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잎 May 07. 2019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집'을 보고

종이의집은 스페인 조폐국에서 돈을 훔치는 강도들의 이야기다. 


시즌2까지 모두 21편의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드라마에서는 고작 5일이 흐른다. 그런데 이 과정이 얼마나 숨가쁘게 진행되는지 모른다. 5일 동안 벌어지는 일은 그냥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5일을 위해 강도들은 오랜 시간 공들여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계획대로 될리가 없다. 돈을 강탈하는 과정이 숨막히게 펼쳐진다. 

종이의집에는 강도들과 국립경찰이 두뇌싸움을 벌인다.


스페인의 국립경찰은 강도들이 계획을 세운 것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국립경찰뿐 아니라 스페인 전역의 모든 경찰이 이 사건에 다 들러붙는다. 


정보부를 비롯한 스페인의 정부까지 나선다. 여기에 영국과의 외교문제까지 얽히게 되면서 사건은 복잡해진다. 


드라마를 보는 재미는 여기에 있다. 풀릴 듯하다가도 풀리지 않는다. 이제는 해결이 되나 싶다가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이 모든 계획을 세운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교수로 불리는 이 남자는 모든 가능성을 다 생각하면서 이에 맞춰서 시나리오를 전부 짰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유럽에서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1000억 유로를 찍어냈다. 그리고 찍어낸 그 돈은 '돈이 많은 자'에게 흘러들어 갔다."


"그들은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권력'을 지녔다는 이유에서 돈을 찍어내서 돈을 갈취한다. 그런데 왜 강도인 우리만이 잘못한 건가. 우리 강도들은 이 지긋지긋한 삶을 벗어나려고 하는 것일 뿐인데" 라고 말한다. 


“우리같은 패배자들의 새로운 삶을 얻는 것이, ‘유동성 확보’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놓고서는 돈을 찍어서 자기들끼리 배불리 먹는 것보다 왜 낫지 않다는 것인가.”는 물음을 제기한다.


강도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놓고 강도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러다가는 나도 강도들의 편을 들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예감이 맞았다. 


드라마는 현재 벌어지는 강도사건을 풀어서 보여주면서 그들의 지난 이야기도 삽입한다. 그렇게 강도들을 하나씩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주 약간의 지루함과 아주 약간 강도질이 미화된다. 하지만 이들을 이해하기에는 그들의 이야기를 아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를 평면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돼서 좋다. 또 사건이 어디로 튈지 몰라서 더욱 흥미롭다.)


이 드라마는 재미있고 스릴이 넘치지만 하나의 냉철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돈을 찍어낼 수 있고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자들이 지닌 권력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그리고 그렇게 찍어내는 돈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누구한테 흘러들어가는가 하는 물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이유 몇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