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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 Nov 30. 2018

고양이는 왜 밍기적대지 않을까? 나는 게으름을 피우는데

몸이 아침부터 찌뿌둥하다. 힘들고 졸립다.


간밤 꿈에서까지 일을 잘 못한다고 계속 시달렸다. 꿈에서 어떤 이가 내게 "뇌를 안쓰시는군요. 뇌를 가지고 계시면 뭐합니까. 뇌를 활성화하지 않는데." 라고 꾸짖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내게 동정을 보이기는 커녕 "에휴 ㅉㅉㅉ"이라고 말했다. 나는 꿈속에 나온 그에게 실제로 연락을 해서 뭐라뭐라 했다. "꿈에서 왜 그랬어요."


그러나 그는 꿈 꾼걸로 뭐 어쩌라는거지, 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 끝이다. 하긴 그게 맞다. 이런 꿈을 꾸는 만큼 나는 일을 잘 못하기도 하고 혼나기도 하고 있다. 지금은 꿈을 꾼 것이 어찌 됐든 회사에서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몸이 매우 피곤하다. 날짜를 보니 목요일이다. 주말에 가까웠다는 것을 몸은 알고 있는 셈이다. 반차쓰고 집으로 튀고 싶다. 그러나 일은 해야하니까 어떻게든지 한다. 해야하면 괴로워하면서도 한다.  


오늘 퇴근은 할 수 있겠지? 싶으면서도 괴롭다. 


나는 회사에 있는 괴로움 덕분에 종일 밍기적대고 있다. 내 허리는 굽어있고 나는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 천천히 걸어다닌다. 고양이는 나랑 정반대다. 



고양이를 가만히 살펴보고 있으면 고양이가 밍기적댄 것을 본 일이 없다. 


나랑 같이 침대에 널브러져 있다가도 내가 일어나면 금세 몸을 일으키고 나를 졸졸 쫓아온다. 고양이에게 '일으킨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처럼 고양이는 어떤 소리 같은 것에 자동반사적으로 튀어 나온다. 


누워있다가도 내가 부스럭 부스럭 소리를 내면 엄청난 속도로 달려온다. 고양이에게 밍기적댐이란 절대 없다. 게으르지도 않다. 



허리도 아프지 않아 보인다. 허리가 구부러진 고양이란 없을 것이다. 언제나 허리를 꼿꼿이 펴고 우아하게 앉아있다. 


아직 태어난지 1년이 안된 갓 태어난 생명체라서 그런건가. 왜 고양이는 밍기적대거나 게으름을 피우거나 하지 않을까? 아직 매우 젊은 캣초딩이라서?


난 항상 허리가 아프다. 하루종일 앉아있는다. 이렇게 몸이 피곤하고 졸릴 때는 정말 회사를 때려치고 싶다. 


노동에서 해방되고 싶다. 노동에서 해방돼 나를 지배하는 것은 오직 나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자본가이고 싶기도 하고.


내가 머무는 공간에서는 나의 의지만 충만하길 바라는데.  아. 빼먹었다. 고양이랑 둘이서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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