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마음, 정신의 근력을 키우는 에세이
개그맨 정성호 씨가 ‘신랑수업’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성호 씨는 가수 영탁 씨에게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사랑받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죠.
“아내가 이렇게 말하는 거야.
‘오빠, 다른 게 아니고 옆집에 은숙이 엄마가
나한테 분리수거하는데 비닐을 왜 안 빼냐고
그러는 거야.’ 이때 너는 뭐라고 하겠어?”
영탁 씨가 답했습니다.
“왜 비닐을 안 빼 가지고 그래.”
정성호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내가 평생 따뜻한 밥 먹는 방법을 알려 줄게.
일명 복붙(복사해서 붙여 넣는) 대화법이야.”
“한 번 더 나에게 말해봐 봐.” (정성호 씨)
“오빠, 다른 게 아니고 은숙이
엄마가 나한테 비닐을 왜 안 뺏냐 고 그러는 거야.”(영탁 씨)
“아니 그 여자는 왜 비닐 안 뺏다고 뭐라 그래?”
그는 그냥 복붙하고 언성만 높여주면 된다고 덧붙였죠.
이렇게만 하면 평생 따뜻한 밥 먹는다고.
정성호 씨의 복붙 대화법을 보면서
패널로 나오신 분들이 박수를 치며
격하게 공감해 주시더군요.
저도 맞장구를 치며 즐겁게 보았습니다.
내 편을 들어주고 같이 욕해주는 남편!
너무 든든하잖아요.
하지만 이 방법은 공감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맞장구치기’ 방법입니다.
맞장구를 치며 들어주면 사건 당사자들은
서로를 더 미워하고 부정적인 판단에 빠지기 쉬워집니다.
“은숙 엄마는 왜 자기한테 뭐라고 그래?”
라는 말을 들을 부인은
내 생각이 맞는구나! 비닐 안 뺀 게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 난리야?’
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 결과 자기 생각에 갇히게 되고
미움과 분노의 마음만 커질 가능성이 높죠.
내 말에 상대가 맞장구를 쳐주면 일시적으로
힘을 받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자기만에 틀에 갇히는
오류를 범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감해야 할까요?
“공감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세요?”
수강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수강생의 대다수가 ‘애씀’,’ 노력’,’ 힘듦’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고 하시더군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요?
나와 상대의 생각이 다른데 일치시키려니
힘이 든다는 겁니다.
여기서 잠깐, 공감의 정의를 다시 짚어보죠.
공감은 생각의 일치가 아니라
생각의 스위치를 의미합니다.
역지사지 즉, ‘당신의 상황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죠.
영탁 씨와 정성호 씨의 대화로 돌아가 볼까요?
영탁 씨처럼 자신이 생각한 대로
반응하는 습관적 대화패턴이
툭 튀어나올 수도 있죠.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데 당연히 비닐을 빼야 지.
왜 비닐을 안 빼 가지고 그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비닐을 안 뺀 배우자의
생각을 공감하기는 어려울 테지요.
그런 상황에서 ‘상대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면 가르쳐주려는 의지가 강하게 발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대화를 하는 이유는 판사가 아닌 이상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연결을 위한 것임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공감은 ‘동감’(어떤 의견에 같은 생각을 가짐) 자체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동감되어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
즉 연결을 위해 노력하는 여정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태도입니다.
동감되어가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세 가지 탐색 질문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 화자의 상황을 탐색하기
위의 상황으로 예를 들어보죠.
“오빠, 다른 게 아니고 옆집에
은숙이 엄마가 나한테 분리수거하는데
비닐을 왜 안 뺏냐고 그러는 거야.”
->“분리수거하는데 은숙이 엄마가
왜 비닐을 안 뺏냐고 했어?” (상황탐색)
두 번째, 화자의 감정을 탐색하기
“은숙이 엄마 말 듣고 자기는 어땠어?” (감정탐색)
“불쾌하더라. 사람들 있는 데서 큰소리치니까.
당황스럽기도 했어. 비닐을 잡으려고 했는데 놓친 거거든.”
셋째, 화자의 상황과 감정을 공감하기
(상대에게 동감되어 가고 있음을 표현하기)
“당황스러웠겠네. 비닐을 안 빼려고 한 것도 아닌데…
그 앞에서 비닐을 안 뺏다고 뭐라고 하니까.”
관계조율이 잘 된 대화는
내용만 그대로 미러링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상황과 정서까지
미러링 하는 것입니다.
상황과 감정을 탐색함으로써
‘내 머릿속 생각을 당신의 생각 쪽으로
옮겨 보겠어요’라는 적극적 태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