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한 학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왔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떠나, 사회라는 곳에 나아가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나는 아직도 이렇게 나약한데,
지금의 나로 정말 괜찮을까 라는 생각에
나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내가 스스로 무언가 해 낼 수 있다면
(정확히 말하면 내가 직접 돈을 벌어서 내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다면)
나는 한국에서도 어떤 일이든 해 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확신이 들었다
그 확신 하나로 나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평소 무뚝뚝하던 한 살 터울 남동생의 선물을 케리어에 담고
동생의 서툴지만 따듯한 마음은 내 가슴에 담았다.
공항에 데려다주셨던 부모님은 가는 내내 아무 말하지 않으셨지만
엄마는 끝내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날 보며 눈물을 보이고 마셨다
그런 부모님과 다르게 나는 씩씩하게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그때의 감정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두려움보다
오롯이 혼자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삶에 대한 기대가 더 컸던 것 같다
여태껏 한 번도 그렇게 살아 본 적이 없었기에,
그저 가슴이 뛰고 설레기만 했었다.
태어나 처음,
나 홀로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서
모든 게 처음이었고 모든 게 어리숙했고 모든 게 어려웠다
나리타 공항에 내려,
호주 브리즈번으로 가는 항공편을 기다리는 동안
밖은 이미 어둑어둑 해 져 있었고, 공항은 의외로 한산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처음 떠났을 때의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앞섰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꼭 붙잡고
브리즈번으로 가는 밤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좁고 어두운 비행기 안에서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혀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던 두 번의 기내식을 먹고 나니
어느새 나는 호주에 도착해 있었다.
이제 정말 시작이다
지금부터는 나 혼자 모든 걸 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