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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 May 04. 2019

내가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이유 몇가지.

현실에서 내가 하는 일은 잘 안풀린다.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

돈은 언제나 모자르다. 모자른 돈 때문에 알아본 투자는 연일 하락세다. 내가 좋아한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고 사람들은 내게 호의를 보이지 않는다.

내가 준비했던 시험에는 늘 떨어지고 만다.
그것이 아니라도, 그러니까 아무것도 힘든게 없으면 그저 나는 늙어간다.

누구나 늙어가는처럼. 늙어간다. 몸은 힘이 빠진다. 내가 늙지 않으면 내 부모가 늙는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 소멸을 보는 것, 하나의 생명력이 사그라들어가는 것, 그것이 피부로 몸으로 나타나는 것, 그것이 슬프다.



그런 인간의 본질적 괴로움, 죽음을 향해 가는 것에서 벗어나있는 인간, 그 인간이 바로 '방탄소년단'아니겠는가.

방탄소년단은 매일 매일 새로운 기록을 쏟아낸다.
앨범 판매량 세계2위, 빌보드에서 한국 가수 최초 2관왕,
미국에서 화려한 컴백, 그들의 팬이라고 자처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들.

그들의 연이은 성공을 보면서 내 인생과는 다르게, 세상에는 성공이란 것도 있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내가 느끼지 못했지만, 성공이란 것은 어딘가는 존재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늙음과는 어울리지 않다. 우리 방탄소년단은 젊고 아름답고 그들의 몸짓은 유혹적이다.

특히 지민의 얼굴을 보면 더욱 아름답다고 느낀다. 지민의 얼굴에는 아직 어린 것이 가시지 않은 볼살이 있으며 두꺼운 입술도 너무 예쁘다 .
그의 얼굴과 몸짓은 그 자체로 젊음과 생동감을 말하고 있는것 같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는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긍정적 에너지를 다 흡수한 듯하다. 그리고 실제로 세상에서 찬사를 받았고 그 모든 찬사를 머금고서는 더욱 청순하고 아름다워진다.


는 그들이 지닌 에너지와 연이은 성공을 보면서 잠시 잊을 수 있다. 나의 현실을, 나의 현실에서의 체념감과 절망감을, 그리고 나의 죽음을.

나와는 다르게 세계에서 거침없이 나아가는 이 젊고 아름다운 아티스트들을 보고 있자면 '그래, 세상에는 이렇게나 아름다운 성공도 있는 법이지', 새삼 깨닫는 것이다.


그들은 나 대신 인생을 살고 있다. 나 대신 성공하며 반짝인다.  나는 그들을 통해 마치 내가 성공한 것처럼 대리만족을 느끼며, 그렇기에 그들을 응원한다. 그들은 마치 내가 앞으로 펼쳐질 인생을 '미리' 대신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성공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들은 또 그래야만한다. 내 응원과 사랑을 이렇게 듬뿍 받았는데.


만약 그들이 현재 시끄럽게 변죽을 울리고 있는 와이지의 마약, 성매매 등을 겪는다면. 나는 좌절할 것이다. 마치 내가 실패한 처럼.


내가 느끼는 당혹감과 좌절감, 그리고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그토록 당신들이 더 오래토록 성공하기를 얼마나 빌었는데, 마치 당신의 성공이 지속되는 것이 나의 삶에도 성공을 가져오는 것처럼 심을 다해서.


그 성공이 내 삶에 반짝이는 이정표처럼 그렇게 느꼈는 것이다.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던 죽어가는 여자아이가 그 잎새에 자신의 운명을 내맡긴것처럼. 그런데 이따위 짓을 하고 어떻게 나를 배신하고 그 따위로 삶을 살아갈 수가 있냐며,
나는 끅끅 울음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아이돌 그룹은 어떤 의미에서 계속 싱그럽고 상큼해야하고
또 계속 반짝이는 상태를 유지해야하는 것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한명의 개인들은 자신들에게서 점점 사라져가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그들로 대신 충족한다. 그래서 최고점을 계속 유지하는 아이돌 그룹의 나이는 20대 초반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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