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잎 Oct 12. 2019

'동백꽃필무렵', 사랑만 줘도 매력있는 남주 탄생

동백꽃 필무렵의 강하늘이 연기하는 황용식이. 역대급 남자주인공이 탄생했다. 역대급으로 매력적이고 역대급으로 웃긴데다가 귀엽고 사랑스럽다. 


기존 드라마에서 나오던 매력적 남자주인공은 아주 싸가지없으면서 아주 돈이 많은 남자였다. 그동안 남자주인공의 성격은 대체로 비슷했다. 싸가지없는 말투, 싸가지없는 행동을 하다가 여자주인공을 만나서 점점 따뜻하게 변해가는 그런 스토리가 그동안 주를 이뤘다. 



이 드라마는 다르다. 남자주인공은 그야말로 순딩이, 친절함의 대명사, 돌직구를 날리다 못해 불곰처럼 들이대는 스타일이다. 여자주인공은 겉으로는 여성스럽고 단아해보이지만, 속으로 곪고 있어서 사람에 치이고 고통에 차있다. 사랑에 관한 생각도 비관적이다. "내가 사랑해봐서 아는데 그거 별거없어요."라고 한다. 


황용식이는 "저는 그 사람과 달라요. 제가 주는 사랑은 죽이는 사랑이에요. 너무 좋아서 죽을 정도로 대단하다구요. 남자가 그 사람 하나에요? 저랑 그사람이랑 같은 부류로 묶지 마세요"라고 대답한다. 황용식의 퍼붓는 사랑으로 여주인공은 점점 상냥해지고 스스로를 생각하는 방식도 부정적인 데서 긍정적으로 변한다. 


여주인공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그녀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그녀의 아름다움으로 인한 호기심에서, 또는 동정심에서 살갑게 다가오지만 그들은 마음 깊숙히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녀는 비참하고 불쌍하나 처지에 놓여있다고. 나보다 훨씬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살았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청소년기를 지나 20대, 30대를 지나는 모든 시간을 그러한 시선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 생각속에서 살아왔는데 스스로를 여기는 마음가짐이  자신에 대한 존엄함과 긍정적일 수 있을까? 그녀가 자신을 '불쌍하고 어쩔 수없이 팔자가 드센 여자'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런 그녀를 변화하는 것은 황용식이의 사랑과 그가 갖고 있는 생각, 그리고 그녀를 향한 존중감이다. 그는 부자도 아니고, 대단하게 뛰어나거나 똑똑하지도 않고 또 대단히 세련되지도 않는다. 기존에 나온 남자주인공이 갖고 있는 매력이 전혀 없지만 그가 갖고 있는 존중감, 그리고 우직한 사랑 때문에 그는 매우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드디어 드라마에도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했다. 


드라마를 보는 나도 그의 사랑에 감동하게 된다. 한 사람을 처지나 상황에 상관없이 귀히 대해주는 것, 존중해주는 것, 그리고 그녀가 받고 있는 불쌍한 시선과 부정적 시선에 맞서 싸워주는 그 남자의 분노가, 내게도 매우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나도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드라마를 봤다. 


드라마에도 공식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번 흥행했던 드라마의 캐릭터와 포맷은,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다시 써먹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제작비가 들어가고, 광고비를 따야하는 사업이니까 말이다. 


이번 드라마의 흥행으로, 황용식 같은 '조건이 좋지 않은 남자가 그가 보여주는 사랑만으로도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캐릭터'가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사실은 돈 많고 재산이 많아져서 한 사람의 팔자가 고쳐지는게 아니라, 나를 대우해주는 사람들의 진정한 존중과 사랑으로 팔자가 변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조커, 끔찍함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모순은 뭐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