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여우비가 바람사이로 살짝살짝 날리는 맑은 날. 공원 안에 있는 호수 한쪽에서 대여섯 마리 오리가 잠들어 있고 또 다른 대여섯 마리는 물속에서 놀고 있다.
물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으니 제법 푸다닥 소리가 크게 난다. 수영을 하는지 물장구를 치는지 제법 요란스럽다. 물을 가르며 수영도 하고 잠수도 하고 몸단장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오리들 중에 재미있는 녀석을 발견했다.(이름은 이녀석이라고 지었다.)
이녀석 오리가 호수 중심에 있던 돌무더기 위로 올라가 잠시 몸을 쉬는가 싶더니 몸을 풀기 시작했다. 날개도 쭉 뻗었다가 다리도 뻗었다가.. 그러다 갑자기 폴짝~ 뛰어 다이빙을 하는 게 아닌가.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응? 하며 눈을 다시 크게 떴다. 이녀석 오리는 돌무더기로 다시 오르더니 몸을 가다듬고 또 다시 풍덩한다. 이게 뭐지? 쟤 지금 다이빙한거야? 순간 웃음이 나오고 그 오리의 즐거움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이녀석오리가 서너 번 더 풍덩하기를 반복하던 찰나 돌무더기에서 분수가 요란스레 쏴아아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왔다. 그 바람에 오리는 다이빙을 멈추고 수영을 하여 수풀사이로 자리를 피했다. 사람들이 다가와 분수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풀숲으로 사라진 오리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그 아쉬움에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여러 마리의 나비가 풀 주변을 날고 있었다. 분홍꽃 위에 흰나비가 앉았다. 그 꽃은 바람결에 잎을 내어준 건지 나비는 흔들리는 꽃잎에 앉았다 날았다를 반복한다. 꿀을 원하는 걸까 자리를 원하는 걸까 나비는 제법 오래 앉아있는다. 바람에 흔들려도 꿈쩍 않는다.
분수의 물이 바람에 날아 수풀까지 날아든다. 근처에 앉아있던 나비들은 놀라 난리가 났다. 혹여나 물이 묻을까 그런가 싶다. 그 동작이 유난히 바빠 보인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내가 선택한 결과라는 말이 생각났다.
순간순간 내 눈에 들어온 모든 상황들이 내 마음속에 여유를 만들어내고 즐거움을 만들어내며 수만 가지의 감정을 만들어냄을 알았다. 오리를 만나 즐거웠던그 순간을 다시 한번 되뇌어본다.
어느새 빗방울이 제법 굵어져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녀석오리는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