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킬로가 넘는 이민자 가방과 케리어를 질질 끌고
택시기사 아저씨들에게 무작정 목적지가 쓰인 종이를 들이밀었다.
나름 합리적인 가격을 부르는 어느 외국인 아저씨의 차에 몸을 싣고 기다리는 중
나 말고도 목적지가 비슷한 다른 일행들을 채울 때까지 조금 기렸다가 출발했다
10월의 차가운 가을바람이 부는 한국과 반대로 호주에는 여름이 오고 있었다
푸르른 브리즈번강과 높고 맑은 하늘이 나를 반겨 주는 것 만 같았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고 온 백배커스에 도착했지만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와서 몇 시간 정도 대기를 해야 했다.
아침 식사도 제대로 못한 나는 끼니를 때우러 짐을 맡기고 밖으로 나섰다.
마땅히 아는 곳도 없었던 나는 숙소 바로 건너에 있는 서브웨이에 들어갔다.
이때는 서브웨이에서 주문하는 법을 전혀 몰라, 굉장히 애를 먹으며 주문을 했다.
밥을 먹고도 체크인 시간까지 한참 남아 있어, 동네 구경을 좀 해 보았다
브리즈번은 조용하고 작은 도시로 물가가 저렴한 편이라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나라다
어느 하나 이전에는 본 적도 없었던 낯설고 신기한 것 투성이었다.
너무 멀리 걸어왔다 싶어 지자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예약한 방은 4인실의 여성 전용방으로, 가격은 꽤 있지만
그래도 안전을 위해 나름 거금을 들여 예약했다.
바로 셰어나 렌트를 알아보고 나갈 생각이어서 3-4일 정도 예약했던 것 같다.
숙소는 걱정했던 것보다 깨끗하고 좋았다.
4인실 안에 공통 화장실과 샤워실, 개인 금고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운이 좋게도 3박 4일 동안 거의 혼자서 지냈다
짐 정리를 어느 정도 끝내고, 본격적인 시티 구경을 나섰다
콘래드 카지노와 그 앞에 자리 잡은 멋진 도서관 건물들을 뒤로하고
핸드폰을 사기 위해 퀸즈 스트리트몰로 향했다
브리즈번에서 시티에서 가장 큰 상가가 즐비해 있는 퀸즈 스트리트몰
여행 책자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규모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헤매다
겨우 한 핸드폰 가게를 찾아냈다
어렵게 구매한 나의 호주 핸드폰 (아직도 가지고 있다)
벌써 12년 전이니, 그때는 스마튼폰이고 뭐고 없었을 때였고
가난한 학생 신분이었던 나는 가장 저렴한 핸드폰을 구입했다.
그래도 나름 애국자라 삼성폰으로!
밖은 어둑어둑 해지고 점심도 제대로 못 먹어서 배는 고픈데
가게는 모조리 문을 닫아 먹을 것을 살 곳이라고는 편의점뿐이었다.
그나마 만만해 보이는 차가운 샌드위치를 하나 집어 들고
공원 벤치에 않아 우걱우걱 끼니를 때우고 나니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났다.
내가 머물던 숙소 1층의 펍에서는
핼러윈데이 시즌으로 한창 들떠있는 사람들로 어수선했다.
다른 방의 사람들이 같이 놀자며 숙소의 문을 두들기며 돌아다니는 통에
한숨도 잘 수가 없었던 브리즈번의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