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마음, 정신의 근력을 키우는 에세이
“제가 늦게 귀가한 딸에게 했던 대화 내용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 ‘제정신이야?’ 여기부터 잘못된 것 같은데요?”
“저보다 나으시네요. 바로 알아차리셨으니 말입니다.”
‘리더를 위한 마음 챙김 대화법’ 강의 중에 수강생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질문 하나를 드렸습니다.
“리더님들은 직원을 볼 때 ‘제정신이 아니다’ 고
여겨질 때가 있나요?"
“지각한 직원이 커피 사 들고 출근할 때요.”
“주말 내내 쉬고 월요일부터 아프다며
문자로 ‘출근 못 하겠다’고 할 때요.”
“말도 없이 20분~30분 이상 자리를 비웠을 때요.”
“아파서 못 나온다고 해 놓고
인스타그램 보니 놀러 갔을 때요.”
다양하게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상황을 말씀해 주셨죠.
직원들에게 리더의 생각을
들려준다면 뭐라고 할까요?
다음 수업에서 직원들에게
리더의 생각을 들려주었습니다.(물론 무기명으로요.)
“그게 왜 제정신이 아니에요?
제가 아프고 싶어서 아파요?
주말 내내 쉬었는데도 월요일까지
아플 수 있는 거잖아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딸도 직원들과 비슷한 마음이었겠죠?
“그게 왜 제정신이 아니야?
다른 집 부모들은 1시나 2시에 들어와도
아무 말 안 하는데.. 우리 집이 이상한 거지.”
표현했던 날 말입니다.
‘제정신’에 대한 정의조차 사람마다 이렇게 다르네요.
관계의 갈등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야기되지 않습니다.
생각이 다른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요.
서로가 자라온 환경, 부모의 양육방식, 만나는 사람,
교육 정도에 따라 생각의 자원이 다 다를 테지요.
갈등은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할 때,
혹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상대의 관점을
비난하며 교정하려 들 때 발생합니다.
관계 코칭 전문가 존 가트맨 박사는
관계에 독이 되는 존재들은 일정한
대화 패턴이 있다고 했습니다.
가정과 회사에서 자주 사용하는
독의 패턴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가정>
“너는 그게 문제야.
그렇게 중간에 포기하려고 하는 거.” (비난)
“내가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고3 정도 됐으면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문제집 쌓여 있는 거 봐 봐.” (당연시)
“다른 집은 알아서 대학도 잘 가던데…
너는 왜 이렇게 속을 섞이냐!?” (비교)
“몇 번을 말해야 네 방 정리할 거야?
치우는 것도 지겨워 죽겠어!”(강요)
“자기는 그게 문제야.
가족보다 일을 먼저 생각하는 거.” (판단)
“자기는 정말 할 줄 아는 게 뭐야?
집에서 쉬면서?” (비난)
“공부 좀 해라. 상식은 있냐?” (비난)
<회사>
“너 뇌는 달고 다니니?
생각 좀 하고 말 좀 해라.” (비난)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 (판단)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요?
매번 모른다고만 하지 말고 알려고 좀 해 봐요.”(강요)
“5년 차 됐으면 이제 알아서
처리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당연시)
“입사 동기 00 대리 좀 봐.
일을 얼마나 야무지게 하는지?” (비교)
“제가 매번 화냅니까? 00 씨가
화를 내게 하니까 화를 내는 거잖아요.
보고서 분석만 잘해 왔어 봐요.
내가 이렇게 화를 냈겠나!” (합리화)
비폭력대화의 창시자 마셜 로젠버그 박사는
대화 단절의 패턴 6가지를 소개했습니다.
바로 비난, 판단, 당연시, 강요, 비교, 합리화입니다.
존 가트맨 박사가 소개한 관계의 독 패턴(비난, 방어, 경멸)에 언급된 단어만 다를 뿐 일맥상통하지요.
딸에게 화가 났던 날,
6가지 대화 단절의 패턴을 종합선물세트처럼 사용했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폭주하듯 달려가지 않게 되었죠.
대화에도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대화 단절의 패턴을 알았다고 해서
자동적 생각(비난, 판단, 당연시, 강요, 비교, 합리화)을 없앨 수 있을까요?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막을 길이 없어요.
수시로 떠오르거든요. 보고 듣는 순간,
제가 살아온 날 만큼
레이어링 된 생각들이 밀도 있게 머릿속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관계 대화법의 목표는 자동적인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알아차리고 조율하는 것입니다.
알아차림이 정서적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거지요.
화를 내기 직전, 입을 열기 직전,
잠깐 숨을 고를 수 있게 해주는
내 안의 안전벨트 역할을 하죠.
알아차림을 통해 대화의 브레이크를
적절하게 걸어 자기 조율을 한 사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K 씨의 신랑은 애주가였습니다.
2021년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신랑은 친구들과
고깃집에서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들어왔습니다.
K 씨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마스크를 벗고 붙어 앉아 고기에 술을 먹고 왔다고??
미친 거 아니야?’
라고 말하려다가 ‘그래 이건 비난이지.’
생각하고는 말을 아꼈답니다.
다음 날 저녁 신랑과 함께 동네 산책을 하는데
카페에 가득 차 앉아 있는 손님들을 보며
신랑이 한 마디 하더랍니다.
“와! 카페에 사람들 많다.
저렇게 붙어 앉아 있으면 위험한 거 아냐?”라고요.
그 순간 그녀는,
“야! 인간아! 술 먹으면서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는 건 괜찮고,
카페에서 붙어있는 건 위험해 보이냐?”
라고 말하려 다가 또 한 번 숨을 쉬며
‘이건 비난이지.’ 브레이크를 거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하더군요.
단절의 대화로 가지 않고 연결의 대화로 가기 위해 생각을
조율할 여지를 만들어주는 브레이크, 생각의 알아차림!
꽤 쓸만하죠?
내면 소통의 저자, 김주환 교수는
알아차림의 중요성을 아래와 같이 표현했습니다.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급 발진하려는 뇌,
즉 활성화된 편도체를 안정화시키고
전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동적인 생각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알아차릴 수는 있습니다.
그 알아차림이 연결을 위한 조율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