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잎 Nov 05. 2018

고양이 네 얼굴을 난 잊기 힘들어

나를 쳐다보던 눈망울. 크고 까만 눈으로 날 보았지. 내 품에 안겨있던 손바닥만한 작은 체구와 그 온기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어제 분양샵에서 새끼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있었던 그 순간이 잊히지 않았다.



그 꼬물대는 녀석은 간 밤 꿈에도 나와버려 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고양이를 그리워했다.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하면서 고양이를 향한 그리움이 더 커졌다. 시간이 이렇게나 더디 흘렀나 싶었다. 퇴근하자마자 분양샵에 들러서 '내 고양이'를 데려와야겠다 다짐했다. 


동시에 이상한 두려움도 생겼다. 누군가 고양이의 천사같은 미모를 알아보고 그새 데려갔으면 어떻게 하지.


언제 저녁 6시가 되려나. 발을 동동 구르며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분양샵에 도착해보니 다행히 고양이는 그대로 있었다. 아주 예쁘고 귀여운 모습 그대로 말이다. 


누가 낚아채기 전에 내가 이 녀석을 데려와야겠다는 결심에 분양샵 아저씨한테 "어제 꿈에 나와서 퇴근하자마자 달려왔어요. 고양이 데려가려구요."라고 크게 말했다.



'내 고양이'가 될 녀석을 보고 있자니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흐뭇하다. 분양샵에서 구경 중인 아주머니가 '내 고양이'를 쳐다보고 있다. 다가가 아주머니에게 슬며시 말을 걸어본다. "이 고양이 너무 귀엽죠. 제가 데려가려구요. 제 고양이랍니다." 나의 들뜬 자랑에 아주머니는 예의상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여 주셨다.


샵 안쪽에서 고양이 미용을 마치고 나온 아저씨가 내게 고양이와 필수용품을 넘겨주었다. 몇 가지 주의사항과 기를 때 필요한 방법 등을 일러주며 고양이 입양 절차가 끝났다. '고양이야, 너는 왜 이렇게 비싸니.' 분양가를 도저히 한 번에 지불할 수 없어 '12개월 할부'를 선택했다.


생명체의 대가를 '할부 지불'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내 책임감을 오랜 기간 분산하자는 취지도 조금은 있었다. 


'내게는 먹여 살려야 하는 고양이가 있다'는 걸 까먹지 말자.




정말 내게 주어진 '작은 생명체'를 보니 게을러질 수가 없다. 내 앞에서 꼬물꼬물대고 있는 아깽이. 내 원룸에서 이제 앞으로 함께 살 나의 아깽이. 우리의 앞에는 어떤 날들이 있을까.


[편집자 주 : 퇴사하기 전까지 신문사 온라인 지면에 연재하던 글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