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잎 Nov 05. 2018

아침에 날 깨워주는 아기 고양이와 딱콩


서울 본가에 살 땐 따로 알람을 맞춰놓지 않았다. 자기 전에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자면 그뿐이었다. 


대전에서 홀로 살기 시작하자, 잠이 들면서도 믿을 구석이 없었다. 핸드폰 알람 10개에 눈을 떠야만 한다.

절대 지각해선 안된다고 잠이 들면 과도한 긴장 때문에 새벽에 자꾸 잠에서 깼고, 차라리 마음 놓고 자자고 하면 알람소리를 못 듣기도 했다.


"일어나 일어나"하던 그 시끄럽던 엄마의 소리가 있어 밤에 푹 잘 수 있던걸 여태껏 몰랐다.

나를 물면서 깨우는 아깽이녀석.


내 방에 새로 들어 온 작은 아기 고양이는 새벽 5시만 되면 나를 깨우기 시작한다. 


이불을 덮고 자다가 발이 이불 밖으로 나오면 그 발을 문다. 그래도 깨지 않으면 이불 밖으로 나온 손을 문다.


그러면 나는 이불 안으로 손과 발을 집어넣어 아기 고양이가 손과 발이 사라진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그러다가 다시 손과 발이 이불 밖으로 삐져 나오면 고양이는 다시 물기 시작한다. 그러면 눈을 떠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나의 아기 고양이는 새벽 5시에 눈을 떠서 내가 일어날 때까지 물기를 반복한다.


내 손을 자꾸 깨무는 내 고양이.


어느 날은 고양이가 무는 것이 감미로운 애인의 손길 같다가도, 어느 날은 좀 더 자게 내버려두지 싶은 잔소리쟁이 같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물어대는 고양이의 버릇을 고쳐야겠다 싶었다.


내 손과 발이 상처투성이가 됐다. 인터넷을 뒤적 뒤적 찾아보니, 고양이가 물 때는 고양이 코에 딱콩을 때리거나, 몸을 흔들거나, 코에 바람을 넣으라는 조언이 눈에 띈다.

고양이가 내 손을 물던 어느 날, 나는 고양이의 뒷목을 잡고, 한 손으론 코에 '딱콩'을 했다. 엄지와 셋째를 동그랗게 말고 튕겨서 한대 쳤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고양이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다시 내 손을 물기 시작했다.


내 손에 붙잡혀서 우울한 고양이.

다시 딱콩. 고양이는 다시 온 얼굴의 힘을 다해 찡그린다. 


뒷목은 내게 잡혀있고, 두 발은 필사적으로 얼굴을 막으면서 저항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내 손을 계속 물고 있다. 


다시 딱콩. 고양이는 또 모든 얼굴의 근육을 동원해 찡그리면서 내게 괴로움을 호소한다. "그러니까 물지 말란 말야" 중얼대지만 고양이는 한국 말은 알아들을 수 없다.



고양이가 한국 말을 배울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혼자 고민을 해봐도 고양이에겐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뇌 같은 건 없는 게 분명하다. 고양이 목에서 나오는 울음은 '야옹'이 전부다. 그럼 어떻게 해야지. '딱콩'밖에 답이 없는 걸까.


[편집자 주 퇴사하기전까지 신문사 온라인지면에 연재하던 글입니다.]




이전 01화 고양이 네 얼굴을 난 잊기 힘들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