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배우다 6화

밤의 냄새는 향기롭다

by 구루

비가 그치고 밤이 내리기 시작하자 공기가 묵직해진다. 낮에는 접할 수 없는 이 공기는 무언가를 가득 품은 냄새라고 하는 게 옳다. 나무와 땅과 바람은 밤이 되면 진짜 자신이 가진 모든 향을 내뿜는다. 그 냄새는 바람따라 온 마을의 냄새를 품어서 돌고 돌아 산속으로 돌아간다.


바람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하늘을 바라본다. 어쩜 이리 맑을 수 있단 말인가. 사진으로 담아내려 아무리 용을 써도 내 눈에 찍힌 사진만 못하다. 어쩜 이리 맑을 수 있단 말인가. 연달아 감탄하며 숨을 들이마신다. 하늘에 가득한 흰 구름이 달님 대신 밤하늘을 비추고 있다. 너무 밝게 비추는 탓에 까만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 박하향이 나는 연한 물파스를 코 끝에 바른 듯 시큰하고 뭉클하다. 혼자 보기 너무 아까운 순간이다. 어느 시인의 글처럼 달이 고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연락했다는 이유를 알겠다.


구름 하나 놓칠세라 발을 뗄 수가 없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습지가 있는 곳까지 천천히 걸어간다. 보통 때는 이 습지에 물이 없다. 오늘은 달달한 비가 내린 덕분에 개구리울음소리가 가득하다. 개굴개굴 꾸울꾸울~ 꾸울 개굴개굴개굴. 개구리울음소리는 정성을 들여 들어보면 일률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고음, 중저음, 저음 나름 그들만의 파트가 나누어져 있다. 어떤 개구리씨는 화음까지 넣고 있다. 한 박자 먼저 노래를 시작한 파트를 따라 다음 파트가 바로 연이어 소리를 낸다. 그들의 울음소리는 인간의 것보다 듣기 좋다. 문득 드는 생각, 이것은 노래일까 대화일까. 몰입해서 듣고 있는데 갑자기 소리가 끊겼다. 아쉽다. 목 아프게 울어댄 그들에게 달걀 한 판 돌리고 싶다.


가로등을 품고 있는 나무를 보았다. 진한 녹색의 이파리가 가로등 빛에 노출되어 연한 연두색처럼 보인다. 차가운 날에는 따뜻할지 몰라도 더운 날에는 어찌 견딜지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 밤은 외롭지 않게 서로 의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비가 온 후라 제법 공기가 차다. 나무는 가로등을 감싸고 가로등은 나무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밤이다. 돌아오는 길에, 밤의 냄새는 더욱 진하고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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