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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 Nov 15. 2018

한 주먹거리도 안되는 고양이

고양이의 몸무게는 3kg다. 지금은 많이 컸다. 더 애기였을 때 고양이는 정말 손바닥만했다. 


고양이를 처음 집에 데려왔을 때 손바닥만한 고양이는 숨어있었다. 나는 대체 고양이가 어디 숨었는지 알수가 없었다. "고양이야. 고양이야" 불러봐도 안나온다. 


침대의 이불을 잡고 탁탁 털었다. 내가 털어버린 이불에서 손바닥만한 고양이가 튕겨져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불쌍한 고양이다. 얼른 잡아서 안아준다. "미안해. 왜 이불 속에 숨었어. 내가 이불을 털려고 한거지 너를 내동댕이 치려고 한건 아니야. 어디 다친데는 없니?" 라고 말을 걸었다. 


고양이는 커다란 눈을 끔벅 끔벅이면서 괜찮다고 가만히 품에 안겨있었다. 고양이를 안고 쓰다듬어 주다가 고양이를 침대에 내려 놓는다. 


"고양이야. 이불속에 숨는걸 좋아하면 앞으론 이불을 탁탁 털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부르면 빨리 달려나와주면 안되겠니?" 라고 말을 걸었지만 고양이는 큰 눈을 끔벅이며 몸을 뒤집고 애교를 부릴 뿐이다. 



내 고양이는 정말로 화를 잘 안낸다. 내 고양이는 화를 나거나 삐질 줄 모른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 문을 열었는데 고양이가 뛰어나오지 않았다. 어딘가에 숨어있을 녀석이 아닌데. 항상 마중나오는 녀석인데 이건 뭔가 일이 생긴걸까? 



집안을 곳곳을 뒤졌다. 고양이는 벽시계 뒤 공간에 빠져있었다. 그런 곳에 공간이 있는 줄도 몰랐다. 불쌍하게 애옹 애옹거리고 있다. 너무 불쌍하다. 언제부터 여기 있었을까. 


얼른 끄집어내서 품에 안고 안아준다. 고양이는 그렇게 오랜시간 공간에 갇혀있었는데도 전혀 삐지지도 않고 화도 안났다. 내 품에 안겨서 다시 금방 안정을 되찾고 그릉그릉거린다. 정말 천사의 성격을 지녔다. 이럴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한 주먹거리도 안되는 고양이라서 자꾸 내 손에 튕겨져 나가고 내 발 밑을 멤돌다가 나한테 밟히기도 한다. 자다가 나한테 깔리기도 한다. 너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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