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
새벽부터 쏴아아 쏟아지던 비가 지금은 거짓말처럼 그쳤다.
비에 젖었던 바닥도 마치 길바닥 아래에 온돌이라도 있는 듯 점점 마른 바닥으로 변신하고 있다.
비가 마르기 시작한 바닥의 냄새는 특이하다. 비릿한 햇볕 냄새가 섞여있다. 내 눈이 오늘따라 깨끗하게 씻긴 건지 공기 중에 먼지가 씻긴 건지 유난히 시야도 맑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 누군가의 집 처마 아래에는 아직 남은 비가 흘러내리고 있다.
아쉬운지 내내 똑똑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비가 온 덕분인지 공기가 제법 시원해졌다. 아직 남은 줄 알았던 여름이 이제 가려고 하는가 보다.
순간, 나에게 다녀간 수많은 여름들이 생각났다.
뜨거운 여름에 익어가는 노란 참외의 미지근하지만 푸릇하고 아삭했던 여름,
하교 후 비지땀을 흘리며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던 꼬마 시절의 여름,
아빠를 따라 가끔 끼었던 어른들의 계모임,
그리고 모임에서 유일하게 내가 먹을 수 있었던 음식, 복숭아는 정말 맛있었다.
그 날의 여름들처럼 그렇게 또 한 번 여름이 가려고 한다.
하나의 추억과 하나의 계절이 서로 맛 물려 돌아가는 게 인생인가 보다. 그렇게 즐거움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덧 나는 세월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스스로 만족하는 내 안의 감성을 만나게 되면 나는 어느 순간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이다.
어쩌면 행복은 어려운 게 아니다.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데 자꾸 어려운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와 함께 온 나의 감성은 어느덧 햇볕에 마른 향을 선사하고는 이내 사라졌다.
어쩌면 나는 충분히 잘 알고 있다.
행복해지는 방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