이 등을 감싸 안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요. 문득 생각합니다.
‘내가 정말 혼자인가?’
순간, 자연은 늘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때론 지인들이 불쑥 전화로 안부를 건냅니다.
“잘 지냈어?” “별일 없지?”
말 한마디에 다시 숨통이 트이는 날이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하루를 받기도 하고, 나누기도 합니다.
에너지가 고갈된 날, 누군가의 온기로 나의 하루가
다시 채워지는 경험들, 있으시지요?
그런 걸 떠올릴 때면 ‘관계에도 상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지만, 전해지는 감정의 파장
학창시절 학원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부엌에 서 있는 엄마의 뒷모습만 보고도
싸한 느낌이 전해지는 날이 있습니다.
‘엄마랑 아빠 싸우셨구나.’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기운으로 느껴집니다.
싸늘한 공기, 침묵 속의 어둡게 다가오는 감정의 기운.
그건 ‘촉’일까요? 아니면 감각이 예민한 걸까요?
사실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우리의 심장은 두근거릴 때마다 전기를 만듭니다.
전기는 자기장을 만들고, 그 자기장은 파장을
통해 주변으로 퍼집니다.
하트매스 연구소의 롤린 맥크레이티 박사에 따르면,
심장의 자기장은 몸에서 약 90cm 떨어진 곳까지 전이된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우리는 심장의 전자기장을
서로 주고받으며 영향을 미칩니다.
상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죠.
그리고 감정은 심장의 자기장에 영향을 줍니다.
감사,고마움, 기쁨 등의 감정을 느끼면 심장은
부드러운 곡선의 파장을 그립니다.
반대로 불안, 초조, 슬픔 등의 감정을 느끼면
뾰족한 파장이 전이됩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말이나 표정을 뛰어넘어,
몸에서 몸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집니다.
정서의 파장은 가족과 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 가정을 상상해보죠. 엄마, 아빠, 자녀 1명으로 구성된 가정.
이 중 엄마와 아빠가 평정심 훈련을 꾸준히 해왔다면,
감정적으로 격앙된 아이조차 어느 순간 차분해질 수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 곁에 있으면 자신도 안정감을 얻게 됩니다.
이건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심장 리듬 실험을 통해 증명된 결과입니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팀장이 평정심을 잘 유지하면
팀 전체의 분위기가 바뀝니다.
회복탄력성 기술 중 하나인 ‘정합 상태’ ,
다시 말해 감정과 이성이 조화를 이룬 평온한 상태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정서의 장’을 만듭니다.
그 반대의 상황도 존재하겠죠? 팀장의 감정이 자주 폭발하거나,
감정 조절이 안되면 팀원들은 매일 ‘불안정한 자기장’에 노출됩니다.
말은 안 해도, 표정을 짓지 않아도,
심장 자기장의 에너지는 고스란히 팀원들에게 퍼져 나갑니다.
오늘 나의 장 환경( Field Enviroment)은 어떤가요?
관계는 에너지입니다. 회복탄력성에서는 이를
‘관계의 에너지학’ 이라고 표현합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자기장을 경험했나요?
조용히 내 마음에 물어볼까요?
“오늘 나는 어떤 에너지를 나눴는가?”
“오늘 나의 에너지 장은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가?
우리는 각자의 병에 담긴 하루를 살고 있지만,
그 하루는 누군가의 하루와 반드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관계상회의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