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잎 Dec 09. 2019

사랑하는 눈길을 받아 먹고 더 사랑스러워지는 고양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눈길이 여럿 있다.

나도 항상 고양이를 바라볼 때 사랑스럽게 쳐다보지만 나라는 인간 1명을 빼고도 여러명이 더 있다. 내 친구들은 내 집에 놀러와서 고양이를 실제로 보고나면 예외없이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면 나는 마치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아기 자랑을 위해 매일 아기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는 사람처럼 내 고양이를 자랑하게 되는데 이들은 그 자랑에 관대하다.

내 고양이는 절대적 귀여움과 절대적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서 내 눈에만 이뻐보이는 것이 아니다. 내 고양이를 실제로 만난 사람들은 고양이를 예뻐한다. 내가 2년 전 쯤 고양이란 생물, 그 중에서도 내 고양이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말이다. 그 땐 나도 고양이와 오래 시간을 보내기 전의 인간이었기 때문에 고양이의 치명적 귀여움에 취약할 때였다.




고양이는 그 자체로 아주 귀여운 생물인데 그 중에서도 내 고양이는 갓 태어났기 때문에 더 귀여웠다. 갓 태어나서 2주밖에 되지 않은 고양이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때는 고양이가 발로 얼굴을 부비는 것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 등의 모든 행위에 깊은 사랑을 느꼈다. 내가 고양이의 매력에 취약한 인간이기도 했다. 그 때 나는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서는 어떤 설렘이 강하게 느꼈다. 그 사랑은 몹시 강한 것이어서 나는 고양이를 데려오기 위한 60만 원을 선뜻 지불할 정도였다.

고양이는 왜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창조주의 창의력에 감탄과 찬사를 보내며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도까지 올렸다. 고양이를 창조해줘서 감사하고 고양이를 내게 줘서 감사하다며.그 때 느꼈던 첫 만남의 사랑과 설렘은 지금은 사그라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고양이를 잔잔한 마음으로 사랑한다.




어떤 새로운 사람은 그 강한 사랑과 설렘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이는 내 고양이를 만난 뒤 내가 초기에 보여줬던 깊은 사랑과 설렘을 보여줬다. 고양이에게 아직 취약한 인간들이 그렇듯이 낯선 이도 고양이라는 생물 자체를 향한 감탄과 찬사와 함께 그 가운데서도 특히 ‘내 고양이’만이 갖는 어떤 특별함을 향해서 사랑을 보내왔다.

내 고양이를 사랑하는 친구는 여럿 있지만 3명 정도는 내 고양이를 매우 사랑하고 있다. 3명의 공통점은 집에 놀러와서 내 고양이와 오랜 시간 논 뒤, 그 다음날 사랑을 이기지 못해 다시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손에 간식을 사들고 다시 찾았다. 고양이가 그렇다. 매우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래서 고양이 카페가 장사가 잘 되는 거겠지.

가장 큰 사랑을 보여준 친구가 있다. 그는 자신의 고오급 카메라와 편의점에서 파는 각종 고양이 간식들을 들서는 내 집을 재방문했다. 그리고서는 카메라로 고양이 사진 몇십장과 동영상을 잔뜩 찍어간 뒤 마치 자기 고양이를 자랑하듯이 인스타그램에 올려놨다. 그리고는 고양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인스타그램에 업데이트를 했다.





내 고양이는 품종이 먼치킨(과 어떤 잡종이 섞인 잡종)인데다가 아직 어리고 팔팔해서 사람을 잘 따른다. 낯선 사람이 오면 여느 고양이처럼 숨지 않고 개처럼 킁킁대며 낯선이를 탐색하는 데 바쁘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롭고 낯선이에게도 마음을 열고 머리를 부빈다.

내 고양이의 이런 행동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사랑이 자라나게 하는 것일까. 고양이를 향한 사랑의 눈길들이 늘어날수록 고양이는 더욱 사랑스러워진다. 사랑을 많이 받는 생명은 경계하거나 폭력적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그만큼 더욱 사랑스러워지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양이와 함께 누워 깊은 잠에 드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