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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 Jun 19. 2019

악몽과 고양이

최근 악몽을 꾸고 있다. 회사에서 부서장이 바뀌었는데 온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엄청나게 기선을 잡고 있다. 말이 기선을 잡는 거지 못살게 굴어서 안달이다.


내가 꾸는 악몽은 뭐냐면, 바로 회사에 출근하는 꿈을 꾸는 것이다. 꿈 속에서 회사 부서장에게 이리 깨지고 저리 깨진다. 며칠을 잠을 못잤다. 잠을 못자니까 얼굴에는 뭐가 잔뜩 올라왔다.


엄마 아빠는 내 얼굴을 보고 많이 피곤하구나, 하면서 불쌍하게 쳐다봤다. 잠에 푹 못드니까 삶의 질이 확 떨어진다. 너무 피곤하다. 신경질이 난다.



내 발 밑에서는 항상 고양이가 웅크리고 잠을 잔다. 내 다리를 자신의 베개로 삼아 온 몸의 힘을 내게로 쏟고는 잠을 잔다. 고양이는 항상 내 다리에 자신의 몸을 딱 붙이고 내게 기댄다. 3kg이 넘는 고양이의 무게가 내게 실리는 것이 좋았다가 요새는 좀 싫어졌다.


고양이는 아마도 어떤 온기를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왠지, 고양이가 내게 몸을 기대는 행위가 나의 온기를 느껴서 본인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싶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양이도 너무 외로워서 그러는 것 아닐까 싶은 마음이었다.


언제나 나는 고양이가 그런 마음으로 내게 온 몸을 기대어서 잠에 드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고양이를 냅뒀다. 아니, 사실 냅둔 것뿐 아니라, 자기전에는 항상 고양이를 불렀다. "고양이야, 이제 자야 돼. 얼른 와, 나 이제 잘건데. 어딨어?"하고서는.



그런데 악몽을 꾸기 시작하니까 고양이의 무게가 어쩐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고양이가 내 다리에 기대고 있으면 "야, 너 몇키로인지 암?? 너 3kg도 넘는 것 암?? 개 무겁다고.."하면서 툴툴대다가 다리를 빼버렸다.


당황한 고양이. 고양이는 안식처를 찾지 못해 다시 이리저리 고개를 둘러보다가 다시 내 다리로 기어들어온다. 온기를 느껴야만 잠에 들 수 있는 것처럼, 고양이도 무척 외로워 보인다.


고양이 당황쓰.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다리를 몇번 치웠더니 고양이가 내 다리를 안식처로 삼지 않는다. 대신 고양이는 어떤 캄캄한 곳으로 갔다. 그곳은 내 방에 있는 장롱 천장이다.


 점프실력이 엄청나게 늘어서 장롱 천장까지 뛰어올라간다. 그런 다음에 그곳에서 나를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잠에 든다.


나는 이제 악몽을 꾸지 않는데, 고양이의 안식처가 바뀌어 버렸다.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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