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지나간 자리

마음치유 에세이

“안녕하세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들려오는 또랑또랑한 목소리!
20층에 사는 꼬마 형제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 애들아! 학교 가는구나.”
“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에게 인사를 주고받는 일이 드문 탓에

아이들의 인사가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웠습니다.

아이들의 아침 인사가 얼굴에 웃음꽃을 걸어 주더군요.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입꼬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한층 더 올라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인사 한마디가 가져온 변화



하이힐을 신고 4시간 강의를 마친 뒤,

노트북 가방을 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발바닥에 열감이 가득 한 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지하 1층에서18층에 사시는 할머님께서 타고 계셨습니다.

그 순간 녀석들의 아침 인사가 떠올라 나도 누군가에게

생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보다 목소리 톤을 높여 인사했죠.

“안녕하세요!”
할머님은 조금 낯설어 하셨지만, 금세 입가에 미소로 화답하셨죠.
밀짚모자를 쓰고 계셨던 할머니의 인중사이로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렇게 무더운 날, 텃밭에 다녀오셨나 봐요.”
“네…”

(10초의 침묵이 흐른 후)

“이거 먹을래요?”
“네?”
“텃밭에서 따온 건데…”


조금 쑥스러우셨는지 처음부터 주시려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았어요.
저의 인사에 마음을 열게 되신 걸까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6층에서 내리며 고개 숙여 인사를 드렸습니다.


“감사해요, 어르신. 잘 먹을게요.”


집에 도착해 보니 메0커피의

테이크 아웃 비닐봉지에 담겨 있는 열매들.
오른쪽에는 빨갛고 노란 방울토마토가 스무알,

왼쪽에는 빨간 고추가 스무 개 남짓 담겨 있었습니다.

20층 꼬마들의 인사가 누군가의 입꼬리를 올려주고,

그 마음은 또 다른 손길로 이어져 저에게 열매로 도착했네요.

아침 인사 한마디가 돌고 돌아

따뜻한 선물이 되어 돌아온 하루였습니다.








관계의 에너지가 확장되는 순간


다음 날 아침, 라디오에서 아침부터

기온이 33도까지 오른다는 일기예보가 들려왔습니다.
숨 쉬는 것조차 버겁던 날,

분리수거를 하러 내려가니 관리 아저씨께서

땀을 흘리시며 박스를 정리하고 계시더라고요.


“거기 놔두고 가셔요. 제가 정리해 드릴게요.”

말씀과 동시에 이미 정리를 시작하고 계신 관리 아저씨.

감사한 마음에 시원한 음료라도

드리고 싶어 서둘러 집으로 올라갔습니다.
마침 집에 잘 익은 참외가 있어 큰 얼음을

두세 개 넣고 참외주스를 만들었죠.

곧바로1층으로 내려가 관리 아저씨께 건내 드렸습니다.




“무더운데 이것 좀 드시고 하세요.”

“아이구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아저씨의 환한 웃음에 감정이 전이되면서

입꼬리가 쭉 올라갔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딸이 그러더군요.


“맛있으신 가 보다. 아저씨가 웃으시면서 드시네.”
“어? 어떻게 알아?”
“뒤 베란다 창문으로 내놔 봤어.”


창문 너머로 목격한 미소 덕분에 딸도 저도 한 번 더 웃었습니다.

잠시 창가에 서서 심호흡을 하고는

무더운 여름날 고생하시는 관리아저씨를 향해

고마움의 감정이 전해지길 바라며

마음햇살을 듬뿍 보내는 상상을 했습니다.


‘아저씨의 수고로움 덕분에 제가 편안할 수 있음이 감사합니다.’

상상하자 더욱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더불어 이틀간 이웃들이 전해 준 따스한 인사에 문득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책 속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네가 한 마리의 나비가 되면

너는 참된 사랑을 나눌 수 있단다.
내가 나비가 되어주면 그 사람 또한

나비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기억하렴.”


밝은 인사가 누군가의 마음에

‘선함’을 일으킬 수 있다면
우리는 매일 나비가 되는 연습을 해도 좋지 않을까요?


(2025년 어느 무더운 여름날/김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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